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지키기’ 아니라 ‘윤석열 김건희’ 말할 때
[김민하 칼럼]
[미디어스=김민하 칼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선거법 위반 1심 선고에 대한 후폭풍이 상당하다. 여의도 근방에선 100만원 이상 또는 이하의 벌금을 예상하였기에 징역형이 선고된 것에 대해 ‘예상 밖’이라는 평가가 대부분이다. 더군다나 선거법 위반 사건은 이재명 대표가 넘어야 할 ‘사법리스크’ 시리즈 중 가장 무죄 선고 확률이 높다는 게 대다수의 관측이었다.
돌이켜보면 여당 핵심, 특히 검사 출신들은 어느 정도 이러한 결과를 예상하였던 것 같다. 재판 생중계를 요구하며 징역형 선고 확률이 높다는 주장을 반복적으로 해온 바를 보면 그렇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윤석열 대통령과의 갈등 국면에서 이재명 대표의 선거법 1심 선고가 시작되기 전에 김건희 여사 문제를 해소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래야 더불어민주당으로부터 떠나는 민심을 잡을 수 있다는 논리인데, 기대가 충족되리라는 확신이 없으면 불가능한 논리다. 일부 극우 유튜브 등에서는 10월 들어 판사의 성향을 거론하는 경우가 늘어나기도 했다. ‘국제인권법연구회 출신이지만 판결은 확실하니 안심하라’는 식이다. 어떤 소문의 영역에서 판결에 대한 특정한 흐름이 형성돼있었다는 걸 드러내는 것 아닌가 한다.
이러한 흐름을 살려 국민의힘 지도부는 이재명 대표 문제를 일점사(?)하는 방식으로 그동안의 난국을 돌파하는 전략을 실행하는 모양새다. 한동훈 대표는 주변에 반사이익을 기대하는 것에 대한 경계심을 표현했다는데, 정작 본인도 다가오는 위증교사 사건 1심 선고에서 이재명 대표에 대한 법정구속 가능성까지 언급하고 있다. 재판지연에 대한 TF를 꾸리겠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사법부에 대한 지나친 압력 행사라는 지적이 나올만한 행보다. 이러한 과정에 ‘윤-한 갈등’으로 표현됐던 여당 내 분열상은 거의 봉합됐다.
국민의힘 지도부의 행보는 효과를 거둘 수 있을까? 그런 면도 있고 아닌 면도 있다. 우선 단기적으로는 효과가 있을 것이다. 그간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 하락세는 한동훈 대표와의 갈등 국면에 따른 영향이 컸다. 그런데 이 건으로 어쨌든 간에 당정은 ‘이재명 반대’ 구호를 중심으로 똘똘 뭉치는 효과를 거두게 됐다. 따라서 국정수행 지지율의 등락에 있어서는 상방압력이 작용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물론 상반된 효과도 있을 수 있다. 이번 선고는 이재명 대표 입장에선 치명적이다. 2심에서 형량이 깎인다 해도 벌금 100만원 미만까지 내려가는 건 어려워 보인다. 무죄로 결과를 바꾸는 게 대권주자로서의 자격을 유지하는 유일한 방법인데, 문이 더 좁아진 것이다. 더군다나 이 건은 대장동, 백현동 사건과 연결돼있다. 검찰이 논란이 많을 수 있는 사안에 대한 기소를 강행한 이유도 결국은 거기에 있다. 즉, 선거법 위반 사건에서 유죄 확정 확률이 높아졌다는 것은 다른 사건 재판에서도 이재명 대표가 불리한 상황에 처했다는 걸 의미한다.
이렇게 되면 ‘더불어민주당이 의회 다수 의석을 기반으로 사법부에 압력을 행사해 방탄으로 일관할 것’이라는 인식은 근거가 없어진다. 그러면 보수 일부를 포함한 중도에 가까운 유권자층은 자연스럽게 윤석열 정권의 핵심 의혹과의 형평성을 떠올리게 될 것이다. 예를 들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과 관련해 김건희 여사를 불기소 처분한 건이나 최근 명태균 씨 관련 의혹의 흐름과 같은 것들이다. 이 대목에서 지금과 같은 불분명한 태도가 이어진다면 이는 하방압력으로 작용할 것이다.
이 점에서 한동훈 대표가 김건희 특검 등을 요구하는 야당 및 시민사회의 집회를 ‘판사 겁박’으로 규정하는 것을 눈여겨 봐야 한다. 집회의 성격을 ‘이재명 방탄’으로 규정해 야당과 시민사회를 해당 프레임에 가두면서, 혹시라도 윤석열 정권에 대한 문제의식을 가진 중도적 유권자층의 참여를 차단하려는 전략이다. 이를 통해 현재 여당 지도부가 윤석열 정권과 전략적 휴전 모드로 가는 데 대한 정치적 부담을 상쇄하겠다는 판단이 내재돼있는 걸로 보인다. 앞서 언급한 하방압력의 조건은 막고, 이 기회를 충분히 활용해 최대한 지지율을 긁어 모아 대통령 국정수행 지지율을 일단 30%에 근접한 선까지는 만들어 놓겠다는 복안으로 보인다.
더불어민주당 일각에서 이른바 비명계를 겨냥해 “죽인다”고 하고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의 명상록을 인용해 ‘신의 사제’ 운운한 것은 이러한 한동훈식 프레임 속으로 스스로 걸어들어가는 것과 같다. 집회 부대에서 이재명 대표가 스스로 “팔팔하게 살아서 인사드린다”고 하거나 원내대표가 “미친 정권의 미친 판결”이라고 말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법의 문제는 법정에서 법리로 다투고, 밖에서는 윤석열 정권에 충분히 문제제기를 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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