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민 조직개편' 반발한 KBS 제작본부 팀장들 '보직사퇴'

1팀장단 "제작자율성 크게 훼손…침묵하지 않을 것"

2024-10-02     고성욱 기자

[미디어스=고성욱 기자] KBS 제작본부 1팀장들이 박민 사장이 강행한 조직개편에 반발해 보직 사퇴했다. KBS 구성원 대다수가 조직개편을 반대하고 있다. 

16인의 제작본부 1팀장단은 2일 기명 입장문을 내어 보직 사퇴하겠다고 밝혔다. 이들은 “경영진은 구성원의 강력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조직개편을 강행했다”며 “이번 조직개편은 KBS의 공영방송으로서의 역할을 심각하게 위협하며, 시사교양 프로그램의 경쟁력과 제작 자율성을 크게 훼손하는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박민 KBS 사장이 28일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방송통신위원회에서 굳은 표정을 짓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들은 “이번 개편으로 인해, 그동안 사회의 목소리를 대변해온 KBS 시사교양 프로그램들은 크게 축소되거나 사라질 것”이라며 “이는 제작진이 피 땀 눈물로 지켜왔던 KBS 콘텐츠 경쟁력과 프로그램의 공익성을 크게 저버리는 결정이며, 공영방송의 본질을 흔들 것이다. 더 이상 묵묵히 침묵하지 않고, 제작진과 함께 KBS 프로그램의 경쟁력과 공적 기능을 지키기 위해 끝까지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25일 KBS 이사회는 야권 이사 4인의 반발을 뒤로 하고 경영진이 상정을 요구한 조직개편안을 강행 처리했다. 이번에 통과된 조직개편안은 ▲시사프로그램 제작 보도국 이관 ▲기술본부 대규모 축소 등을 골자로 한다. 특히 제작1본부 산하 시사교양국은 사실상 해체되며 신설되는 교양다큐센터 소속이 된다. 교양다큐센터는 사장 직속 기구다. 

경영진은 지난 12기 이사회에서 조직개편을 추진했으나 다수 이사들과 구성원들의 반대로 철회했다. 그러나 경영진은 13기 KBS 이사회 출범 일주일 만인 지난 11일 조직개편안을 재상정했다.

구성원 대다수가 이번 조직개편을 반대하고 있다. 지난달 26일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 쟁의대책위원회는 성명을 내어 “조직개악안은 제대로 된 구성원의 의견수렴도 거치지 않았고 어떠한 철학도 보이지 않는 단순한 통폐합에 KBS의 제작역량을 훼손하는 것이라고 수없이 말했다”면서 “임기가 두 달 남은 사장이 추진하는 조직개악은 상식적으로 맞지 않다. 내용도 형식도 모두 글러먹은 조직개악을 새내기 이사들은 승인하면서 낙하산 사장 거수기임을 숨기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KBS구성원들이 지난달 25일 본관 안에서 '조직개편 철회' 집회를 열고 있다.(사진=언론노조 KBS본부 쟁의대책위)

같은 날 KBS노동조합은 성명에서 “조직을 무차별적으로 감축하고 무지성 통폐합한 이번 개악안은 KBS가 국민에게 제공해야 할 양질의 콘텐츠 제작 역량을 심각하게 훼손할 것”이라면서 “조직개편안은 처음부터 밀실에서 추진되었고, 그 과정에서 구성원들의 의견은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 의견 수렴은 그저 형식적인 절차에 그쳤고, 현업에서 KBS를 지탱하는 구성원들의 목소리는 철저히 외면당했다”고 밝혔다.  

KBS노동조합은 “비전 없는 조직개악안을 강행시키고 재정위기가 증폭되고 있는 지금, 경영진의 자성과 개혁을 촉구하는 쟁의행위 찬반투표가 현재 진행되고 있다”면서 “더 이상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KBS같이(가치)노동조합은 지난달 25일 성명에서 “졸속 조직개편안에 대한 사내외 우려와 비판에 시간을 끌었지만, 의견을 듣거나 내용을 바꾸는 일 없이 끝내 강행했다”며 “사장에게는 당장 연임의 밑천을 만들기 위해 ‘조직을 개편했다’는 기록이 더 중요했던 모양이다. 무능한 경영진과 거수기 이사회의 무책임한 결정으로 결국 구성원과 시청자가 그 피해를 입게 됐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언론노조 KBS본부 쟁의대책위와 KBS노조는 현재 ‘단체협약 쟁취와 무능경영 심판, 공영방송 KBS사수를 위한 쟁의행위 찬반 투표를 실시하고 있다. 투표 종료일은 7일이다.

KBS 같이노조는 오는 4일 종료되는 ’박민 사장 연임 찬반투표‘를 실시 중이다. 박 사장의 임기는 오는 12월 9일까지이며 KBS 이사회는 오는 4일까지 후임 사장 후보를 공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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