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 집안싸움 거리로 전락한 명태균 이슈
[김민하 칼럼]
[미디어스=김민하 칼럼] 명태균 씨는 김영선 전 의원과 함께 결국 구속됐다.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다”는 이유다. 명태균 씨 측은 그동안 휴대폰을 필요에 따라 변경한 바는 있으나 검찰 수사에 성실히 협조했다는 주장 등을 펴며 구속 필요성을 부정해왔지만, 이러한 주장은 재판부에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언론 보도에 의하면 명태균 씨와 관계된 PC 포렌식 등을 통해 ‘대통령과의 대화’ 등으로 명명된 파일이 검찰에 제출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는데 이러한 사정 등이 영향을 미친 게 아닌가 추측된다.
언론은 수사에 탄력이 붙을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문제는 수사가 어느 방향으로 향하는지다. 언론에 보도된 구속영장 청구서에 적힌 사실들로만 범죄를 구성하면 명태균 씨는 윤석열 대통령, 김건희 여사, 이준석 의원 등과의 인연을 과시하며 공천을 받아다 주겠다고 주장해 돈을 뜯어낸 사람이다. 검찰은 지금까지는 명태균 씨가 실제 공천을 받아다 주기 위해 무엇을 했는지는 확인하지 못한 상태다.
수사에 탄력이 붙는다고 하면 이 대목을 확인하는 게 중요하다. 여기서 가장 먼저 떠올릴 수 있는 건 명태균 씨와 윤석열 대통령 간의 통화 내용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통화 녹음 파일에서 “내가 김영선이 경선 때도 열심히 뛰었으니까 그건 김영선이를 좀 해줘라 했는데 말이 많네 당에서”라고 말하고 있다. 검찰이 수사를 제대로 하려면 윤석열 대통령을 조사해 이 말이 실제 무슨 의미였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명태균 씨는 다른 통화 녹취에서 당시 재보궐선거와 관련해 공천관리위원장 역할을 맡았던 윤상현 의원을 여러차례 거론하기도 했다. 따라서 윤상현 의원에 대한 조사도 불가피하다. 대통령이나 영부인으로부터 압력을 받은 게 있는지, 당시 공천이 어떤 과정을 거쳐 결정된 것인지 확인해야 한다.
본래대로하면 이게 수사의 기본 구도였을텐데, 명태균 씨의 변호인으로 정치권 출신인 김소연 변호사가 등장하면서 이준석 의원이라는 새로운 변수가 추가되었다. 김소연 변호사는 앞서 윤석열 대통령의 육성이 등장하는 통화 녹취가 만들어지는 과정에 이준석 의원이 사실상 개입한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취지의 주장을 했다. 당시 당 대표로서 공천 권한을 행사한 또다른 인물이라 볼 수 있는 이준석 의원이 중간에 윤석열 대통령의 의중을 명태균 씨에게 전하면서 혼선에 빚어진 탓이라는 거다. 이러면 검찰은 이준석 의원을 조사할 명분이 생긴다.
실제 조선일보는 13일 검찰이 이준석 의원과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을 조사할 방침이라고 보도했다. 이들이 공천에 어떤 역할을 했는지, 명태균 씨와 어떤 관계인지를 조사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접근하면 이준석 의원이 최초에 명태균 씨와 어떻게 관계를 맺게 되었는지까지 들여다봐야 할 필요성도 있다. 수사가 이준석 의원이 당 대표가 되는 2021년 국민의힘 전당대회 시점까지 거슬러 올라갈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만일 그렇게 된다면 이준석 의원 눈 앞에는 두 가지 선택지가 놓일 것이다. 첫째는 2022년 재보궐선거 및 지방선거 당시 윤석열 대통령과 선거에 대한 전략을 논의한 바는 있으나 외압 등은 없었고 명태균 씨와 나눈 대화는 잡담에 불과하다고 진술하는 것이다. 이러한 태도는 아마도 ‘사건을 덮는’ 쪽으로 상황을 이끌고 싶은 최고위 권력의 기대에 걸맞는 방식일 것으로 추정된다. 둘째는 ‘너 죽고 나 죽자’식으로 상당한 피해를 감수하고서라도 당시의 모든 진실을 밝히는 것이다. 이러면 보수진영 전체가 엄청난 후폭풍 속으로 끌려 들어가게 될 가능성이 있다.
이준석 의원이 14일 기자들에게 밝힌 바와 이후 언론을 통해 공개한 내용은 전자를 가리키면서도 후자의 가능성을 열어둔 것에 가깝다. 이준석 의원은 2022년 5월 당시 명태균 씨와의 대화에 대해선 사실상 큰 의미없는 대화였다는 취지로 설명했고 김영선 전 의원 공천에 대해서도 문제가 없었다는 기존의 입장을 고수했다. 동시에 이준석 의원은 당시 윤석열 대통령이 김태우 전 구청장 등에 대한 공천을 요구했다는 바를 폭로하기도 했는데, 그러면서도 “당연히 대통령과 소통할 수 있는 부분도 있다”, “최근 일련의 기준들을 보면 (이런 소통이)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당 대표랑 당선자가 공천을 상의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여 법적 판단에 대해서는 여지를 두는 모습을 보였다. 검찰에 가서 “외압으로 느껴졌다”고는 하지 않겠다는 얘긴데, 한 마디로 ‘나를 건드리지 않는다면 용산의 스탠스에 맞춰줄 생각이 있지만, 굳이 건드리겠다면 가만히 당하고만 있지는 않을 것’이란 의미로 해석되는 메시지다.
15일 중앙일보 보도를 보면 친한계로 분류되는 박정훈 의원은 “(이준석 당시 대표가) 최고위원회의에서 반대하는 데도 (김영선 전 의원 재보궐선거 공천을) 밀어붙였다는 얘기가 있었다”고 주장한다. 또 다른 잠룡인 한동훈 대표 쪽에선 이 상황을 달리 이용하려는 움직임이 있는 것이다.
보수진영 내 플레이어들끼리의 상호저격과 아귀다툼은 또 하나의 볼거리지만 공천개입 논란의 본질은 대통령이 무엇을 제공받고 대가로 무엇을 해줬느냐의 문제이다. 본질을 밝히고 고치는 데 대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무상여론조사-공천-창원산단’으로 이어지는 농단과 부정부패의 연결고리에 대한 의심을 해소해야 하지 않겠는가? 알고 있는 사실이 있다면 고하고, 수사기관의 분발을 요구하며, 그것을 기대하기 어렵다면 특검을 수용하고 추진케 하는 결단이 필요한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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