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장 고발, 증인 불출석 이유도 되는 KBS사장 선임
서기석, 과방위 불출석 "14일 이사회" 사장 후보 4인 서류 심사에 이틀 계획 "통상 하루면 돼…불출석 위해 일정 잡은 듯" 지난해 보궐 사장 선임 '외압' 혐의로 피고발
[미디어스=고성욱 기자] 서기석 KBS 이사장이 이사회의 사장 후보자 서류심사를 이유로 14일 국정감사에 불출석했다. 서 이사장은 지난해 보궐사장 선임 과정의 업무 방해 혐의로 피고발됐다.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는 서 이사장이 국회 불출석을 위해 국정감사 당일 이사회를 소집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국회 과학기술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 증인으로 채택된 서기석 이사장은 앞서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했다. 서 이사장은 불출석 사유서에서 “14일 KBS 임시이사회가 있다”면서 “사장 선임 문제로 국회 상임위원회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하여 의무적으로 답변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경우 공영방송의 독립성과 언론의 자유가 중대하게 침해될 우려가 있다”고 주장했다.
서 이사장은 지난해 박민 보궐사장 선출 과정에서 타 이사의 투표권을 방해했다는 혐의로 고발됐다.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 쟁의대책위원회는 지난 11일 서 이사장을 ‘KBS 사장 선임 업무에 대한’ 업무방해 및 강요 혐의로 영등포경찰서에 고발했다.
지난해 10월 4일 KBS 이사회는 사장 후보자에 대한 1차 투표를 진행으나 과반의 득표자가 나오지 않았다. 앞서 KBS 이사회는 이날 사장 최종후보자에 대한 임명제청 절차를 완료하고, 세 차례의 결선 투표에도 과반 득표자가 나오지 않을 시 재공모를 하기로 합의했다.
KBS 이사회는 상위 득표자인 박민·최재훈 후보자에 대한 결선투표를 실시해야 했으나, 서기석 이사장은 1시간여의 휴회 끝에 결선투표를 연기했다. 서 이사장은 1시간여 간의 휴회 동안 여권 이사들과 이사회 내 별도 공간에서 논의를 이어갔다. 여권 이사 중 박민 사장 선출에 동의하지 않았던 이석래 이사에 대해 압박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KBS 이사회의 사장 선임 절차는 중단됐으며 이튿날인 5일 여권 추천 김종민 이사와 결선 투표 대상자인 최재훈 후보가 돌연 사퇴했다. KBS 이사회는 이동욱 보궐 이사가 임명되고 나서야 13일 찬반 투표를 거쳐 박민 후보자에 대한 임명제청을 완료했다. 이석래 이사는 박 사장에 대해 찬성표를 던졌다.
하지만 이석래 이사는 임기 만료 후인 지난 8월 29일 사내 게시판에 올린 글에서 “현 사장의 임명을 제가 반대하던 시기 저에 대해 근거 없는 마타도어를 퍼트리고 심지어 뒷조사에 협박까지 하면서 충성한 사람들이 있다”고 밝혔다.
언론노조 KBS본부 쟁의대책위는 이 같은 과정에 대해 “당시 서기석 이사장이 이사장이라는 지위를 앞세워 1차 투표 후 1시간 동안 폐쇄된 공간에서 이석래 이사를 압박했고, 다른 여권 성향 이사들까지 동원해 몰아 세우다 이 이사의 의중을 바꿀 수 없자 시간을 벌기 위해 회의를 중단한 것으로 보인다. 서 이사장은 이사회장에서의 감금과 회유, 또 이석래 이사가 언급한 다른 수단들을 통해 이석래 이사를 압박하였다고 볼 정황이 상당하다”고 말했다.
언론노조 KBS본부 쟁의대책위는 서기석 이사장이 다른 여권 추천 이사에 대한 업무방해 혐의도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서 이사장은 1차 투표 당일인 10월 4일 결선투표 연기를 표결에 붙였으나 당시 김종민 이사가 ‘입장이 없다’는 의견을 여러 차례 밝히자 ‘이사회 연기'를 강행 처리했다.
이사회 종료 후 같은 날 이석래 이사를 제외한 여권 성향 이사들은 집단 사의를 결의했으나 이튿날 김종민 이사만 사직서를 제출했으며 서 이사장은 이사회 사무국에 김 이사의 사직서를 방통위에 전달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KBS본부 쟁의대책위는 “서기석 이사장은 박민 후보자에 투표해 줄 정족수를 확보하기 위해 자신의 뜻에 반하는 이사를 사임하도록 하고, 박민 후보자에게 호의적인 인물을 보궐이사로 앉힐 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언론노조 KBS본부 쟁의대책위는 “이러한 위력 행사로 2023년 10월 4일 사장 후보자 최종 선발 절차를 마쳐야 했던 KBS 이사회 업무 진행에 큰 장애가 되고 말았다”면서 “서 이사장은 KBS 사장 선임과정에서 공정성에 심대한 훼손을 했다. 수사를 앞두고 있는 만큼 스스로 그 자리에서 물러나 차기 사장 선임과정에서 일체의 위력행사를 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 쟁의대책위 관계자는 서 이사장이 국감 일정에 맞춰 이사회를 소집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언론노조 KBS본부 쟁의대책위 관계자는 14일 미디어스에 “사장 선임 과정에서 보통 서류 심사는 하루면 완료되는데, 이번에는 14일, 16일 이틀 동안 잡았다”면서 “이러한 일정이 국정감사 일정이 나온 뒤에 확정됐다. 그래서 애초부터 서 이사장이 국감에 불출석하기 위해 이사회 일정을 이렇게 잡은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KBS 사장 공모 지원자는 김성진 KBS 방송뉴스주간, 김영수 한화건설부문 부사장, 박민 KBS 사장, 박장범 KBS <뉴스9> 앵커(가나다순) 등이다. KBS 이사회는 14일과 16일 이틀 동안 서류 심사를 거쳐 세 명의 최종 후보자를 선발하고, 오는 23일 면접 심사와 이사회 표결을 통해 최종 사장 후보자를 임명 제청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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