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통위가 모를 수 없는, 방문진 이사 부실 검증

최민희 '방통위 감사팀 EBS이사 선임 감사보고서' 입수 "방통위 직원들 당적·경력 확인 제대로 안 해" 징계사유 판단 '중·고등학교 교사' 이력을 '고등학교 교사'로 적어 문제 결론 이진숙·김태규 방통위, KBS·방문진 이사 당적 확인 안 해 '5대 방송사 시청자위원·위원장·평가원' 허위 이력 지원자 선임

2024-10-07     송창한 기자

[미디어스=송창한 기자] 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직무대행 김태규, 이하 방통위)가 공영방송 이사 선임 시 후보자의 당적보유 여부, 지원서 허위이력 기재 여부 등을 확인하지 않은 과거 사례를 두고 '과실'이라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확인됐다. 

문제는 이진숙-김태규 '2인 체제' 방통위가 스스로 문제 삼은 일들을 똑같이 반복했고,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2인 체제' 방통위는 KBS·방송문화진흥회(MBC대주주, 이하 방문진) 이사들을 선임하면서 당적보유 여부를 확인하지 않았고, 한 방문진 이사 후보의 허위 이력을 확인하지도 않았다.

지난 7월 31일 방송통신위원회 이진숙 위원장(오른쪽)과 김태규 상임위원이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취임식에 나란히 앉아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7일 최민희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장실이 제출받은 방통위 감사결과보고서에 따르면, 방통위 감사팀은 지난해 11월 유시춘 EBS 이사 선임과 관련한 방통위의 '과실'을 적시했다. 

방통위 감사팀은 2018년·2021년 EBS 이사 선임과 관련해 ▲후보자의 자필서명을 누락한 지원서 접수 ▲정당경력 등 결격사유를 후보자의 확인서만으로 확인 ▲지원서에 기재된 경력 오류사항 미확인 등을 문제 삼았다. 방통위 감사팀은 이 같은 문제들이 방통위 직원들의 '과실'이자 '징계사유'에 해당한다고 판단, 당시 기획조정관이었던 김영관(현 기획조정관)에 대해 '주의' 처분을 내렸다. 

방통위 감사팀은 특히 유시춘 이사장의 이력 기재와 관련해 경력증명서에는 '1972~1976년 고등학교 국어교사, 1976~1985년 중학교 국어교사 재직'으로 되어 있는데 이사 지원서에는 '1972~1985년 고등학교 국어교사'로 재직했다고 기재되어 있다며 "기재오류가 있는 지원서를 제출하고도 EBS 이사로 선임 의결되었다"고 지적했다. 

방송통신위원회 감사팀이 2023년 11월 내놓은 감사결과보고서. 유시춘 EBS 이사장의 선임 과정에 관해 방통위의 당적·경력 확인 작업에 대한 '과실'을 인정하고 있다 (최민희 의원실 제공)

그러나 지난 7월 31일 방통위 이진숙 위원장과 김태규 부위원장은 2인 체제로 KBS·방문진 이사를 선임하면서 당적보유 확인도, 허위이력 조회도 하지 않았다. 방통위가 공영방송 이사 후보자들의 당적보유 여부를 민주당뿐 아니라 국민의힘을 상대로 확인하지 않은 사실이 지난 8월 14일 과방위의 '방송장악 2차 청문회'에서 확인됐다. 현행법상 '당원 신분을 상실한 날부터 3년이 지나지 않은 자'는 공영방송 이사가 될 수 없다. (관련기사▶'위법 투성이' 방문진 이사 선임, 당적 보유 확인도 안 해)

'2인 체제' 방통위가 방문진 이사로 선임한 김동률 서강대 교수는 지원서 주요경력사항란에 근무처를 'KBS, MBC, SBS, YTN, EBS'로 기재하고, '2005년 2월부터 현재까지 시청자위원, 위원장, 평가원'이라고 처리했다. 그러나 김동률 교수는 현재 EBS 시청자위원만 맡고 있다. 

김동률 서강대 교수의 방송문화진흥회 이사 지원서 (최민희 의원실 제공)

방통위 감사팀 기준대로라면 '허위 이력 기재'에 해당하지만 방통위는 답변을 회피하고 있다. 지난 8월 14일 과방위 청문회에서 김동률 교수의 임명을 취소해야 한다는 김현 민주당 의원 질의에 김태규 방통위원장 직무대행은 "회의내용과 관련된 거라(답변 못한다)"며 "위법성에 대해 나중에 따로 살펴보겠다"고 했다. 방통위의 방문진 이사 임명 철회는 현재까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서울행정법원이 방문진 이사 임명 효력을 정지시키자 방통위는 항고에 나섰다. 

7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열린 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최민희 과방위원장이 김영관 방통위 기획조정관에게 질의하고 있다 (국회방송 유튜브 갈무리)

최민희 위원장은 7일 방통위 국정감사에서 "김영관 증인은 이런 감사결과가 있었다는 사실을 김태규 직무대행과 이진숙 위원장에게 보고했나"라며 "이진숙 위원장을 어렵게 만드려고 보고를 안 한 건가"라고 물었다. 김영관 기획조정관은 자신이 감사팀의 감사 내용을 알지 못했다고 답했다. 최 위원장은 "2018년에 기획조정관이었지 않나. 기획조정관이 모르는 걸 저는 어떻게 아냐"라고 비판했다. 

최 위원장은 "방통위는 이미 본인들의 감사팀이 당적, 경력에 관해 제대로 검증하지 않은 것이 과실이라고 인정한 보고서를 만들어 놓았다. 지금 뭐하는 건가"라며 "부끄러운 줄 알라. 결과적으로 김태규 직무대행과 이진숙 위원장이 엄청난 실수를 한 결과가 나온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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