"KT 낙하산 대표들, '실적 포장' 위해 구조조정 반복"

[토론회] 김영섭 체제 KT 5750명 구조조정… '통신 공공성'은? "망 모르고 망 분사시킨 김영섭… 제2의 아현화재 사태 우려" 반인권적 퇴출 프로그램 가동 조짐 "구조조정 거부하면 '꼴통'" "ESG 경영 타격… 인권·노동참여 경영 강화해야"

2024-12-02     송창한 기자

[미디어스=송창한 기자] KT가 정권 교체기마다 낙하산 경영진의 연명을 위해 대규모 구조조정을 벌여 통신 공공성을 저해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낙하산 사장들이 경영실적을 포장, 연임에 도전하는 데에 대규모 구조조정을 통한 인건비 절감만큼 손쉬운 방법은 없다는 얘기다. 

지난해 취임해 '인위적 구조조정은 없다'고 밝혀온 김영섭 KT 대표는 올해 10월부터 '임직원 5750명 자회사 배치·명예퇴직'이라는 고강도 구조조정을 벌이고 있다. 구조조정 대상자 중 전출이나 희망퇴직을 신청하지 않은 인원은 약 2500명으로 알려졌다. 대상자 대부분이 기술운용 파트에서 일한 직원들로, KT는 이들에 대해 공백상권 영업을 맡긴다는 계획이다.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이훈기·이용우 의원 주최로 열린 'KT통신인력 대규모 구조조정 문제점·해결방안' 토론회 (사진=이훈기 의원실)

MBC 보도에 따르면 안창용 KT 엔터프라이즈 부문장은 전출 대상 직원들을 상대로 연 설명회에서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모멸감과 자괴감 있고 굉장히 힘들 것"이라고 말해 논란을 빚었다. SBS Biz 보도에 따르면 최시환 KT OSP TF장은 전출을 거부하는 사람을 '고문관' '꼴통'에 비유하며 "무슨 수를 써서든지 이걸 처리한다"고 말했다. KT에서 반인권적인 직원 퇴출 프로그램이 작동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다. KT는 과거 'CP퇴출프로그램'이라는 C등급 직원을 퇴출하기 위한 내부 구조조정 프로그램을 운용했다. 

11월 28일 더불어민주당 이훈기·이용우 의원 주최로 열린 'KT통신인력 대규모 구조조정 문제점·해결방안' 토론회에서 발제를 맡은 박재범 사회공공연구원 연구위원은 민영화 이후 KT의 주요한 특징으로 '대규모 구조조정'을 꼽았다. 경영진 교체마다 대규모 구조조정이 동반돼 왔다는 것이다. 

박 연구위원은 KT 민영화가 본격적으로 추진된 1998년부터 현재까지 경영진 별 구조조정을 지적했다. ▲2000년 이계철 한국통신 사장 1만여명 강제 명예퇴직 ▲2003년 이용경 KT 사장 6천여명 명예퇴직 ▲2009년 이석채 KT 사장 6천여명 강제 명예퇴직 ▲2014년 황창규 KT 사장 8300명 특별 명예퇴직 등이 이뤄져 왔다. 1998년 5만 6600명이었던 KT 직원수는 2024년 1만 4000명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박 연구위원은 "KT는 경영진이 교체될 때마다 대규모 구조조정이 반복되었는데 그때마다 일관된 구조조정의 근거는 '고비용 절감과 대주주 수익보장'이었다"며 "이런 결과는 전문경영인이 아닌 정권교체기마다 낙하산식으로 선임된 경영진들이 연임을 목적으로 당장의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구조조정만큼 확실한 방법이 없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주주총회에 참석한 김영섭 KT 대표 (사진=연합뉴스)

박 연구위원은 대표적 사례로 황창규 전 KT 사장을 들었다. 황 전 사장이 특별명예퇴직을 실시한 2014년 KT 연간 영업손실은 4066억 원으로 창사 이래 첫 적자를 기록했다. 하지만 KT는 대규모 구조조정의 효과로 2015년 1조 2930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게 된다. 

박 연구위원은 과거 공사체계였던 KT의 지배구조는 여전히 정부 입김이 많이 작용하고 있다며 "경영진을 매개로 정권이 요구하는 온갖 낙하산을 받아들이고 정권과 코드를 맞추면서 투자자들에게 안정적인 수익을 보장하는 것이 민영화된 KT의 실상"이라고 했다. 

박 연구위원은 이명박 정부 시절부터 KT 낙하산 인사가 본격적으로 시작했다며 윤석열 정부 김영섭 대표 체제의 낙하산 인사들을 거론했다. ▲이용복 법무실장(부사장, 박근혜 국정농단 특검보) ▲임현규 경영지원부문장(부사장, 이명박 캠프 홍보단장 출신) ▲허태원 컴플라이언스추진실장(상무, 새누리당 돈봉투 살포사건 검사 출신) ▲김후곤 컴플라이언스 위원장(서울고검장 출신) ▲추의장 감사실장(전무, 서울중앙지검 특수부 검사 출신) ▲최영범 스카이라이프 사장(윤석열 대통령실 홍보수석비서관 출신) ▲임현찬 나스미디어 사외이사(윤석열 캠프 홍보특보 출신) ▲오인서 케이뱅크 사외이사(윤석열 대통령 사법연수원 동기, 수원고검장 출신) 등이다.

박 연구위원은 "국가 통신산업을 대표하던 KT가 민영화 이후 주주익을 대변하는 단기적 수익에 매몰되는 경영전략을 지속하는 동안 양질의 통신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공적 역할은 축소됐다"며 "숙련된 통신 인력은 인건비 절감 대상으로 전락했다. 국가기간산업으로 중요한 통신 네트워크 업무는 자회사나 외주업체로 넘어가 저임금, 불안정한 일자리만 늘어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KT 아현국사 화재 감식 현장 (사진=연합뉴스)

김미영 KT새노조 위원장은 2018년 KT 아현지사 화재사고를 중심으로 낙하산 경영진의 대규모 구조조정을 비판했다. 김 위원장은 황창규 체제 KT는 대규모 구조조정 이후 아현 화재가 발생하자 대응책으로 5G·AI 기술을 활용한 망 관리를 약속했는데, 김영섭 체제 KT는 AI에 집중하기 위해 근간인 네트워크 분사와 구조조정을 단행한다며 "제2의 아현 사태가 날 것이라는 내부 우려가 크다"고 했다.  

김 위원장은 "매년 630여 명씩 정년퇴직자가 발생하고 있었고 필수업무를 담당했던 네트워크 분야 등 현장은 인력부족으로 정규직 인원만으로 업무를 할 수 없어 1군 업체에 상당부분 도급을 주어 운영하고 있었다"며 "KT는 1997년 이후 공식적인 현장 신규 인력 채용이 없다. 이번 분사로 망 관리 인력의 고령화가 더욱 심화된 것"이라고 했다. 

김 위원장은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망을 모르고 망을 분사시키는데 누가 이를 혁신이라고 생각하겠나"라며 "낙하산들은 통신을 모른다. 망을 비용으로만 보다가 터진 사고가 아현화재 사태다. 낙하산들의 한탕식 먹튀 경영은 이제 그만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김 위원장은 "한때 시총 1위를 했던 KT는 무선 통신 가입자 3위, 시총 42위라는 성적표를 받았다. 낙하산 대표가 올 때마다 인력감축 구조조정을 폭력적으로 했음에도 어떤 경영혁신도, 미래 먹거리도 만들어내지 못했다"며 "내부 노동자들의 애사심마저 없애면서 불신의 기업문화를 만들었다. 구조조정은 실패한 프로젝트"라고 했다. 

권혜원 동덕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KT가 구조조정에 응하지 않은 직원들을 대상으로 반인권적 퇴출프로그램을 가동할 우려가 크다며 만약 강제적인 인력 퇴출을 시도할 경우 KT가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측면에서 타격을 입게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권 교수는 "KT는 ESG의 S에서 노동권과 직원의 건강, 안전 등이 강조되고 있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며 "조직구성원의 근무환경, 다양성, 인권, 안전 등의 이슈가 강조되고 있으며 이미 블랙록이나 스테이트 스트리트GA 등 글로벌 금융기관도 투자 결정에서 인적자본을 우선순위로 인식하는 경향이 생겼다"고 짚었다. 

권 교수는 "EU CSRD는 인적자본 부문을 2개 분야 22지표로 구성하여 공시의무를 부과하고 있다. 노동권과 인권 보호는 물론이거니와 노동자들에게 잠재적·현실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사안에 대해 노동자들이 직접 참여해 논의할 수 있는 프로세스 여부도 공시항목 및 지표에 포함되어 있다"며 "ESG 경영을 선도하고자 한다면 KT는 반인권적 행동을 멈추고 인권경영과 노동참여형 의사결정프로세스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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