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변호인' 소리 들어도 싸다는 검찰
김건희·범죄자 말 귀기울여 11쪽짜리 보도참고자료 압색영장 청구 한 번 안하고 "영창 쳤는데 법원서 기각" 주장 한국일보 "변호인 의견서라 해도 전혀 어색함이 없다" 경향신문 "김건희 변호인 변론 요지인가"… 한겨레 "검찰은 끝났다"
[미디어스=송창한 기자] 검찰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쩐주' 김건희 씨를 '혐의없음'으로 불기소 처분했다. 김건희 씨가 주가조작 사실을 몰랐다는 게 검찰의 4년 6개월 수사 결론이다. 김건희 씨는 주가조작을 인지했을 가능성을 뒷받침하는 증거들에 대해 "기억이 안 난다"고 진술했고, 검찰은 김건희 씨의 인식을 확인할 증거가 없다고 했다. 검찰이 '김건희 변호인'이 됐다는 언론 평가가 나온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부장 최재훈)는 17일 김건희 씨의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 등에 대해 불기소 처분했다. 검찰은 김건희 씨가 주가조작 사실을 몰랐을 것이라는 주가조작 주범들(1차 주포 이모 씨, 2차 주포 김모 씨,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 대표)의 진술, 증거들에 대해 '기억이 안 난다'는 김건희 씨 진술 등을 종합해 무혐의 처리했다.
조상원 서울중앙지검 4차장 등은 김건희 씨 주거지, 사무실, 휴대폰에 대해서까지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했지만 법원에서 모두 기각됐다고 기자들에게 브리핑했다. 증거확보를 위해 노력했지만 법원이 영장을 안 내줬다는 것이다. 그러나 17일 MBC [단독] 보도에 따르면 검찰은 김건희 씨 주가조작 혐의와 관련한 영장을 청구한 적이 없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가 김건희 씨에게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한 것은 2020년 11월과 2021년 5월 두 차례다. 이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이 아닌 코바나컨텐츠 협찬 의혹에 대한 영장 청구였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을 지난 4년 간 추적해 온 뉴스타파 심인보 기자는 17일 긴급방송에서 검찰의 불기소 이유를 조목조목 반박했다. 심 기자는 먼저 검찰의 보도자료에 김건희 모녀의 수익에 관한 얘기가 한 줄도 없다고 지적했다. 심 기자는 "계좌를 활용당한 결과 14억 원 (모친 최은순 씨까지 합치면 23억 원)의 수익을 올렸다는 '비상식'을 방어할 수 없으니 김 여사의 수익에 대한 얘기를 아예 지워버렸다"고 했다.
이어 심 기자는 ▲통정매매(짜고 치는 거래) 관련 "김건희가 시켜서 샀다"고 말한 증권사 직원의 진술이 있다 ▲'직접 운용 계좌'에서 이뤄진 통정매매는 김건희 씨가 직접 주문 냈다 ▲김건희 씨는 작전 기간 중 가장 중요한 주범인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 1차 주포 이 씨와 수시로 연락을 주고 받았다 ▲김건희 씨는 최소 2개의 시세조종 종목 거래, 비상장 주식 매매 경험이 있어 주식 관련 경험이 부족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반박했다.
특히 심 기자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2심 재판에서 방조 혐의로 유죄를 선고 받은 '쩐주' 손 모씨와 김건희 씨는 다르다는 검찰의 주장은 수사를 제대로 하지 않은 결과라고 지적했다.
검찰은 손 씨는 주가조작 세력과 연락을 주고받았지만 김건희 씨는 그런 게 없기 때문에 두 사람의 케이스는 다르다고 주장했다. 심 기자는 "김건희 씨가 주가조작 세력과 주고받은 연락이 안 나온 것은 당연하다. 김건희 여사는 거주지 압수수색도, 휴대전화 압색도 당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그러면서 검찰은 손 씨는 손해를 봤지만 김건희 여사는 이득을 본 사실, 손 씨는 통정매매가 하나도 없지만 김건희 여사는 47건의 통정매매가 있었다는 사실은 쏙 빼놓았다"고 했다.
JTBC <뉴스룸>은 17일 "김 여사가 1차 주가조작의 주범, 이른바 '1차 주포'와도 직접 통화했고, 그 통화에서 '받을 돈이 더 있다'는 취지로 말했다는 진술을 검찰이 확보해 뒀었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단독] 보도했다. 김건희 씨는 주가조작 사실을 알지 못했고 작전 세력들과도 연락하지 않았다는 검찰 수사 결과와 배치되는 수사내용이다.
18일 한국일보는 사설 <‘김건희 변호인’처럼 해명하며 도이치 불기소한 검찰>에서 "검찰은 김 여사 연루 의혹을 조목조목 부인하는 내용의 수사결과를 언론에 보도참고자료로 배포했다"며 "내용을 보면 수사기관인지 변호인인지 분간이 가지 않는다"고 했다.
한국일보는 "11쪽에 달하는 자료는 변호인 의견서라 해도 전혀 어색함이 없을 정도"라며 "김 여사에게 불리한 정황들은 전혀 담겨 있지 않다"고 짚었다. '주포' 김 씨는 검찰 수사를 피해 도피 중이던 2021년 10월 공범에게 '잡힌 사람들은 구속 기소가 될 텐데 내가 가장 우려한 김건희 여사만 빠지고 우리만 달리는(잡혀가는) 상황이 올 수도 있고'라고 편지를 썼다.
김 씨는 2021년 10월 검찰에 체포된 후 진술에서 "BP(블랙펄인베스트 추정) 패밀리가 있는데 권오수, 이종호, 김모 씨, 김건희, 이모 씨 이런 사람들이 있다"고 했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공범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 대표는 검찰 수사가 본격화되던 2020년 9월, 일주일 사이에 김건희 씨와 36차례의 연락을 주고 받았다. 이런 내용은 검찰의 보도참고자료에 하나도 담겨 있지 않다는 게 한국일보의 지적이다.
같은 날 경향신문도 사설 <김건희 모녀만 ‘도이치 면죄부’, 검찰개혁 불 당겼다>에서 "검찰의 수사결과 발표문인지 김 여사 법률대리인의 변론 요지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경향신문은 "주가조작 사건은 물증·자백이 드물어 정황이 충분하면 기소한다는 게 전문가들 설명이다.(중략)더구나 권 전 회장은 주가조작 자체를 부인한다"며 "그런 사람의 진술 등을 근거로 김 여사를 무혐의 처분하는 게 말이 되는가"라고 비판했다.
한겨레 사설 제목은 <검찰은 끝났다>이다. 한겨레는 "17일은 대한민국 검찰이 자멸한 날"이라며 "검찰이 언제부터 이렇게 범죄자들의 말을 신뢰했는가"라고 일갈했다.
한겨레는 "더욱 가관인 건 김 여사가 권오수 일당의 주가조작에 이용당한 피해자 위치에 있다고 판단한 대목"이라며 "권오수 일당의 시세조종에 쓰인 계좌로 김 여사 모녀가 23억원을 벌었는데, 이런 피해자도 있는가"라고 했다. 한겨레는 "수사권과 기소권을 모두 가졌으나 통제받지 않는 검찰은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흉기"라며 "해체 수준의 검찰 개혁은 불가피하다"고 했다.
동아일보는 사설 <‘디올백’ 이어 ‘도이치’도 불기소… ‘산 권력’ 앞에선 작아지는 檢>에서 "김 여사 소환 조사를 주장했다는 서울중앙지검장은 올 5월 전격 교체됐고, 이후 수사팀은 검찰총장을 ‘패싱’한 채 대통령경호처 부속 청사에 가서 김 여사를 비공개 조사했다"며 "대통령 부인이 아니라면 이런 일이 가능했겠나"라고 따져 물었다.
동아일보는 "검찰은 수사심의위원회라도 거쳐야 한다는 의견도 받아들이지 않고 검찰 내부적으로 수사 결과를 검증하는 ‘레드팀’ 회의로 대신했다. 이런 과정을 거쳐 4년 반 만에 나온 결론이 불기소"라며 "살아있는 권력 앞에서는 한없이 작아지는 검찰"이라고 했다.
중앙일보와 조선일보는 수사기관의 불공정 잣대보다 정치적 논란에 집중해 여권에 김건희 씨 문제 정리를 촉구하는 사설을 썼다. 중앙일보는 사설 <셀프 검증 뒤 ‘도이치’도 불기소…여론 역풍 안 불겠나>에서 "이제라도 진솔한 태도로 국민 앞에 서서 이해를 구할 건 구하고 사과할 부분은 사과하길 바란다"며 "김 여사를 보좌할 제2부속실 설치를 서두르고 대통령 친인척 비리 의혹을 전담 조사할 특별감찰관도 조속히 임명해야 한다"고 했다.
조선일보는 사설 <金 여사 문제 검찰 떠나 정치로, 결국 국민이 결정>에서 "법리 문제와 별개로 검찰의 이 결론을 납득할 국민은 많지 않을 것"이라며 "모든 문제는 윤 대통령 부부가 자초한 것이다. 김 여사가 대선 때 국민 앞에서 약속한 대로 내조에만 충실했다면 애초에 아무 일도 없었을 것"이라고 했다.
조선일보는 "지금 국민의힘은 김 여사의 대외 활동 중단과 대통령실의 김 여사 라인 정리를 공개 요구하고 있다. 이 두 가지 요구는 김 여사가 대선 당시 국민에게 약속했던 것과 같은 내용"이라며 "그 약속부터 지키는 것이 옳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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