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카드사 수신료 자동납부 무단 등록' 꼼수
조승래 "뒷구멍 법령해석 불사… 금융관계법 위반 조사해야" 카드사에 "통합징수 때와 동일하게 일괄등록" 협조 공문 KBS "고객 별도 동의 필요없어"…근거는 '금융위 유권해석' 금융위 "KBS와 주고받은 수신료 자동이체 유권해석 없다"
[미디어스=송창한 기자] KBS 요청으로 신용카드사가 수십만 고객의 수신료 자동납부를 등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객 동의 절차는 없었다. KBS는 카드사에 보낸 협조 요청 공문에서 '금융위원회 유권해석상 별도의 동의는 필요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금융위는 야당 의원실에 KBS와 이 같은 내용의 유권해석을 주고받은 바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10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조승래 의원은 "윤석열 정부가 공영방송 탄압과 장악에 몰두하는 사이 KBS는 수신료 수입을 지키기 위해 뒷구멍 법령해석, 엉터리 공문도 불사했다"며 "카드 주인의 동의 없는 자동납부 등록은 신용이라는 금융의 대원칙을 훼손하는 것으로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조 의원실이 금융위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KBS는 지난 5월 29일 카드사에 '수신료 자동이체 등록 관련 협조 요청' 공문을 발송했다. 기존 통합징수 체계의 '전기요금 자동이체 등록정보'와 동일하게 '수신료 자동이체'(전기요금-수신료 분리 청구)를 일괄 등록해달라는 내용이다. 고객 동의 없이 자동납부 방식을 그대로 유지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KBS는 "우리 공사는 금융위 유권해석 및 법무법인 법률검토 등을 근거로 방송법 시행령 개정에 따라 전기요금과 분리하여 고지·수납되는 수신료에 대해 기존 전기요금 자동이체(계좌, 카드) 납부방식을 그대로 적용하여 진행할 예정"이라고 했다. 금융위에 따르면 카드사들은 KBS 요청에 따라 고객 자동이체를 일괄등록했다.
KBS는 법적 근거로 '금융위 유권해석'을 들었다. KBS는 금융위가 "복수의 서비스에 대해 고객동의 후 자동이체를 진행한 상황에서 이후 서비스가 분리되더라도 수취인, 예금주, 출금계좌 등 추심 이체 출금 동의에 필요한 정보가 변경되지 않으므로 별도 동의는 필요하지 않다"는 유권해석을 내렸다고 밝혔다. 전자금융거래법 제15조 제1항은 '금융회사·전자금융업자는 추심이체를 시행하기 위해 대통령령이 정하는 바에 따라 미리 지급인으로부터 출금에 대한 동의를 얻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금융위는 조승래 의원실에 "한국방송공사(KBS)와 주고받은 텔레비전 방송 수신료 분리징수 자동이체 관련 법령해석은 없다"고 말했다. 또 금융위는 카드사의 자동이체 정보 일괄등록이 전자금융거래법 제15조의 추심이체 출금동의에 해당하느냐는 질의에 "신용카드 자동납부는 전자금융거래법상 '추심이체 출금동의'가 필요한 '전자자금이체(추심이체)'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전자자금이체는 계좌에서 계좌로 자금을 이체하는 것이므로, 이용자가 특정 재화·용역에 대한 대금을 카드를 통해 자동으로 납부하는 행위는 '전자자금이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조승래 의원실은 금융위, KBS, 카드사에 대해 카드 부정사용, 업무방해, 신용정보 도용 등의 법 위반 논란이 불거질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조 의원은 "금융당국은 카드사와 KBS의 금융관계법 위반에 대해 철저히 조사해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조치해야 한다"며 "공영방송 KBS가 이렇게까지 망가졌다는 것이 안타깝다. 윤석열 대통령과 박민 사장이 책임져야 한다"고 했다.
이에 대해 KBS는 "수신료 분리고지 이후에 신용카드 납부방식을 그대로 적용한 것은 당사자 동의에 근거한 정상적인 조치"라는 입장을 밝혔다. KBS는 "한전에 신용카드 납부를 신청한 분들은 전기요금뿐만 아니라 수신료까지 신용카드로 납부하는 데 명확히 동의하신 분들"이라며 "수신료 분리고지 이후에도 한전이 동일하게 TV수신료 징수를 대행하고 있기 때문에 기존 동의의 효력에는 변경이 없다"고 했다.
수신료 분리징수는 지난해 7월 방송법 시행령 개정으로 도입됐다. '지정받은 자(현 한국전력)가 수신료를 징수하는 때에는 지정받은 자의 고유업무와 관련한 고지행위와 결합하여 행하여서는 아니 된다'는 방송법 시행령 제43조의 제2항을 근거로 두고 있다. 수신료 납부 의무는 유지되지만 전기요금·수신료 고지서를 분리해 발송하고 관리해야 하기 때문에 수신료 고지·징수 비용은 늘어나게 된다. 대통령비서실이 수신료 분리징수 물꼬를 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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