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최초 좌식 대통령 기자회견에 "기자들 눈높이 맞췄다"

'박근혜 형광등 100개 아우라' TV조선도 긍정 평가 대통령실 "국민과 더 가까워지기 위해 거리 좁혀" MBC "앉아서 대국민 사과하는 최초의 대통령" 윤 대통령 '반말·농담·거친표현' 태도 논란 이번에도 질문 기회 못 얻은 MBC·JTBC

2024-11-08     송창한 기자

[미디어스=송창한 기자] KBS가 학교 교실이 연상되는 윤석열 대통령 기자회견에 대해 기자들과 눈높이를 맞추고, 정부 성과 홍보를 많이 줄이는 등 형식과 내용 면에서 변화를 보였다고 평가했다. 2011년 '박근혜 형광등 100개 아우라'로 입길에 올랐던 TV조선의 평가도 이와 다르지 않았다.  

또 윤 대통령은 기자회견에 농담과 반말을 섞어 태도 논란을 빚고 있다. 윤 대통령은 이번 기자회견에서 MBC와 JTBC의 질문을 받지 않았다. 두 방송사는 윤석열 정부 출범 후 대통령 기자회견에서 질문 기회를 얻지 못하고 있다. 

KBS '뉴스9' 11월 7일 보도화면 갈무리

7일 KBS는 '뉴스9' 기사 <‘국정 성과 홍보’ 줄인 담화…앉아서 26개 질문에 응답>에서 "오늘 회견은 지난 8월 회견과 비교해 형식과 내용면에서 변화가 있었다는 분석도 나온다"며 "대통령이 앉아서 진행하고, 담화 내용에서 정부 성과 홍보를 많이 줄였다는 것"이라고 보도했다. 

KBS는 "윤 대통령은 오늘 의자에 앉았다. 장시간 질문을 쏟아내는 기자들과 눈높이를 맞췄다"며 "지난번 42분이었던 담화 시간은 15분으로 대폭 줄었다. 임기반환점임에도 정부 성과 설명은 최소화했다"고 평가했다. 

같은 날 TV조선 '뉴스9'은 보도 <'42분 담화'→15분으로 줄이고 '질문' 늘려…기자들과 마주앉아 140분간 26개 문답>에서 "오늘 회견은 형식이나 분량에서 과거와 많이 달라졌다"며 "40분 넘게 진행해 '일방소통'이란 지적을 받았던 담화 시간은 크게 줄었고, 마주앉은 기자들과의 질문은 두 시간이 넘었다"고 했다. 

TV조선은 "기자회견장에 입장하자마자 고개 숙여 인사한 윤석열 대통령은 자리에 앉아 담화를 시작했다"며 "앞서 올해 진행된 두 차례 회견 때는 집무실에서 담화문을 읽은 뒤 회견장에 내려와 선 채로 답변했는데, 이번엔 시간 제한 없이 질문을 받기로 한 만큼 앉아서 진행한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TV조선은 "윤 대통령의 단상과 기자단 사이 거리도 이전보다 1m가량 좁혀졌는데, 대통령실은 '국민과 더 가까워지겠단 대통령 결정으로 이뤄진 조치'라고 설명했다"고 전했다. 

TV조선 '뉴스9' 11월 8일 보도화면 갈무리

MBC 강연섭 기자는 '뉴스데스크'에서 '윤 대통령이 일어나 허리까지 숙이면서 사과를 했는데 이 모습을 기자들이 어떻게 봤나'라는 질문에 "사과 수위를 놓고 대통령실이 고심한다고 말할 만큼 예상은 했지만, 허리까지 숙일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며 "다만 지금까지 3차례 기자회견에서 윤 대통령은 모두 서서했는데 오늘은 앉아서 했다"고 말했다. 

강 기자는 "이걸 두고 야권에선 '대국민 사과를 하고 자리에 앉아서 연설하는 대통령은 윤 대통령이 최초인 것 같다'고 비꼬기도 했다"며 "앉아서 했든 일어서 했든 사과의 방식보다는 사과의 진정성 측면에서 볼 때 윤 대통령이 각종 의혹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이 없었다는 점에서 그렇게 점수를 높게 주기는 힘들 것 같다"고 말했다. 

허은아 개혁신당 대표는 SNS에 올린 글에서 "윤 대통령이 또 하나의 '최초'를 기록했다"며 "역대 대통령 가운데 이렇게 앉아서 '사과 기자회견'을 하는 대통령이 또 있었는지 제보 받는다"고 꼬집었다. 

MBC '뉴스데스크' 11월 8일 보도화면 갈무리

대통령실은 이번 기자회견에 앞서 '끝장토론'을 예고했지만 질문 분야를 정하고, 대변인이 질문할 기자를 정했으며 회견 진행 2시간이 넘어가자 마무리 분위기를 조성하는 등 진행 방식에 있어 이전 회견과 크게 차이가 없는 모습을 보였다. 

가벼운 태도는 논란의 한몫을 차지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20여개 질문에 답한 뒤 정혜전 대변인에게 "하나 정도만 하자. 하나 정도만 해"라며 "목이 아프다 이제"라고 반말을 했다. 정 대변인이 질의응답이 2시간이 넘어간다며 질의를 그만 받으려고 하자 윤 대통령은 다시 "좀 더 해, 대충 나온 것 같아서"라고 했다. 외신 기자가 서툰 한국말로 질문을 하자 "나 이거 말귀를 잘 못 알아듣겠는데?"라고 말했다.

김건희 씨의 신중한 처신을 위한 조치를 묻는 질문에 윤 대통령은 "앞으로 부부싸움을 좀 많이 해야 될 것 같다"는 농담식 발언을 했다. 또 윤 대통령은 김건희 씨가 기자회견에서 '사과를 제대로 하라'고 했다고 전하면서 "이것도 국정 관여이고, 농단은 아니겠죠?"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무식' '미쳤냐' 등의 정제되지 않은 표현을 쓰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체코 원전을 헐값에 수주했다는 의혹에 대한 질의에 "원전 두 기를 24조원에 수주한 것을 헐값이라고 한다면 그건 너무 무식한 얘기"라고 했다. 윤 대통령은 "기자님을 무식하다고 한 것이 아니라 그런 얘기를 하는 분들한테 얘기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정치 입문 후 김건희 씨가 새벽까지 자신의 휴대폰으로 답장을 했다는 일화를 소개하면서는 아내에게 "미쳤냐, 지금 안 자고 뭐하는 것이냐"라고 말했다고 했다.

8일 중앙일보 기사 <"어떻게 국민 앞서 '미쳤냐' 이런 말 하나" 원로들 尹회견 아쉬움>에서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은 "어떻게 대통령이 국민 앞에 나와서 ‘미쳤냐’, ‘부부싸움을 하겠다’ 같은 말을 할 수가 있나 싶다"며 "국가를 통치하는 사람은 어려운 문자를 쓰지 않더라도, 얼마든지 쉬운 말로도 품격있게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윤 대통령 기자회견에서 정혜전 대변인으로부터 질문 기회를 얻은 국내 언론사는 뉴시스, 연합뉴스, KBS, 문화일보, 국민일보, 연합뉴스TV, 중앙일보, TV조선, 한겨레, 영남일보, 채널A, 세계일보, YTN, 중앙데일리, 워싱턴포스트, 한국경제, 매일경제, 파이낸셜뉴스, OBS, 데일리한국, 서울신문, 부산일보, 경향신문 등이다. 외신 중에는 워싱턴포스트, AFP, 도쿄신문, NK뉴스가 기회를 얻었다. 

회견에 앞서 온라인상에서는 MBC와 JTBC가 질문 기회를 얻을 것인지에 대한 관심이 일었다. 윤석열 정권 비판언론 탄압 논란의 중심에 있는 방송사들이기 때문에 질문 여부에 관심이 쏠렸던 것으로 보인다.

MBC는 7일 기사 <"MBC·JTBC 기자는 안 왔어?"‥'끝장 회견'서도 질문 패싱>에서 "오늘 회견에서 뉴시스 기자의 질문을 시작으로 연합뉴스와 KBS, 중앙일보, 한겨레, AFP 등 30명의 기자들이 질문 기회를 가졌고, TV조선, 채널A 등 종편기자들도 질문을 했지만 MBC 기자는 이번에도 호명되지 않았다"며 "대통령 취임 후 네 번째 공식 기자회견이지만 MBC는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질문 기회를 갖지 못한 것"이라고 보도했다. 

MBC 강연섭 기자는 "우연인지 필연인지 모르겠지만, 제가 올해 열린 세 차례 기자회견에 모두 참석했는데 모두들 예상했듯 질문 기회는 없었다"고 말했다. 앵커는 "이번이 윤석열 대통령의 네 번째 공식 기자회견인데, 한 번도 질문 기회를 갖지 못한 언론사가 그렇게 많을 것 같진 않다"고 했다. 

JTBC는 기사 <무제한 질의응답 하겠다던 윤 대통령…JTBC 질문은 받지 않았다>에서 "기자들이 손을 들면 정혜전 대변인이 지목하는 기자에게 질문할 기회가 주어졌다"며 "오늘 회견에서는 총 26개 매체에서 질문했는데, JTBC는 포함되지 않았다.  JTBC는 지난 5월 취임 2주년 기자회견, 8월 국정브리핑 및 기자회견에 이어 이번에도 질문할 기회를 얻지 못했다"고 보도했다. 

JTBC 김태영 기자는 '뉴스룸' 앵커와의 대담에서 "계속해서 손을 들긴 했지만 호명되지 않았다"며 "JTBC는 윤 대통령 취임 후 오늘까지 총 4차례 기자회견이 있었는데 단 한 번도 질문할 기회를 얻지 못했다. 이번엔 시간과 질문 횟수에 제한을 두지 않는다고 했지만 기회는 없었다"고 했다.

JTBC 11월 7일 보도화면 갈무리

두 방송사는 저녁종합뉴스에서 윤 대통령의 발언을 팩트체크하는 데 집중했다. 이날 지상파·종편 저녁종합뉴스 중 팩트체크 기사를 별도 꼭지로 다룬 곳은 MBC와 JTBC다.

MBC는 기사<[알고보니] 특검은 반헌법? 김 여사 활동 중단해왔다? 팩트체크>에서 '대통령과 여당이 반대하는 특검을 임명하는 것은 헌법에 반하는 발상'이라는 윤 대통령 주장에 대해 "2012년 내곡동 특검과 2016년 최순실 특검, 2018년 드루킹 특검은 모두 야당이 추천한 인사들이었다"고 짚었다. MBC는 "최순실 씨의 경우 특검 추천 과정에서 여당인 새누리당과 정의당이 빠진 게 위헌이라며 헌법 소원까지 냈지만, 헌법재판소는 기각했다"고 지적했다. 

MBC는 김건희 씨가 외교 등 꼭 필요한 국익활동을 제외하고 대외활동을 중단해왔다는 윤 대통령 주장에 대해 "디올백 의혹이 불거진 이후 대외활동을 자제했던 김 여사는 올해 5월부터 다시 외부 공개 활동을 재개했다"고 전했다. MBC는 "그러다 지난 9월, 경찰과 마포대교를 방문한 사진이 논란이 된 이후, 추석 연휴 봉사활동을 마지막으로 다시 멈춘 상태"라며 "여론이 나빠지면 잠시 몸을 숨겼다가, 시간이 지나면 다시 재개하는 과정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MBC는 국회 시정연설에 불참하는 이유는 야당의 망신주기 때문이라는 윤 대통령 발언에 대해서도 "국회의 이런 모습은 지난 2013년 박근혜 전 대통령이 시정연설에 직접 나서기 시작한 이후부터 항상 반복돼온 일"이라고 했다. MBC는 "2017년 문재인 전 대통령 시정연설 때는 국민의힘 전신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본회의장에서 현수막을 펼치기도 했다"며 "그럼에도 두 전직 대통령은 이를 이유로 불참하지 않았고, 임기 내내 국회를 찾아 시정연설을 했다"고 지적했다. 

11월 8일 MBC '뉴스데스크' JTBC '뉴스룸' 보도화면 갈무리

JTBC는 <[팩트체크] 특검은 위헌? 일사부재리 위배?…대통령이 밝힌 거부 이유 짚어보니>, <[팩트체크] 미국 대통령도 의회 외면?…두 번 탄핵소추된 트럼프는> 등 2건의 팩트체크 기사를 내놓았다. 

JTBC는 윤 대통령이 미국을 예로 들며 특검제도의 위헌적 요소를 주장한 데 대해 "미국에서 삼권분립 논란이 있었고 법이 없어진 건 맞다"며 "하지만 연방대법원은 1988년 삼권분립 원칙에 반하지 않는다고 판단했고, 과도한 예산 사용 등을 이유로 의회가 법을 연장하지 않아 폐기됐고, 다시 특검 임명권은 법무부로 돌아갔다"고 했다. 

윤 대통령이 '김건희 특검'은 일사부재리 원칙에 반한다고 주장한 데 대해 JTBC는 "한 번 처벌했는데 또 처벌할 수 없다는 건데, 이 원칙은 재판에만 적용된다"고 했다. 한 헌법재판소 출신 법조인은 JTBC에 "검찰의 무혐의는 최종적인 법적 구속력이 없다"고 말했다. JTBC는 "특히 수사기관이 재수사로 처벌을 이끌어낸 경우도 있었다. 윤 대통령이 수사했던 MB 사건이 그랬다"며 "BBK와 다스 관련 사건이 무혐의 처분됐지만, 윤석열 당시 중앙지검장이 다시 수사하며 이명박 전 대통령은 구속됐다"고 했다. 

이어 JTBC는 미국 정치를 거론하며 야당이 탄핵소추를 남발하기 때문에 국회에 가지 않는다는 윤 대통령 주장에 대해 "이걸 반박하는 게 바로 트럼프 당선인이다.  트럼프는 지난 임기 때 탄핵 소추를 두 번이나 당하고도 의회 연설을 했기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JTBC는 "미국 대통령들의 행보는 윤 대통령과 정반대였다. 탄핵안 가결 뒤 두 달도 안 돼 하원 본회의장을 찾아 80분 동안 신년 국정연설을 했다"며 "당시 트럼프에게 악수를 거부당한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이 대통령 연설문을 찢어버릴 정도로 하원과 관계가 좋지 못했지만, 대통령으로서 자신의 소임을 다한 것"이라고 했다. 

JTBC는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도 르윈스키 성추문 사건으로 탄핵 국면에 내몰렸을 때 상·하원 합동회의를 찾아 신년 국정 연설을 했다고 소개했다. JTBC는 "당시 미국 언론은 '이번 연설을 계기로 상원이 탄핵안을 통과시킬 가능성이 사실상 물 건너갔다'고 평가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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