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민 "박장범, KBS 조직개편 공감...시행 의지 밝혔다"
KBS 이사회, '박민 표 조직개편' 시행일 12월 16일로 연기 야권 이사 "급하게 먹은 밥이 체한 것…원점 재검토해야" 서기석 이사장 "이사회 의결 사항, 새 집행부는 시행 의무 있어" "박민, 수진료 분리징수 원만히 해결…임직원 모두 감사해" 박민 "KBS, 세계 최고 공영방송 만들려 했지만 부족"
[미디어스=고성욱 기자] 박민 현 KBS 사장이 박장범 사장 후보자도 조직개편 취지에 공감하고 있다고 전했다. KBS 이사회는 이날 조직개편안 시행일을 차기 사장 임기 후인 오는 12월 16일로 연기했다.
KBS 이사회는 30일 ‘조직개편안 시행일’을 기존 11월 4일에서 12월 16일로 변경하는 내용의 ‘직제개정안 부칙’ 개정안을 상정했다. 해당 안건은 현 경영진이 긴급안건 상정을 요청했다.
지난달 25일 이사회는 대다수 구성원이 반대하는 조직개편안을 강행 처리했다. 조직개편안 골자는 ▲시사프로그램 제작 보도국 이관 ▲기술본부 대규모 축소 등이다. 해당 조직개편에 반발해 제작본부 1팀장단과 기술본부 및 제작기술센터 팀장 53명이 보직 사퇴했다.
이날 박민 사장은 “지난 9월 25일 이사회가 의결한 직제개정안이 11월 4일자로 시행 예정이었으나, 차기 사장이 임명제청됨에 따라 원활한 공사 경영을 위해 조직개편 시행일을 변경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어 “다행히 후임으로 제청되신 분도 전체적인 직제개편의 취지에 공감하고 그대로 시행하겠다는 것을 저와 소통했다”면서 “다만 후임으로 제청된 분이 취임할 때 상당수의 인사 공백이 발생하기 때문에 연기를 요청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 사장은 “직제개정안을 처리할 때 이에 대한 우려와 지적이 많이 있었다”면서 “이런 점을 감안하면 시행일을 좀 더 늦게 잡았어야 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다. 그 점에 대해서는 죄송하다”라고 말했다.
야권 추천 이사들은 후임 사장 임명제청 전, 현 경영진이 추진한 조직개편안을 통과시킨 점에 대해 비판했다. 김찬태 이사는 “급하게 먹는 밥이 체한다고, 이런 사달이 난 것”이라며 “면접 심사 일주일 전 직제규정 세칙 문서가 나왔는데 그때까지만 해도 이런 일이 벌어질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다”고 지적했다.
김 이사는 “면접 심사 당시 박장범 지원자도 조직개편에 대해 문제점을 제기한 부분이 있다”며 “부분 개편으로 보완될지 모르겠는데, 지금이라도 원점 재검토하는 것이 낫다”고 말했다.
정재권 이사는 “이 조직개편안은 박민 사장이 역점을 둔 이른바 ‘박민 표 조직개편’”이라며 “박장범 후보자가 이 취지에 공감해서 시행할 수는 있지만, 이사회가 박 후보자에게 이 조직개편안을 왜 수행했고, 무엇을 구현하려고 하고, 어떻게 시행하려고 하는지 등을 물어보는 절차가 반드시 필요하다. 박장범 후보자는 현장 조직을 강화하겠다고 했는데, 그 구상을 이 조직개편에 어떻게 투영할 것인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정 이사는 “박장범 후보자가 아무리 조직개편 취지에 동의했다고 하더라도, 이 조직개편안으로 어떻게 회사를 꾸려나갈 것인지 듣지도 못한 상태에서 그대로 시행하게 해주는 것은 이사회의 책임을 방기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상요 이사도 “박장범 후보자가 ‘조직개편안’에 동의했다고 하는데, 현 사장을 통해서만 들은 것으로 확인 과정을 거쳐야 한다”며 “이 조직개편안에 대해 직원들의 반발이 많았다. 사장 후보자가 동의했더라도, 추후 구성된 집행부가 반대할 수 있는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이에 서기석 이사장은 “법률적 관점에서만 말하면 이 직제규정개정안은 다수 이사, 소수 이사 의견을 모두 수렴해 의결이 확정된 것”이라며 “법적으로 집행부가 바뀌는지와 관계없이 시행돼야 하고, 새 집행부는 이걸 시행할 의무가 있다”고 했다. 서 이사장은 “만약 새로 하겠다면 개정안을 다시 접수해 이사회가 통과시키면 된다”고 말했다.
이에 여권 성향 권순범 이사는 “최종 의결기관인 이사회가 의결했으면 직제개편안의 법률적 권한은 이사회에 있는 것”이라며 “(후임 사장이) 12월 10일 새 집행부를 꾸리면 이야기를 듣는 자리가 있을 것이다. 임명제청자에 대한 생각은 나중으로 미뤄도 된다”고 말했다.
이사회에 참석한 여권 이사 6인 전원이 조직개편 시행일 연기에 동의하면서 해당 안건이 통과됐다.
이날 류일형 이사는 박민 사장에게 “박민 사장이 노사간 단체협약 문제를 마무리 짓고 물러나면 후임 집행부에 편안한 노사 분위기를 만들어 주는 역할을 할 수 있지 않겠나”라고 물었다.
이에 박민 사장은 “단협이 타결되지 않는 것은 노사관계 원칙, 일정 부분 법에 어긋나는 조항이 있기 때문”이라며 “저희가 양보할 부분도 있지만, 원칙을 지켜야 하는 부분도 있다. 기본 원칙을 훼손할 수 없다”라고 답했다.
한편, 서기석 이사장은 이사회 말미 “현 집행기관이 참석하는 마지막 이사회가 될 것 같다”며 “박민 사장이 취임해 새로운 집행부와 혼신의 힘을 다해 수신료 분리징수 문제를 원만히 해결했다. 그 부분에 대해 KBS 임직원, 이사회 모두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 사장을 비롯한 간부들이 월급을 반납하면서 혼신의 힘을 다해 노력한 것을 KBS 직원들이 모두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박민 사장은 이사회 모두 발언에서 "지난 1년간 KBS에 닥친 전례 없는 위기를 극복하고, KBS를 세계 최고의 공영방송으로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했지만 부족함이 많았다"면서 "차기 사장과 경영진이 취임과 동시에 차질 없이 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앞으로 남은 기간은 인수인계 작업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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