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미가요 방송 잊은 박민, 연임 도전의 변

KBS 사장 공모 지원자 4인 경영계획서 공개 "급한 불 껐다…초일류 공영미디어로 도약할 것" '조그마한 파우치' 박장범 "정치적 중립성 굳건히 지킬 것" '충암고·서울대' 김영수 "KBS 로고에 '대한민국' 담아야" 김성진 "외부 리더십 한계로 직원들 고통 감내 중"

2024-10-05     송창한 기자

[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연임에 도전한 박민 KBS 사장이 "급한 불은 껐다"며 불공정 프로그램 폐지, 임명동의제 무력화, 수신료 분리징수 대응 등을 성과로 내세웠다. 윤석열 대통령 인터뷰에서 '조그마한 파우치' 발언으로 논란을 빚은 박장범 <뉴스9> 앵커는 민주적 여론형성, 정치적 독립성·중립성을 공약으로 제시했다. 

5일 KBS는 제27대 사장 공모 지원자 4명(김성진 방송뉴스주간, 김영수 한화건설부문 부사장, 박민 사장, 박장범 앵커)의 지원서와 경영계획서를 공개했다. 통상 KBS 사장 공모에 적게는 10여 명, 많게는 30명이 지원했다. 또한 본부장 등 고위간부 출신이 없다는 점도 이례적이다. 박민 사장의 연임 신호로 해석된다. 

박민 KBS 사장 (사진=KBS)

박민 지원자는 지원서에서 "지난 11개월간 개혁 작업으로 급한 불은 껐다고 자부한다"며 "하지만 아직 갈 길은 멀다. KBS 대혁신을 통해 '초일류 공영미디어'로 도약하겠다"고 밝혔다. 

박민 지원자는 ▲왜곡·편향 보도에 대한 대국민 사과 ▲편파 프로그램 폐지와 진행자 교체 ▲노조 임명동의제 불인정 등 공정방송 기반 조성 ▲수신료 분리징수 수입 결손 최소화 ▲인력감축을 통한 대대적 비용 절감 ▲대대적 조직개편 등을 경영 성과로 거론했다.

박민 지원자는 "저는 KBS 위기 극복의 첫 단계로 공영방송의 정체성 회복에 나섰다"며 "취임 즉시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을 통해 불공정 편파 방송에 대해 사과하고 철저한 재발 방지 대책을 약속했다. 보도‧제작 분야 핵심 5개 국장직에 대한 노조의 임명 동의제를 받아들이지 않아 사내 특정 세력의 인사와 방송 개입 여지를 차단했다"고 자평했다. 

박민 지원자는 "KBS가 직면한 위기를 극복하기에는 이 정도 조치만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며 "이제 KBS는 기존의 보도, 콘텐츠 제작, 경영 방식에서 탈피해 완전히 새로운 공영방송의 정체성과 역할을 추구해야 한다"며 "갈수록 복잡해지고 전문화되는 사회적 이슈를 시민들이 이해하고 건전한 공론장에 나설 수 있도록, 보도 시사 분야는 불편부당을 넘어 다양성과 심층성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민 지원자는 '4대 핵심 공약'으로 ▲1TV 공영·공익 채널 특화 ▲제작스튜디오 '콘텐츠 K' 설립 ▲복합문화공간 'K 컬처 허브' 추진 ▲자산활용 마스터플랜 수립 및 추진 등의 키워드를 내세웠다. 박민 지원자는 ▲뉴스·시사·토론 3대 프로그램 강화 ▲재난미디어센터 고도화 ▲과감한 콘텐츠 투자 ▲미래비전추진단 신설 ▲방송법 개정 추진(자산 개발·임대 가능) 등을 내세웠다. 

"공영방송 역할 위협…프로그램 경쟁력 제작 자율성 훼손"

박민 지원자가 성과로 내세운 정책들은 내부 구성원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는 박민 지원자가 ▲임명동의제 무시 ▲'조그마한 파우치' 대통령 특별 대담 ▲세월호 참사 다큐 불방 사태 ▲광복절 기미가요·이승만 다큐 방송 논란 ▲공정방송위원회 거부 ▲단체협약 체결 거부 등으로 공정방송제도를 파괴했다고 날을 세우고 있다. 

최근 KBS 이사회를 통과한 조직개편안은 시사프로그램 제작을 보도국으로 이관하고, 기술본부를 대대적으로 축소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에 KBS 3대노조(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 KBS노동조합, KBS가치노조), PD협회, KBS 기술인협회 등이 비판을 이어왔다. 지난 2일 16명의 KBS 제작본부 1팀장단은 조직개편에 항의하며 보직 사퇴 의사를 밝혔다. 이들은 "이번 조직개편은 KBS의 공영방송으로서의 역할을 심각하게 위협하며, 시사교양 프로그램의 경쟁력과 제작 자율성을 크게 훼손하는 결정"이라고 했다. 

박장범 지원자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선거가 치러질 때마다 공영방송이 흔들리는 악순환을 끊어야 한다. 원칙으로 돌아갈 때"라며 "KBS가 국민에게 감동과 신뢰를 주는 공영방송의 본연의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새로운 도약의 발판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박장범 지원자는 "정치적 선동이나 동료를 비난하는 목소리를 높여온 사람들이 아니라, 묵묵히 사명감을 가지고 방송 현장을 지키며 자신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고 협업의 가치를 증명해온 진정한 공영방송인들과 함께 하겠다"며 "이들과 힘을 모아 대전환과 혁신, 교체를 통해 KBS를 더욱 신뢰받고 사랑받는 공영방송으로 변화시키겠다"고 했다. 

박장범 지원자는 경영계획서에서 국민이 공감하는 목표를 설정하겠다며 방송법 제1조에 따라 '민주적 여론 형성'과 '국민문화의 향상'을 도모하고 '시청자 권익을 보호하는 것'을 KBS의 존재 이유로 삼겠다고 했다. 

이어 박장범 지원자는 사장이 된다면 KBS의 정치적 독립성과 중립성을 굳건히 지켜 공영방송으로서의 정체성을 확립하겠다고 공약했다. 박장범 지원자는 "우선 내외부의 이해간계 세력이 편성 및 제작 등에 개입하지 못하도록 차단할 것이다. 또한 능력 중심의 공정한 인사를 통해 내부에서 정파성 논란이 발생하지 않도록 철저히 조치하겠다"며 "제작의 자율성은 보장하되 데스크 기능을 강화해 중립성을 훼손할 경우 엄격한 문책을 실시하겠다. 사전 게이트키핑과 사후 심의도 강화해 더욱 철저히 관리하겠다"고 했다. 

박장범 지원자는 '10대 핵심전략'으로 ▲공정과 중립으로 시청자 신뢰 제고 ▲콘텐츠 경쟁력 강화 ▲재난방송 체계 고도화 ▲공공의제 주도적 설정 ▲재정위기 극복을 위한 경영혁신(수신료 제도 보완 방안-방송발전기금, 세금 등) ▲대한민국을 선도하는 디지털 미디어 추진(유튜브 선택과 집중 및 인센티브제 도입 등) ▲AI 등 첨단기술 활용 ▲글로벌 제작역량 고도화(OTT 활용, 해외 프로그램 편성 확대 등) ▲시청자 소통 강화(개방형 공공 아카이브 확대 등) ▲지역방송 활성화(지역방송 콘텐츠 전국유통 및 보도강화 등)을 제시했다. 

지난 2월 7일 방송된 'KBS 특별대담-대통령실을 가다' 방송화면 갈무리

"조그마한 파우치? KBS가 당사자 대신 변명해 준 꼴"

박장범 지원자는 지난 2월 윤 대통령과의 대담 '대통령실을 가다'에서 김건희 씨 명품백 수수 사건과 관련해 '디올백' '명품백' 대신 '파우치'라는 용어를 사용했다. 

이는 보수언론에서도 공정하지 못한 진행으로 평가받았다. 지난 2월 10일 동아일보 조종엽 논설위원은 칼럼 <"이른바 파우치, 외국회사 그 뭐 쪼만한 백">에서 "김 여사가 받은 가방의 크기는 작은 것일까 큰 것일까. 한 손으로 잡을 만한 크기이지만 보는 사람마다 다를 것"이라며 "한데도 진행자가 굳이 질문에서 가방이 작다고 강조할 이유가 있는지…. 원래 엄밀함을 요구하는 보도에선 다수가 상식 선에서 납득할 수 있는 게 아니라면 ‘크다’ ‘작다’ 같은 형용사엔 ‘…보다’를 붙여 다른 대상과 비교하는 것이 원칙에 맞다"고 했다. 

조 논설위원은 "가방이 프랑스 명품 브랜드 디올의 제품이라는 건 빼놓은 채 그냥 ‘외국 회사’라고 한 것도 고개를 갸웃하게 만든다. ‘디올’은 값싼 물건이 아니라는 걸 보여주는 중요 팩트"라며 "‘방문자가 앞에 놓고 갔다’는 것도 알쏭달쏭한 표현이다.(중략)‘명품 백(가방) 수수 논란’이라고 이미 통용되는 용어가 있는데, 대통령에게 표현을 바꿔 질문할 이유가 있나"라고 했다. 

조 논설위원은 "‘대담 프로그램의 진행은 균형성·공정성을 유지해야 한다.’ 방송 심의 규정"이라며 "이번 대담에선 진행자가 먼저 무딘 질문을 던졌고, KBS가 당사자 대신 변명해 준 꼴밖에 안 됐다. 많은 국민이 공영방송에 바라는 건 이런 모습이 아니다"라고 했다. 

충암고 출신 "그냥 뉴스만 하라"

김영수 지원자는 충암고·서울대(경제학)를 졸업한 윤 대통령 후배다. 김영수 지원자는 "지난 38년간 한화그룹 봉직을 부사장으로 마치고, 원래 꿈이었던 방송사에서 제2의 인생을 시작하고자 한다"는 응모 사유를 밝혔다. 

김영수 지원자는 경영계획서에서 KBS의 로고부터 대한민국, Korea, South Korea 등의 내용이 포함된 형태로 바꾸겠다고 했다. 김영수 지원자는 KBS의 홍보에 문제가 있다고 했다. 그는 "KBS '1'을 강조하기 위해 1의 상징물을 억지로 따 와서 보여주고 있다. 많은 시청자께서 공감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억지로 '1'을 만드는 것을 할 수 없이 시청해야만 하는 엄청난 불편함이 있었다고 생각한다"면서 "또 하나 아쉬운 점은 'KBS'라고 말하면 한국인 말고 외국인 중에서 어느 정도가 대한민국 공영방송이란 걸 알까? 설마 KBS의 국제적 인지도가 BBC 수준이라고 여기는 것은 아닐 것"이라고 했다. 

김영수 지원자는 KBS의 전략적 목표로 ▲공공성 유지 ▲차별성 높은 프로그램 ▲한류 중흥 방송 등을 거론했다. 김영수 지원자는 "이런 프로그램을 탄생시키는 비결은 예상외로 가까운 곳에 있다"며 "바로 우리의 미래가 정답이다. 기후와 인구감소를 1차 주제로 삼고 AI와 디지털 시대의 윤리를 2차 주제로 설정한다"고 했다. 

김영수 지원자는 KBS의 정치적 중립성 제고 방안으로 "그냥 뉴스만 하라"고 했다. 김영수 지원자는 "TV, 라디오에서 뉴스 외에 정치평론, 정치좌담회, 청문회장 생중계, 여론 조사자들의 의견 청취, 해설위원의 논평 등은 지금부터 영원히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는 KBS 1TV는 뉴스, 탐사, 다큐, 역사, 세대, 신기술 등에 집중하는 방송을 하고, 2TV는 예능과 드라마를 중심으로 한 채널로 만들겠다고 했다. 김영수 지원자는 KBS 독립성 제고 방안으로 이사회에서 정치색을 배제하자고 했다. 철저한 공모로 정당 추천 몫을 배제하고 정당활동을 했던 사람에게 감점을 부과하는 안이다. 

"KBS, 방향 잃고 사분오열"

김성진 지원자는 외부 출신(문화일보)인 박민 사장의 리더십이 한계에 봉착했다며 KBS 31년 직무 경험을 바탕으로 위기를 극복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김성진 지원자는 "현재의 리더십은 KBS가 직면한 문제와 이에 대한 조직원들의 정서를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직원들은 고통과 희생을 감당해야 할 개혁의 대상일 뿐"이라며 "직원들은 대상화됐고, 개혁을 통해 스스로의 길을 개척하고자 하는 목소리는 길을 잃었다. 무공감, 무소통의 일방통행 리더십에 KBS를 지탱해 온 우수한 인력들조차 방향을 잃고 사분오열하고 있다"고 했다.

김성진 지원자는 경영계획서에서 혁신 방안으로 ▲보도시스템 개편(빅데이터 기반 시청자 중심 뉴스, '레드팀' 팩트체크, 공정성 침해행위 신고제 도입) ▲헌법과 정체성 수호를 위한 프로그램 신설(콜드 팩트 역사 프로그램, '이슈 대한민국' 토론 프로그램) ▲글로벌 플랫폼 전략적 제휴 ▲수신료 위기 단계별 대응전략(직접징수 방법론, 수신료 대국민 인식 전환 캠페인) ▲제작시스템 혁신(프로덕션화, IP부가사업 확대) ▲조직문화 혁신(호봉제 폐지, 외부인사 영입, 인센티브 확대) 등을 제안했다. 

김성진 지원자는 KBS의 정치적 중립성·독립성 제고 방안으로 ▲뉴스 공정성 지수 평가 결과 공개 ▲방송제작자 공정성 준수 수칙 사규에 명문화 ▲저널리즘 스쿨 신설 ▲공영방송 2030 위원회 설립 ▲공영방송에 대한 대국민홍보 강화 등을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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