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조선의 '양박' 박충권, 민주당 방송장악 문건 발언 유감 표명

"사실관계 잘못돼 정정"…매일신문 유튜브서 문건 작성자 특정 김장겸·보수단체, 지난해 '방송장악 문건' 고소·고발 "풍문으로 듣고 무책임하게 '방송장악 문건' 헛소리"

2024-10-22     송창한 기자

[미디어스=송창한 기자] 박충권 국민의힘 의원이 국정감사장에서 안정상 전 민주당 수석전문위원(중앙대 겸임교수)을 '문재인 정부 방송장악 시나리오 문건' 작성자로 지목한 데 대해 "사실관계를 정정한다"고 밝혔다. 박 의원은 매일신문 유튜브에 출연해 이같이 주장했다. 문제의 주장은 매일신문 관련 기사에서 삭제됐지만 유튜브 방송에는 그대로 남아 있다. 

김장겸 국민의힘 의원과 보수단체는 방송장악 시나리오 문건이 성명불상의 민주당 관계자를 직권남용 혐의로 고소했다. 국민의힘 의원이 사실관계 오류를 인정하고 정정한 사안에 또 다른 국민의힘 의원은 고소를 진행하고 있는 것이다. 

박충권 국민의힘 의원이 21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안정상 전 민주당 수석전문위원에게 유감을 표명하고 있다 (국회의사중계시스템)

박 의원은 21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국정감사에서 "한 가지 정정 요청을 드릴 부분이 있다"며 "제가 지난 10월 7일 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 날에 방통위 야당 몫 후보로 거론되는 분들을 얘기하는 과정에서 안정상 전 수석에 대해 '민주당 방송장악 문건을 작성한 사람'이라고 언급한 적이 있다. 이 부분에 대해 사실관계가 잘못된 부분이 있는 것 같아 정정 말씀 드린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안 전 수석이 문재인 정부 방송장악 시나리오를 작성하지 않았다고 말했다"며 "시나리오 기획과 문건 작성자가 다를 수 있다는 점을 제가 간과한 것 같다. 착오가 있었던 점에 대해 안 전 수석에게 유감을 표명한다"고 했다. 지난 7일 국정감사에서 박 의원은 의사진행발언, 질의를 통해 "안정상 중앙대 겸임교수는 2017년에 논란이 됐던 민주당 워크숍에서 논란이 됐던 방송장악 시나리오 문건이라는 걸 작성했던 사람"이라고 주장했다. 그의 유감 표명은 안 전 수석이 작성한 문건은 방송장악 문건이 아니지만, 문재인 정부 방송장악 시나리오 기획자는 따로 있다는 얘기로 풀이된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그동안 안 전 수석이 작성한 문건을 '문재인 정부 방송장악 시나리오'의 핵심 증거물로 주장해왔다. 국민의힘 미디어국이 성명을 통해 해당 문건을 '방송장악 문건'이라고 문제삼은 횟수만 13차례에 달한다. 박 의원의 정정·유감 입장 표명으로 기존 국민의힘 주장이 설 땅을 잃은 모양새다.  

안 전 수석이 작성한 문건은 2017년 민주당 수석전문위원실이 당 워크숍에서 배포한 것으로 당시 민주당에서 공식적으로 해온 이야기와 시민사회의 움직임을 정리한 문건이다. 2017년 9월 8일 조선일보의 <與 "KBS·MBC 野측 이사 비리 부각시키고, 시민단체로 압박"> 기사를 통해 '방송장악 문건'으로 불려왔다. 

해당 문건이 민주당 과방위원들에게 전달된 시점은 2017년 8월 25일이다. 민주당은 이전부터 김장겸 MBC 사장과 고대영 KBS 사장의 퇴진을 공개적으로 요구했다. 2017년 6월 8일, 7월 26일, 8월 8일, 8월 10일, 8월 16일 민주당의 관련 공개 발언을 확인할 수 있다. 공영방송 노동자들, 언론시민단체, 언론학계 등에서 공영방송 경영진을 비판하고 퇴진을 요구한 시점도 문건 작성·전달 이전이다. 

지난 9월 11일 박충권 국민의힘 의원이 출연한 매일신문 유튜브 방송 '이동재의 뉴스캐비닛' 방송화면

박 의원은 지난 9월 11일 매일신문 유튜브 '이동재의 뉴스캐비닛'에 출연해 "안정상 중앙대 겸임교수라는 분이 있다. 이분이 누구냐 하면, 2017년 당시 민주당 워크숍에서 공개됐던 방송장악 시나리오 문건이라는 것을 작성한 사람"이라고 말했다. 매일신문은 해당 유튜브 방송분 전문을 기사화했다. 매일신문은 10월 15일 해당 기사에서 '안정상' '방송장악 문건'이 거론된 부분을 들어냈다. 다만 매일신문 유튜브 방송에서는 박 의원의 문제 발언이 확인된다. 

안 전 수석은 지난 9월 1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박충권이라는 국민의힘당 초선 국회의원이 어느 이상한 유튜브에서 대담을 하면서 저보고 문재인 정부 시절 방송 장악 시나리오 문건이라는 것을 작성한 사람이라고 한다"며 "박충권 초선 국회의원 같이 실상을 제대로 알지도 못한 자들이 어디서 풍문으로만 듣고는 무책임하게 방송장악 문건이라고 헛소리를 한다"고 반박했다. 

안 전 수석은 "2017년 8월 25일에 정기국회를 앞두고 (모든 당이 공통적으로 개최하는)국회의원 연찬회가 열렸다. 연찬회 프로그램 중에는 해당 상임위원회별로 주요 현안 등을 논의하는 '분임토의' 시간이 있는데 여기서 논의할 자료를 정책위원회 전문위원들이 작성해서 가져간다"며 "진짜 극비리에 방송장악을 위한 비밀 문건을 만든다면 저 혼자서, 그것도 실명까지 드러내놓으면서 했겠냐"고 말했다. 

안 전 수석은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된다는 건 당시 국민의힘당 의원들이나 보좌진들도 다 알고 있었다"며 "저는 언론을 대선 승리의 전리품이나 정권의 전유물로 생각하고 장악의 대상으로 삼는 권력집단을 증오한다. 그래서 이를 막기 위해 혼신의 노력을 다 기울여 왔다고 자부한다"고 말했다. 

2023년 8월 8일 당시 김장겸 전 MBC 사장(현 국민의힘 의원) 등이 '문재인 정부 언론장악 문건' 관련자를 고소하겠다며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민원실로 향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지난해 8월 당시 김장겸 전 MBC 사장(현 국민의힘 의원)과 고대영 전 KBS 사장은 대검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민주당 공영방송 장악 문건' 관계자를 직권남용 혐의로 고소한다고 밝혔다. 보수 언론단체 미디어연대도 같은 내용으로 고발장을 제출했다.

한편, TV조선은 지난 15일 기사 <與 과방위 '양박(兩朴) 의원', 상임위서 연일 전투력 과시>에서 박충권 의원을 치켜세웠다. 다른 양박은 TV조선 출신 박정훈 의원이다. 

TV조선은 "전체 위원 20명 가운데 여당이 7명에 그쳐 '숫적 열세'라는 구조적 한계에 봉착해있지만, 이들 '양박(兩朴)' 의원들의 활약에 그나마 여당 목소리가 들린다는 평가가 나온다"며 "사실상 민주당 의지에 따라 개의와 산회가 이어지는 상황 속에서, '양박'의 질의 덕분에 무기력하게 끌려만 다닌다는 지적을 면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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