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윤 대통령 시정연설 포기에 "무슨 돌 맞겠단 건가"

"돌 던져도 맞고 가겠다"던 윤 대통령 대통령 예산안 국회 시정연설 11년 만 중단 한국일보 "'불통' 논란 가중되는데 여론 등한시" 경향신문 "국민 앞에 설 자신도 없는 대통령" 동아일보 논설주간 "지지율 10%대에 집단 정신승리"

2024-11-04     송창한 기자

[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22대 국회 개원식에 이어 내년도 예산안 국회 시정연설도 불참했다. '명태균 게이트'로 여권 전체가 혼란에 빠진 가운데, 대통령이 국민에 대한 기본적인 설명책임도 저버렸다는 언론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대통령실이 '집단 정신승리'에 빠졌다는 평가도 나온다. 윤 대통령 지지율이 집권 2년 반 만에 20% 아래로 떨어지며 조기 레임덕이 현실화하고 있지만 대통령실은 '일본 기시다 전 총리보다 높지 않냐'는 인식을 공공연하게 내비치고 있다는 지적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31일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2024 대한민국 소상공인대회 개막식'에 참석해 축사를 위해 단상으로 향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연합뉴스)

4일 정부는 국회에서 내년도 예산안에 대한 시정연설을 한다. 한덕수 국무총리가 연설문을 대독할 예정이다. 2013년 박근혜 정부부터 이어진 대통령의 국회 시정연설이 11년 만에 중단됐다. 윤 대통령은 1987년 민주화 이후 처음으로 지난 9월 열린 국회 개원식에 불참했다. 

여권은 야당의 과도한 정권 비판으로 인해 정쟁이 발생할 우려가 있어 윤 대통령이 국회에 오지 않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민주당이 대통령을 탄핵하겠다고 거리로 나서는 분위기 속에서 차분한 시정연설이 되겠냐"고 했다. 하지만 3일 동아일보 보도에 따르면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중진 의원들의 의견을 수렴해 '윤 대통령이 시정연설에 참석해야 한다'는 입장을 대통령실에 전달했다고 한다. 

이에 대해 4일 조선일보는 사설 <與圈 모두 불안, 대통령은 위기감 느끼나>에서 '돌 던져도 맞고 가겠다'는 윤 대통령 최근 발언을 거론하며 "무슨 돌을 어떻게 맞고 가겠다는 것인가"라고 따져 물었다. 

조선일보는 "어떤 어려움도 회피하지 않고 정면 돌파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하는 줄 알았다. 그런데 야당의 모욕적 언사나 행태를 참기 싫어서 국민에게 국정을 설명하는 자리에도 안 나가겠다고 한다"며 "여권 전체가 위기감을 호소하며 불안해하고 있는데 대통령 한 사람만 못 느끼는 것인가"라고 했다. 

우원식 국회의장이 4일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2025년도 예산안 및 기금운용계획안에 대한 시정연설에 불참한 윤석열 대통령에 대해 유감을 표명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일보는 기사 <尹 입만 바라보는데... 대응커녕 시정연설마저 포기한 대통령>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공천개입을 비롯한 온갖 의혹에 입을 닫았다"며 "지지율이 추락하고 '불통' 논란이 가중되는데도 아랑곳없다"고 보도했다. 한국일보는 "윤 대통령은 외교 일정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1심 선고 이후인 이달 하순쯤 국민과 소통하는 자리를 마련할 전망"이라며 "예상대로라면 타이밍이 늦어도 한참 늦었다"고 했다. 

한국일보는 "윤 대통령이 야당만 외면하는 건 아니다. 여론도 등한시하고 있다"며 "국민 앞에서 자초지종을 속히 밝혀야 할 텐데 미적대고 있다. 늑장대응은 역효과를 자초할 뿐"이라고 했다. 한 여권 관계자는 한국일보에 “대통령실이 각종 의혹에 대응하지 않았던 게 자신감 때문일 거라 믿어온 지지자들조차 ‘실상은 참모들도 전모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었던 것이냐'는 배신감을 토로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한국일보는 사설 <尹대통령, '명태균 사태' 해결에 정권 명운 걸렸다>에서 "대통령실의 안이한 인식과 태도가 국민의 분노를 더 키우고 있다. 공천개입 정황이 육성으로 전해진 심각성을 헤아려도 모자랄 판에 고압적·공세적 언행이 나오는 건 이해하기 힘든 상황"이라며 "여권 전체가 윤 대통령 부부와 명씨 간 의혹이 뭐가 더 나올지 몰라 두려워할 지경이 아닌가. 그럼에도 윤 대통령은 오늘 국회 시정연설에 불참한다고 한다"고 비판했다. 

한국일보는 "매우 부적절하다. 시정연설은 대통령이 정부를 대표해 직접 예산안 내용을 설명하며 국회 협조를 구하는 자리"라며 "힘겹더라도 국회에 나가 '명태균 사태'는 물론 김건희 여사 문제 등에 대해서도 진솔하게 경위와 입장을 밝히는 게 맞다. 그게 정 어렵다면 임기반환점(11월 10일)에 맞춰서라도 정권의 명운을 걸고 명태균 사태 해결에 나서야 한다"고 했다. 

지난 2일 서울 중구 서울역 일대에서 더불어민주당 주최로 열린 김건희 윤석열 국정농단 규탄·특검 촉구 국민행동의날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공동취재=연합뉴스)

경향신문은 사설 <커지는 촛불, 윤 대통령은 국민 앞에 설 자신도 없나>에서 "지금 윤 대통령은 국민들 볼 면목이 없을 것이다. 그럴수록 더욱 낮은 자세로 윤 대통령 부부의 잘못에 대한 진솔한 입장과 합당한 대책을 밝히는 게 국민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라며 "'돌 맞고 가겠다'는 윤 대통령은 국민 앞에 설 자신도 없는 것인가"라고 했다. 

경향신문은 윤 대통령 육성 녹취는 '법적·정치적·상식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정진석 대통령비서실장 발언에 대해 "민심과 싸우자는 건가"라며 "오만과 불통으로 윤석열 정부가 이 지경에 이르고도 정신을 못 차리고 있다"고 했다. 

한겨레는 사설 <윤 대통령 이번엔 시정연설 불참, 오만·불통의 극치>에서 "대통령실은 3일까지도 국회의장실에 윤 대통령 참석 여부와 경호 협조 등에 관한 연락을 보내지 않고 있다고 한다"며 "결정이 안 된 게 아니라 실은 불참하기로 다 정해놓고도 여론 비판을 무디게 하려고 막판까지 고민하는 척하며 간을 보는 것임을 누가 모르겠나"라고 했다. 

한겨레는 "고작 면전에서 야당 의원들의 거센 비판이 나올까 두렵고 싫어서라는 것이다. 이게 과연 행정부 수반으로서 내년도 예산 677조원이 어디에 쓰일지 국회와 국민에게 직접 설명하는 대통령의 책무를 거부하는 이유가 된다고 보는 것인가"라며 "민심의 지지를 잃은 대통령이 여소야대 국회마저 대놓고 무시하는 행태는 결코 정상이 아니다"라고 했다.  

동아일보 천광암 논설주간 4일 칼럼 갈무리 (빅카인즈)

동아일보 천광암 논설주간은 <‘지지율, 기시다보다 높은데 뭘…’ 용산의 기막힌 정신승리>라는 제목의 칼럼을 썼다. 정진석 비서실장은 지난 1일 국회 운영위원회에서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처음으로 10%대로 진입한 데 대해 "직전의 (일본) 기시다 총리도 뭐 계속 15%, 13% 내외였다"며 "유럽의 정상들도 20%를 넘기는 정상들이 많지 않다"고 말했다. 또 다른 대통령실 관계자는 동아일보에 "지난주의 20%와 사실 한 끗 차이 아닌가"라고 말했다. 

천 논설주간은 "이만저만한 '집단 정신승리'가 아니다"라고 했다. 천 논설주간은 미국 모닝컨설트의 25개국 정상 지지율 조사 결과(9월 25일~10월 1일 조사)를 보면 오차를 감안해도 유럽 정상 14명 중 20%를 넘는 정상이 11명이라고 짚었다. 천 논설주간은 "유럽을 쳐다보면서 '위안거리'를 찾을 일이 아니다"라며 "참고로 이 조사에서 윤 대통령의 지지율은 16%, 25명 중 최하위"라고 했다. 

천 논설주간은 윤 대통령의 10%대 지지율은 서방의 어느 잣대를 빌려오더라도 '레임덕' 수준이라고 했다. 천 논설주간은 ▲미국 바이든 대통령의 연임 도전 포기 ▲영국 리시 수낵 총리와 일본 기시다 총리의 퇴진 ▲독일 올라프 숄츠 총리와 캐나다 쥐스탱 트뤼도 총리의 국정 주도권 상실 ▲프랑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 '내년 봄 조기 퇴진론' 등을 설명했다. 

지난 1일 국회에서 열린 운영위원회의 대통령비서실과 국가안보실, 대통령 경호처 대상 국정감사에서 김 여사 공천 개입 의혹을 제기한 강혜경 씨가 증인으로 출석, 증언대에 서 있다. 오른쪽은 의원 질의에 답변 중인 정진석 대통령비서실장 (사진=연합뉴스)

천 논설주간은 "그런데도 용산의 위기의식은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김건희 여사를 둘러싼 의혹 규명에 대한 국민적 요구가 갈수록 높아지는데 특검은 고사하고, 특별감찰관 도입마저 싫다고 버티는 중"이라며 "대통령 참석이 관행인 국회 시정연설에도 총리를 대신 보낸다고 한다. 야당이 뭐라건 중도층 민심이 어떻건, 지금까지 해온 대로 핵심 지지층만 단단히 붙잡고 가면 된다는 생각"이라고 했다. 

천 논설주간은 "스포츠 경기를 떠올려 보면, 잘하는 상대편 선수보다 느슨한 플레이로 실수를 연발하는 우리 편 선수에게 더 많은 비난이 쏟아진다"며 "정치에서도 기대나 희망이 포기나 절망으로 변하는 순간 ‘못하는 우리 편이 가장 미운 법’이다. 이번 조사를 보면 이미 임계점을 넘었는지도 모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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