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선인' 논리 깨지자 '녹음 공개 불법' 억지…대법 판례는
"'종료된 대화' 제3자 청취·녹음, 통비법 위반 아니다" 박찬대 "국민의힘 헛발질에 대통령 지지율 곤두박질" 유상범, 윤석열 공천개입 물증에 통비법 위반 주장 "'언론 자유'조차 통신비밀 침해 못한다는 게 사법부 입장"
[미디어스=송창한 기자] 국민의힘이 공천개입 의혹이 제기된 윤석열 대통령 '육성 녹음파일' 제보자와 이를 공개한 더불어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가 '이재명 지키기'를 위해 통신비밀보호법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박찬대 원내대표는 '당선인 시절이라 문제없다'는 법적 논리가 이명박 전 대통령 판례로 무너지자 물증의 신빙성을 훼손하기 위한 '가짜뉴스' 공세라고 받아쳤다. 박찬대 원내대표는 실시간 대화가 아닌 녹음파일을 듣는 행위는 불법이 아니라는 대법원 판례를 제시했다.
6일 박찬대 원내대표는 당 최고위원회에서 "윤 대통령의 육성이 공개된 공천개입과 공천거래 의혹에 대해 대통령실과 국민의힘에서는 '당선인 신분이라 법적 문제가 없다'고 주장해 왔지만, 대법원 판례는 이런 주장을 탄핵하고 있다"며 "당선인 신분이라 괜찮다는 논리가 깨지자 국민의힘 일각에서 제3자가 통화를 녹음해 공개한 것은 불법이라고 주장했는데, 이 역시 틀렸다"고 말했다.
박찬대 원내대표는 "통신비밀보호법에서 금지하는 타인 간 대화의 녹음은 특정 시점에 실제 이루어지고 있는 대화를 실시간으로 녹음하는 것을 의미할 뿐, 이미 종료된 대화의 녹음물을 재생한 뒤 이를 다시 녹음하는 행위를 포함한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대법원 판례가 이미 존재한다"고 말했다. 즉, 이미 종료된 윤 대통령과 명태균 씨의 통화 내용을 제3자가 녹음해 공개한 것은 불법이 아니라는 것이다.
박찬대 원내대표는 "민심을 직시하고 대통령을 제대로 보좌해야 할 대통령실과 국민의힘이 이렇게 헛발질을 하고 있으니 대통령 지지율이 계속 곤두박질치는 것"이라며 "엉뚱한 가짜뉴스 유포를 중단하고 겸허하게 불법을 인정하고 국민께 참회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지난 2월 대법원은 종료된 대화의 녹음물을 재생해 듣거나, 다시 녹음하는 행위는 통신비밀보호법 위반이 아니라고 판결했다. 대법원은 판결문에서 통신비밀보호법 제3조1항(타인 간 대화 녹음·청취 금지)의 '대화'와 '청취'의 개념과 관련해 "‘대화’는 원칙적으로 현장에 있는 당사자들이 육성으로 말을 주고받는 의사소통행위로서, 이러한 의사소통행위가 종료되면 청취 대상으로서의 대화도 종료된다"고 했다. 대법원은 "종료된 대화의 녹음물을 재생해 듣는 것은 대화 자체의 청취라고 보기 어렵고, 통신비밀보호법 제3조 제1항이 대화의 녹음물까지 청취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지도 않다"고 설명했다.
대법원은 타인 대화를 기계적 수단을 이용해 청취할 수 없다고 규정한 통신비밀보호법 제14조 제1항에 대해 "이미 종료된 대화의 녹음물을 재생해 듣는 방식으로 이뤄지는 청취는 제14조 제1항이 금지하고자 하는 청취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대법원은 오히려 "종료된 대화의 녹음물을 재생하여 듣는 행위도 '청취'에 포함시키는 해석은 '청취'의 범위를 너무 넓혀 금지 및 처벌 대상을 과도하게 확장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대법원은 "나아가 이는 명문의 형벌법규 의미를 엄격하게 해석하기보다는 피고인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지나치게 확장해석하거나 유추해석하는 것으로서 죄형법주의의 원칙에 비추어 보더라도 타당하지 않다"고 했다.
지난 5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민의힘 간사 유상범 의원은 당 원대대책회의에서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가 공개한 윤 대통령 녹취는 통신비밀보호법을 위반한 불법 녹음"이라며 "헌법의 두터운 보호를 받는 '언론의 자유'조차 통신의 비밀을 침해할 수 없다는 것이 사법부의 확립된 입장"이라고 주장했다.
유상범 의원은 "박찬대 원내대표가 공개한 녹취는 김영선 전 의원의 운전기사 김 씨가 통화내용을 녹음한 것"이라며 "김 씨가 통화를 몰래 녹음하고 누설한 행위, 이를 박찬대 원내대표 등이 공개한 행위는 모두 현행법에 저촉되며, 지난 1일 한 시민단체(자유대한호국단)는 박찬대 원내대표를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고발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말했다.
유상범 의원은 "헌법 제18조는 통신의 비밀 보호를 핵심으로 하는 ‘통신의 자유’를 선언하고 있으며 이를 구체화한 통신비밀보호법은 타인간 대화에 대한 불법적 도청과 녹음을 금지하고 있다"면서 "구체적으로 공개되지 아니한 타인 간의 대화는 녹음 또는 청취하지 못하고, 이를 위반해 취득한 대화 내용을 공개하거나 누설한 자는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과 5년 이하 자격정지의 중한 형벌에 처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유상범 의원은 "‘이재명 지키기’를 위해 헌법과 법률은 안중에도 없는 민주당의 행태는 결국 국민의 심판을 받게 될 것"이라고 했다.
이 같은 유상범 의원 발언은 CBS노컷뉴스, KBS, 한겨레, 더팩트, 파이낸스투데이, 뉴스1, 강원일보 등이 보도했다. 한겨레는 친윤계인 유상범 의원이 '당선인' 방어 논리가 흔들리자 물증에 화살을 돌렸다고 비판했다. 뉴스1은 유상범 의원 발언 뒤에 "명태균이 녹음한 '윤석열-명태균 사이의 대화'를 제3자가 재녹음하고, 그 녹음을 또 다른 이가 공개하는 것은 불법이 아니다"라는 김형연 조국혁신당 법률특보(전 법제처장)의 반박을 덧붙였다. 다른 언론사들은 유상범 의원 발언만 보도했다.
지난달 31일 민주당이 공개한 녹취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2022년 5월 9일 명태균 씨에게 "공관위에서 나한테 들고 왔길래 내가 김영선이 경선 때부터 열심히 뛰었으니까 그거는 김영선이를 좀 해줘라 그랬는데 말이 많네 당에서"라고 말했다. 이에 명 씨는 "진짜 평생 은혜 잊지 않겠습니다. 고맙습니다"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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