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태균 열풍, 결국 ‘김건희 리스크’로…보수 궤멸될 수 있다

[김민하 칼럼]

2024-10-11     김민하 저술가

[미디어스=김민하 칼럼] 대한민국은 지금 ‘명태균 열풍’이다. 명태균 씨 얘기를 빼면 정치 뉴스가 설명이 안 된다. 경이로울 정도다.

그간 “입장이 없다”던 대통령실은 8일 계속되는 명태균발 뉴스에 공식 설명을 내놨다. 국민의힘 입당 전인 2021년 7월 초 국민의힘 고위 당직자가 명태균 씨를 자택에 데려와 만난 일이 있고, 이후 국민의힘 정치인에 의해 같은 방식으로 두 번째 만난 일이 있으며, 국민의힘 대선 후보 경선이 끝난 이후에는 연락을 나눈 일이 없는 걸로 대통령이 기억한다는 것이다. 전형적인, 인정할 수밖에 없는 사실에 대해서만 선택적으로 인정하는 해명이라 오히려 믿음이 가지 않는다.

‘국민의힘 고위 당직자’는 당시 당 대표였던 이준석 의원이었던 모양이다. 이준석 의원은 곧바로 명태균 씨를 대통령 부부에게 소개한 것은 김영선 전 의원이라며 책임을 떠넘기지 말 것을 요구했다. 김영선 전 의원도 언론에 등장해 이러한 사실관계를 인정했다.

동아일보 10월 10일 기사 갈무리 (빅카인즈)

이전까지 대통령 부부와 명태균 씨 간의 관계에 대해 미적지근한 반응을 보였던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은 충격적인 폭로를 했다. 자신이 윤석열 대통령을 만날 때 명태균 씨가 동석했었고, 심지어 만날 약속을 잡을 때는 명태균 씨 전화로 김건희 여사가 연락을 해왔다는 거다. 김종인 전 위원장은 “그 사람들은 꽤 가까워 보였다”며 쐐기를 박았다. 이전까지는 불똥이 튈까 쉬쉬하며 사태를 축소하기 바빴던 인사들이 책임 떠넘기기 국면이 되자 ‘나만 죽을 순 없지’ 모드로 돌입한 모습은 흥미롭다.

이 와중에 박완수 경남지사 측은 대통령실이 언급한 ‘국민의힘 정치인’이 박완수 지사 본인으로 생각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명태균 씨와 함께 대통령 부부의 자택에 간 일이 있다는 것이다. 의미심장한 얘기다. 김영선 전 의원이 2022년 출마한 경남 창원시의창구 재보궐선거는 박완수 당시 의원이 도지사 출마를 감행하면서 치러지게 됐다. 그런데 김영선 전 의원과 박완수 도지사가 이미 당시에 대통령 부부와 긴밀한 사이였던 명태균 씨와 한 팀이었다면?

한국일보는 10일 대선 전인 2021년 9월부터 명태균 씨에 대해 ‘위험한 인물’로 평하며 윤석열 대통령에게 가까이 하지 말 것을 경고했다는 윤한홍 의원의 주장을 보도했다. 잘 알려져 있는 것처럼 윤한홍 의원은 당시 4대 윤핵관 중 한 명으로 꼽혔다. 그런데 윤한홍 의원은 2022년 경남도지사 선거에 도전할 의향을 갖고 있었던 걸로 알려져 있다. 창원시의창구 재보선 후보 논의에 있어서도 김영선 전 의원이 아닌 다른 인물을 밀었다고 한다. 결국 2022년 지방선거와 재보궐선거를 둘러싸고 ‘팀 명태균’과 ‘팀 윤한홍’ 간 알력이 존재했던 것이다.

10월 8일 JTBC 뉴스룸 보도화면 갈무리

그런데 이전 뉴스토마토 보도에 의하면 이 시기 명태균 씨는 주변에 윤석열 대통령이 “나는 김영선”이라고 말했다는 자랑을 하고 다닌 걸로 돼있다. 그리고 실제 공천은 박완수 도지사와 김영선 전 의원이 받았다. 그렇다면 ‘팀 명태균’과 ‘팀 윤한홍’의 힘겨루기는 ‘팀 명태균’의 승리로 끝난 거다. 명태균 씨가 권력의 핵심부와 단단하게 연결돼 있지 않았다면 윤핵관 4인방 중 하나를 누를 수 있었겠는가?

이런 정황은 권력과의 친분을 과시하는 명태균 씨가 ‘허세에 기댄 사기꾼’이라는 여당의 평가와는 달리 상황을 과장할지언정 100%의 거짓만을 하는 것은 아니라는 추론을 가능케 한다. 2022년 재보궐선거와 지방선거에 김건희 여사가 개입했을 가능성은 계속 높아지고 있다. 명태균 씨는 아직 자신이 한 일의 20분의 1도 나오지 않았다며 검찰이 자신을 수사하면 한 달 안에 탄핵, 하야 등을 고려해야 할 거라는 둥의 엄포성 발언을 하고 있는데, 대통실이 미적지근한 반응으로 일관하는 것도 이런 해석을 강화한다. 오죽하면 조선일보가 10일 “명태균은 뭘 믿고 협박하고, 용산은 뭐가 켕기는 게 있나”란 제목의 사설을 쓸 정도다.

명태균 씨 논란은 결국 ‘김건희 리스크’로 이어진다. 김건희 특검법이 다시 한 번 국회로 돌아올 경우 부결을 장담할 수 없다며 김건희 여사의 사과와 사실상의 활동 중단을 요구하던 한동훈 대표 쪽 사람들은 이제 대놓고 검찰의 기소 필요성을 말하기 시작했다. 검찰이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사건과 관련해 김건희 여사를 기소해야 그나마 특검을 막을 수 있다는 거다. 당내 여론의 심각성을 뒤늦게 알아차린 것인지 윤석열 대통령은 재보선이 끝나고 나면 한동훈 대표와 독대를 해보겠다는 입장이라고 한다. 이대로 가면 ‘매직넘버 8’이 달성돼 김건희 여사 방어선이 무너진다고 보는 것일 테다.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7일(현지시간) 필리핀 마닐라 말라카냥 대통령궁에서 열린 오찬에 앞서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필리핀 대통령 부부와 기념촬영을 마친 뒤 이동하고 있다. (마닐라=연합뉴스)

그러나 단지 ‘독대’를 연출하는 걸로 수습할 수 있는 수준의 일일지 의문이다. 국회 안에서는 김건희 국감, 국회 밖에서는 명태균 돌풍…. 특히 명태균 씨와 관련해선 ‘명태균 리스트’(동아일보)란 표현이 나올 정도로 보수 인사들이 관련돼 있는 대목이 많아 자칫 잘못하면, 정말 최악의 경우엔 ‘보수 궤멸’에 이르는 상황이 연출될 수도 있을 것 같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한가? 김건희 여사 문제가 애초에 제대로 정리되었더라면 이럴 일도 없었을 것이다. 상황이 이 지경이 됐는데 제대로 설명도 안 하고 책임도 지지 않으려는 용산의 태도를 보면 대통령은 아직도 사태의 심각성을 잘 모르는 것 같다. 어차피 시간이 흐르면 퍼줄은 전부 맞춰지게 돼 있다. 일설에 의하면 명태균 씨와 대통령의 사이가 틀어진 것조차도 김건희 여사 관련 문제였다고 하는 얘기가 있다. 이게 사실이라면 정말 구제불능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독대’가 전무후무한 조치의 시작이 되어야 수습할 수 있을까 말까 한 일이라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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