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구성원, "용산방송 거부한다" 깃발 올렸다

'단체협약 쟁취 공영방송 사수' 투쟁결의대회 '박민 체제' 고발 "3년이면 KBS 지하 추락 충분" "타사, 현안 못따라 가는 KBS보도 모니터링 안해" "TV조선 뉴스 따라갈 거다? 아니 더 심해"

2024-10-18     고성욱 기자

[미디어스=고성욱 기자]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가 “국민이 KBS다. 용산방송 거부한다”는 구호와 함께 ‘박민 사장 체제 1년’ 고발로 단체행동의 시작을 알렸다. 

18일 언론노조 KBS본부는 서울 여의도 KBS본관 앞에서 <단체협약 쟁취 공영방송 사수 투쟁결의대회>를 열었다. KBS본부 쟁의행위 찬반투표 가결 이후 실시된 첫 집단행동이다. KBS본부의 이번 집단행동은 지난 2017년 총파업 이후 7년 만이다.

18일 언론노조 KBS본부가 서울 여의도 KBS본관 앞에서 '단체협약 쟁취 공영방송 사수 투쟁결의대회'를 열었다.(사진=미디어스)

결의대회에 언론노조 KBS본부 소속 본사 27개 구역과 지역 12개 지부에서 600명(주최 측 추산)이 참석했다. 윤창현 언론노조위원장, 조기호 자유언론실천재단 이사장 등이 함께 했다. 언론노조 KBS본부는 이날 결의대회를 시작으로 사장 선임 절차 중단을 위한 본격적인 투쟁에 돌입한다는 방침이다. 

쏟아지는 폭우에 우비를 챙긴 언론노조 KBS본부 조합원들은 깃발을 들고 자리했다. 결의대회 현장에 ‘권력으로부터 독립, 국민만이 주인이다’ ‘용산방송 거부하고 돌아가자 국민방송’ 현수막이 걸렸다. KBS본부는 “국민이 KBS다. 용산방송 거부한다”는 구호로 결의대회 시작을 알렸다. 

18일 서울 여의도 KBS본관 앞에서 '단체협약 쟁취 공영방송 사수 투쟁결의대회'에서 한 참석자가 '용산방송 거부한다' 피켓을 들고 있다.(사진=미디어스)

박상현 KBS본부장은 “지난 1년간 KBS가 어떻게 망가졌는지 현업에 계시는 분들이 더 잘 아실 것”이라면서 “자격없는 새 이사들이 KBS를 용산 방송으로 계속 만들기 위해 새 사장 선임을 강행하고 있다. 1년 동안 KBS를 망쳐왔던 박민, ‘조그마한 파우치’의 박장범, ‘김건희를 뉴스에서 지운’ 김성진 이들이 KBS의 미래를 그릴 수 있겠나”라고 따져 물었다. 박 본부장은 “KBS가 국민의 방송이 되는 것은 미래 일인 것 같지만, 미래를 기다리지 말고 지금부터 우리가 국민의 방송을 만들어 가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지난 1년간 박민 사장 체제의 ▲수신료 대응 실패 ▲제작시스템 파괴 ▲보도 참사 ▲대규모 조직개편 등을 고발하는 시간이 이어졌다. 강나루 시사보도구역 중앙위원은 ”명태균 사례만 봐도 9월 초에 최초 보도가 나왔는데 <뉴스9>은 한 달 뒤에 처음 나왔다”며 “시청자들이 궁금해하는 사안, ‘남한 뉴스’에 관심 있는 시청자는 우리 뉴스만 봐서는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18일 서울 여의도 KBS본관 앞에서 '단체협약 쟁취 공영방송 사수 투쟁결의대회'에서 강나루 중앙위원이 발언을 하고 있다.(사진=미디어스)

강 중앙위원은 올해 한국기자협회 조사에서 KBS 신뢰도가 급락한 것을 거론하며 “박민 사장으로 바뀌고 나서 타사 기자들이 ‘TV조선 뉴스 따라갈 거다’라고 비아냥거렸는데, TV조선보다 더 심하다”면서 “다른 매체들이 모니터링할 때 KBS 기사는 모니터링하지 않는다는 얘기를 많이 한다. 현안을 따라가지 못하는 보도들 위주이기 때문에 타사 기자들도 긴장하지 않는 것”이라고 토로했다.

강 중앙위원은 “무엇보다 박민 사장이 우리가 KBS라는 공영방송을 지탱하고 있는 구성원으로서 갖고 있는 자부심과 자긍심을 뺏어간 게 가장 크다”라고 강조했다.

수신료국 소속 김형준 조합원은 KBS가 수신료를 직접 징수하는 비율은 2%뿐이지만 징수 체계를 보면 한숨만 나온다면서 “KBS가 징수하는 수신료는 사전에 금융기관과 협조가 안 돼, KBS에 직접 수신료를 납부하는 사람들은 2,500원을 내기 위해 매달 은행에 가야 한다”고 말했다.

김 조합원은 “사장이 지난해 11월 효율적 수신료 분리고지 안착을 위한 특별위원회를 만들었는데, 무슨 활동을 했다는 얘기를 들어본 적이 없다”며 “시스템 개선을 위한 예산도 배정됐는데 업무 분장이 안 돼서 아직 한 푼도 못 쓰고 있다고 한다. 도대체 이렇게 준비를 개판으로 해놓고 징수 업무를 강행했는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김 조합원은 “현장에서 일하는 직원들은 민원 업무도 떠맡아, 매일 야근을 하고 있다. 경영진은 직원들의 몸으로 때우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18일 언론노조 KBS본부는 서울 여의도 KBS본관 앞에서 '단체협약 쟁취 공영방송 사수 투쟁결의대회'를 열었다.(사진=미디어스)

<더 라이브> 제작을 맡았던 김문식 편성국 중앙위원은 “박민 사장 취임 첫날 프로그램 폐지와 진행자 교체가 이뤄졌다. KBS 역사상 유례없는 폭력 사태가 벌어진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지난 8월 15일 ‘이승만 미화’ 다큐 <기적의 시작> 방영과 관련해 “7월, 김건희 씨가 하와이에 가서 이승만 관련 교회도 방문하고, ‘이승만이 재조명돼야 한다’는 메시지를 보냈다”며 “한달 뒤에 <기적의 시작>이 방송된 것이다. 사측도 ‘무조건 반영해야 한다’ 외에 반영돼야 하는 이유를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중앙위원은 “이들은 말로 들어서 될 사람이 아니지 않냐”며 “각 분야에서 KBS를 최대한 단기간에 장악해서 파괴하려는 게 목적이기 때문에, 좋은 말로 하면 안 된다. 1년 동안 벌어진 시간을 반추하면 3년은 KBS를 지하 밑으로 추락시키기 충분하다. 이 중한 상황에 대해 구성원들이 더 큰 목소리를 외쳤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투쟁결의대회 이후 KBS본부는 ‘국민이 KBS다’ ‘용산방송 거부한다’는 피켓을 들고 여의도역까지 행진을 진행했다. 이후 서울 중구 동화면세점 앞에서 열린 <힘내라 공영방송 구하자 KBS> 시민문화제에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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