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장악 전주곡, 수신료 분리징수는 용산 오더" 이유는

국민제안심사위원장 신용목 교수 국정감사 증인 출석 "강승규 대통령실 수석이 위원장 제안…서울시 같이 근무" '수신료 제도 국가 파악하나' 질의에 "기억 안 난다" 대통령실 국민참여토론, 지난해 9월 이후 사실상 중단

2024-10-21     고성욱 기자

[미디어스=고성욱 기자] 지난해 대통령실 국민참여토론 찬반투표 3개월 만에 TV수신료 분리징수 방송법 시행령이 개정됐다. 1993년 시행된 수신료 통합징수가 1년 반의 논의 과정을 거쳐 시행된 것과 비교된다.

2023년 3월 대통령실 국민제안심사위원회가 제안한 찬반투표 결과가 분리징수 권고안으로 이어졌다. 국민제안심사위원장이 최근 국회 국정감사 증인으로 출석했다. 서울시 공무원 출신인 신용목 서울시립대 교수다. 

신 교수는 수신료 제도에 대한 이해 부족을 드러냈으며 강승규 당시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 비서관(현 국민의힘 의원)이 국민제안심사위원장을 제안했다고 밝혔다. 특히 그는 자신이 지금도 국민제안심사위원장인지 알지 못한다고 했다.

14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정동영 민주당 의원이 신용목 서울시립대 교수에게 질의를 하고 있다.(사진=국회 영상회의록시스템 갈무리)

지난 14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정동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신용목 교수에게 “서울시에서 (공무원으로)평생을 보냈는데, 누구의 추천으로 국민제안심사위원장이 됐냐”고 물었다. 

이에 신 교수는 “그 당시 시민사회수석을 하던 강승규 수석이 서울시에 있을 때 같이 근무했다”고 말했다. 강승규 전 비서관은 서울시 이명박 시장 시절인 지난 2002년부터 4년간 서울시 홍보기획관을 지냈다. 신 교수는 2004년 서울시 홍보담당관을 역임했다. 

지난 2021년 신 교수는 33년 서울시 공무원 생활을 끝마쳤다. 신 교수는 서울시 한강사업본부장·도시교통본부장·인재개발원장, 은평구 부구청장 등을 역임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신 교수 퇴직 당시 SNS에 감사 인사를 전하기도 했다. 그는 서울시립대 교통공학과 초빙교수로 자리를 옮겼다. 

신 교수는 본인이 현재 심사위원장 자리에 있는지 파악하지 못했으며 수신료 제도에 대한 이해 부족을 드러냈다. 신 교수는 “지난해 11월 이후에 국민제안심사위원회 회의가 거의 1년 가까이 없어서 지금 제가 현재도 위원장인지 아니면 전체적으로 개편이 됐는지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정 의원이 ‘지금 위원장인지 아닌지 본인이 모르냐’고 질책하자 신 교수는 “회의를 할 때 일정을 어떻게 잡을지 연락이 온다”면서 국민제안비서관실로부터 연락이 온다고 설명했다. 

정 의원은 “그러니까 (수신료)분리징수도 오더를 용산에서 받은 것”이라며 “지난해 3월 6일 의견수렴 발표를 하고, 그다음에 국민토론 결과가 6월달에 나오는데 석달 만에 결정했다. 옳은 방향이었냐고 생각하나”라고 지적했다. 

강승규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이 5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국민제안심사위원회 개최와 관련해 브리핑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에 신 교수는 “그 당시 어쨌든 이슈가 됐고 그래서 국민토론회에 부쳐서 많은 시민들이 댓글을 달거나 찬반을 표시한 것으로 알고 있다. 그 결과를 갖고 권고안을 만든 것”이라고 말했다. 신 교수는 "수신료 제도를 유지하는 나라를 파악하냐"는 질의에 “정확히 기억이 안 난다”며 “그 회의 자료 자체를 갖고 있지 않아, 최근에 본 적이 없다”고 답했다. 영국 BBC, 일본 NHK가 수신료로 운용된다는 것은 상식에 가깝다.  

정 의원은 “3개월 만에 (수신료 제도를)흔들어버린 것은 KBS 장악을 위한 전주곡이고, 판 흔들기”라며 “흙탕물로 판을 흐린 다음에 KBS를 장악하는 수순에 국민제안위원회가 동원됐다”고 질타했다. 

정 의원은 “지난 30년동안 유지돼 오던 수신료 통합징수는 KBS로 봐서도 효자이고, 전 세계에서 가장 낮은 시청료를 유지할 수 있었던 비결”이라며 “통합징수는 1993년 당시, 1년 반에 걸쳐 임시국회 보고, 공청회, 세미나, 각계 여론수렴, 범정부 차원의 토론, 사회적 협의를 거쳐 만들어졌다. 이렇게 해서 만들어진 (통합징수가)3개월 만에 졸속으로 밀어붙여진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실 국민제안 홈페이지 갈무리

국민제안심사위원회가 지난해 3월 TV수신료 분리 징수’에 대한 국민 의견을 수렴하기로 의결하자 대통령실은 국민제안 홈페이지에 ‘수신료 분리징수’에 대한 국민참여토론 찬반투표를 붙였다. 같은 해 6월 대통령실은 투표참여자의 97%가 수신료 분리징수에 찬성했다면서 방송통신위원회에 ‘분리징수’ 관련 이행방안 마련을 권고했다.

그러나 국민참여토론 투표는 중복투표가 가능한 것으로 드러나 공정성 논란이 일었다. 또 당시 극우 유튜버들이 분리징수 찬성 투표 독려를 하기도 했다. 방통위는 대통령실의 권고 한 달여 만에 수신료 분리징수를 위한 방송법 시행령을 개정했다.

대통령실은 지난 2022년 7월 20일 ‘국민제안 심사위원회’ 출범 보도자료에서 “위원회는 행정·법률·경제·문화 등 다양한 분야의 민간·공직 전문가 11인으로 구성됐으며, 허성우 국민제안비서관이 상임위원장을 맡았다”고 밝혔다. 심사위원회 명단은 공개되지 않았다. 허성무 비서관은 2022년 말 사임하고 지난 총선에서 경북 구미을 출마를 선언했으나 국민의힘 경선에서 탈락했다. 

국민제안 홈페이지를 확인한 결과 국민참여토론은 지난해 9월 13일 <배기량 중심 자동차 재산기준 개선 관련 국민참여토론 결과> 공고 이후 이어지지 않고 있다. 지금까지 국민참여토론 결과는 ▲도서정가제 폐지 ▲수신료 분리징수 ▲집회·시위 규제 강화 ▲자동차세 부과 기준 변경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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