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면 장식하는 박장범 키워드 ‘쪼만한 백’ '아부 보도' '용산 방송'
동아일보 "KBS '윤 대통령 대담' 녹화, 공영방송 흑역사" 한겨레 "얼마나 정권에 아부하는 보도 쏟아낼지..." 경향신문 "정권 입맛 사장, 독재 시절에나 있을 법한 발상"
[미디어스=고성욱 기자] 동아일보 논설위원이 ‘조그마한 파우치’ 논란의 박장범 KBS 앵커가 차기 사장에 내정된 것을 두고 “웬만한 공적을 남기지 않으면 그저 ‘쪼만한 백’ 덕에 큰 감투 쓴 인물로 기억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겨레, 경향신문은 각각 “얼마나 정권에 아부하는 보도를 쏟아낼지 우려된다” “정권 입맛에 맞는 사장은 독재 시절에나 있을 법한 발상”이라면서 박장범 사장 후보자 임명제청 철회를 촉구했다.
23일 KBS 이사회는 사장 후보 3인에 대한 면접 심사를 거쳐 박장범 지원자를 최종 사장 후보자로 선출했다. 이날 야권 추천 이사 4인은 ‘사장 선임 강행’에 반발해 투표에 참여하지 않았다. 박장범 후보자는 인사청문회를 통과해 윤석열 대통령이 임명하면 오는 12월 10일부터 임기를 시작하게 된다. 야권 추천 이사 4인은 24일 서울행정법원에 ‘박민 사장후보자 임명제청’ 이사회 의결 효력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이진영 동아일본 논설위원은 25일 칼럼 <“쪼만한 백” KBS 사장 선임>에서 “KBS 박장범 앵커는 ‘파우치 앵커’ 혹은 ‘쪼만한 백’으로 불린다”면서 지난 2월 윤 대통령과 박 후보자의 특별 대담을 거론했다. 박 후보자는 ‘김건희 명품백 수수’ 사건에 대한 질의를 하며 ‘파우치’ ‘조그마한 백’ 등의 표현을 사용해 사안을 축소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 논설위원은 “대통령이 4월 총선 최대 악재인 명품백에 대해 처음 공식 입장을 밝히는 자리였지만 질문이 뭉툭해서인지 대통령은 사과하지 않았다”며 “18개월간 공식 회견을 거부하던 대통령의 녹화 대담을, 그것도 녹화 3일 후 내보내는 방식을 수용한 것 자체가 공영방송의 흑역사로 남을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 논설위원은 “2000년대 초중반부터 정치색 짙은 인물이 사장이 돼 정권 바뀔 때마다 새 사장이 전임자 시절 ‘용비어천가’를 반성하는 게 관례가 됐다”면서 “박민 사장도 첫 공식 행보로 대국민 사과를 했는데 그 후로도 KBS 시청자위원회에서 ‘뉴스9가 땡윤뉴스라는 조롱을 많이 받는다’는 지적이 나왔다”고 말했다. 이 논설위원은 ‘야권 이사 4인의 가처분 신청’을 거론하며 “소송에서 이기고 인사청문회 마치고 사장이 돼도 웬만한 공적을 남기지 않으면 그저 ‘쪼만한 백’ 덕에 큰 감투 쓴 인물로 기억될 것”이라고 말했다.
같은 날 한겨레는 사설 <KBS 사장 후보에 ‘조그만 백’ 박장범, 공영방송 모욕이다>에서 “KBS 내부에선 ‘조그만 파우치’가 ‘대통령 술친구’를 이겼다는 조롱 섞인 반응이 나온다”면서 “공영방송 사장이라는 중대한 직책이 대통령 부부와의 친소 관계나 아부성 발언의 대가인 것처럼 해석되는 현실 자체가 공영방송의 위상과 가치를 훼손하는 모욕이 아닐 수 없다”고 비판했다.
한겨레는 23일 면접심사에서 박 후보자가 ‘조그마한 파우치 논란’과 관련해 “문제가 된 상품을 찾아보니 ‘디올 파우치’였다. 제조사가 붙인 이름을 쓰는 게 원칙”이라고 해명한 것을 두고 “궤변을 늘어놓았다”고 직격했다.
한겨레는 “대통령 심기를 불편하지 않게 하려고 애써 의미를 축소하여 표현하는 걸 전 국민이 지켜봤는데 비논리적인 해명으로 빠져나가려고 하는 것”이라며 “이런 인사가 한국방송 사장이 되면 앞으로 얼마나 더 정권에 아부하는 보도를 쏟아낼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한겨레는 최근 본안 소송에서 ‘2인체제 방송통신위원회 의결의 위법성’ 판단이 나온 것을 거론하며 “5인 합의제 행정기관인 방통위에서 다수결 원리가 성립하려면 최소 3인의 위원이 필요하다는 취지였다”며 “이 모든 ‘위법 행렬’이 윤 대통령의 무리한 방송 장악 욕심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윤 대통령은 하루속히 방통위를 정상화하고, 공영방송의 자유와 독립을 보장해야 한다”고 했다.
경향신문도 같은 날 사설 <‘파우치 사장’ 현실화한 KBS, ‘용산 방송’ 시비 계속되나>에서 “정권에 편향된 보도로 시청자 신뢰도가 뚝 떨어진 KBS가 ‘용산 방송’이란 오명을 이어가겠다는 것인가”라고 비판했다.
경향신문도 면접 심사에서 박 후보자의 ‘조그마한 파우치’ 해명을 두고 “사안을 꿰뚫는 적확하고 간결한 표현으로 독자들의 이해를 돕는 언론의 주요 기능을 무시한 궤변이다. 사안의 심각성을 애써 축소하려던 의도를 시민들이 모를 거라 생각하는가”라고 지적했다.
경향신문은 “1974년 10월24일 박정희 유신 권력의 탄압에 맞서 언론인들은 자유언론에 역행하는 어떠한 압력에도 굴하지 않겠다는 ‘자유언론실천선언’을 했다. 50년이 지난 오늘도 언론을 옥죄고 ‘입틀막’ 하려는 권력의 시도들이 끊이지 않고 있다”면서 “정권의 입맛에 맞는 사람을 공영방송 사장에 앉히겠다는 시도는 독재 시절에나 있을 법한 반민주주의적 발상으로 방통위 2인 체제에서 뽑힌 ‘KBS 파우치 사장’ 결정은 철회해야 마땅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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