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립 자초하는 윤석열 정권, 잔인한 10월 시작됐다
[김민하 칼럼]
[미디어스=김민하 칼럼] 김건희 특검법은 끝내 폐기됐다. 그러나 여당에서 4표의 이탈표가 발생한 걸로 추정된다. ‘이탈은 4표에 불과했다’고 한다면 별 거 아닌 것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4표만 더 있었어도 가결됐을 것’이라고 한다면 아슬아슬하게 느껴진다. 애초에 ‘매직넘버’가 8표인 탓이다. 이탈표 중 2표는 찬성에 투표했고 1표는 찬성을 뜻하는 ‘가’를 표기했지만 무효 처리된 소극적 찬성표였다. “다음엔 정말 장담 못한다”는 여당 의원들의 얘기가 엄살로 들리지 않는다.
이런 가운데 국정감사는 일정, 동아일보의 표현을 빌자면 ‘김건희 블랙홀’로 시작되었다. 야당이 10개 상임위에서 김건희 여사 관련 의혹을 제기한 것이다. 분야도 관저공사, 공천 개입, 명품백 의혹 등 지금까지 나온 얘기를 총망라한다. 보수언론은 민생은 뒷전이라며 아우성이다. 그러나 아직 시작에 불과하다. 뭐가 더 나올지 알 수 없다는 게 이 사태의 핵심이다.
국감장 밖의 일이지만 결국 국감과 함께 맞물려 돌아갈 수밖에 없는 얘기들은 현재진행형으로 여전히 나오고 있다. 화제의 명태균 씨 의혹 관련 김영선 전 의원 회계책임자였던 강모씨가 유튜브 방송을 통해 직접 입장을 밝힌 것도 그 중 하나다. 강모씨는 명태균 씨가 여론조사를 매개로 지난 대선 당시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에게 접근했고, 대통령 당선 이후 3억원 넘게 들어간 여론조사 비용을 청구했으나 받지 못했으며, 이를 김영선 전 의원 공천 및 세비를 통한 보전으로 메꾸려고 했다는 취지의 주장을 했다. 이게 사실이라면 정치자금법 위반 소지가 있다.
의혹의 당사자인 명태균 씨는 몸을 사리기보다는 오히려 언론 대응에 적극적이다. 7일 동아일보 지면에 등장해 후보 시절 사저에 셀 수 없이 많이 드나 들었고 윤석열 대통령에게 중요한 정치적 조언을 많이 했다는 취지의 주장을 했고, 채널A를 통해서는 김건희 여사와 주고 받은 텔레그램을 추가로 공개하고 김건희 여사가 인수위 합류를 제안했다는 주장을 했다. 채널A는 명태균 씨가 김영선 전 의원과 자신을 겨냥한 검찰 수사에 대해 “잡아넣을 건지 말 건지, 한 달이면 하야하고 탄핵일 텐데 감당되겠나”라고 말했다고도 보도했다.
명태균 씨의 어법을 보면 과장과 허세가 많은 스타일이다. 주장을 다 믿을 수는 없다. 그러나 ‘크로스체크’가 되는 대목은 어느 정도 의심을 갖고 들여다 볼 수밖에 없다. 윤석열 대통령 및 김건희 여사와 직접 만날 수 있는 관계였다는 건 앞서 강모씨의 주장을 통해 직간접적으로 확인된다. 용산의 해명을 봐도 윤석열 대통령이 명태균 씨와 아예 모르는 사이인 건 아닌 걸로 보인다.
대통령실은 명태균 씨의 사저 출입 여부에 대해 “여러 사람들이 집에 드나들 때 한두 번 본 것”, “(대선 경선 기간에) 국민의힘의 유명 정치인과 함께 처음 보셨다고 하더라”, “대선 경선 무렵에 대통령 쪽에서 먼저 (명 씨와 소통을) 끊은 것으로 알고 있다”, “대통령 취임 이후에 전혀 소통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횟수나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사저 방문은 사실이고 만난 일도 있다는 것이다. 명태균 씨는 대통령 취임식에 초청도 받았다. 김건희 여사가 초청한 걸로 추정된다. 이런 사실을 종합하면 명태균 씨와 대통령, 영부인과의 관계는 본인이 주장하는 정도는 아닐지 몰라도 충분히 설명된다.
명태균 씨는 2024년 총선 당시 김영선 전 의원 공천 여부를 놓고 김건희 여사와 나눈 대화를 언론을 통해 공개한 일이 있다. 지역구를 옮기기까지 했으니 단수공천을 보장해줘야 한다고 요구하는 명태균 씨에 김건희 여사는 “단수는 나 역시 좋다”, “기본 전략은 경선이 돼야 하고 지금은 김영선 의원이 약체 후보들을 설득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고 한다. 두 사람 사이에 일정한 신뢰가 전제되지 않으면 성립할 수 없는 대화이다. 김건희 여사가 김영선 전 의원이 단수공천을 받아서 좋을 게 뭐가 있겠는가? 이 직전에 제기된 의혹이 김건희 여사가 김영선 전 의원에게 지역구를 옮길 것을 제안한 거였다는 것까지 고려해보면 ‘기본 전략’ 운운 역시 예사로워 보이지 않는 얘기다.
국감에서 이런 식의 얘기를 다 한 끝에 특검법을 발의하면 국민의힘 사람들은 과연 어떻게 대응할까? 이탈표는 늘까 줄까? 핵심키를 쥐고 있는 것은 한동훈 대표다. 그걸 아는 용산은 최근까지 한동훈 대표를 겨냥한 ‘고사작전’을 펼쳐왔다. 일각에선 ‘친한계’를 자처하는 인사가 이제 두 자릿수도 되지 않는다는 관측이 나올 정도였다. 그러나 6일 오후 한동훈 대표와의 만찬 회동에 20여 명이 모인 것은 심상찮은 흐름이다. 한동훈 대표가 정치를 잘해서가 아니라, 김건희 여사를 감싸기만 하는 윤석열 대통령에 대항하기 위해 일부 인사들이 한동훈 대표에게 기대는 형국이 된 것이기 때문이다.
한동훈 대표는 김건희 특검 재의결 국면에서의 이탈표에 대해선 이른바 ‘친한동훈계’와 관계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김대남 전 행정관 관련 의혹은 고삐를 놓지 않고 끌고 갈 것임을 분명히 밝히고 있다. 김대남 전 행정관 관련 의혹은 한동훈 대표 측이 공언하는 대로 철저히 파면 결국 김건희 여사와 용산 얘기가 나오지 않을 수 없게 돼 있다. 그간 친한계 인사들은 김건희 여사의 사과가 필요하다는 입장이었지만, 용산은 사과조차도 고려하지 못한다는 분위기다. 그 사이 여론은 사과도 이미 늦었다는 쪽으로 기울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사태는 점점 더 심각해질 것이다.
‘2016년 분위기’를 떠올리는 사람도 있다. 탄핵을 쉽게 말하는 정치는 불행한 것이다. 그러나 그런 얘기가 나오지 않도록 빌미를 주지 않는 게 집권 세력이 감당해야 할 몫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 몫을 감당하기는커녕 오히려 모른 척 무시하고 새삼 고언하는 이에겐 격노하며 고립을 자초하면서 사태를 최악으로 이끌고 있다. 불행한 정치가 끝내 현실이 될 수 있겠다는 불길한 예감이 든다. 이 모든 상황을 어디로 끌고갈지 모를 변수가 서로 맞물려 돌아갈 10월이 이제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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