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신임 98.75%' KBS사장 "조직개편 반대는 기득권 향수"
박민, 임기 내 강행 재확인…이사장은 안건 상정 강행 야권 이사들 '한다면 연임 확정 후 하는 게 옳아' 반발 3대노조·직능단체 "박민 연임 위한 제물 될 수 없다"
[미디어스=고성욱 기자] 임기 3개월 남은 박민 KBS 사장이 임기 내 조직개편 강행 의사를 재차 밝혔다. 그는 조직반대 기저에 '그간 누려왔던, 안주했던 조직과 기득권에 대한 향수와 집착이 깔려 있다'고 말했다. 박 사장의 조직개편안은 이사회에서 상정돼 심의·처리를 앞두게 됐다.
그러나 KBS 구성원들은 경영진이 밀어붙이는 조직개편을 박 사장 연임을 위한 제물이라고 말하고 있다. 이사회가 KBS 사장 후보에 대한 임명을 제청하고 대통령이 재가한다. 지난해 11월 보궐 사장으로 취임한 박민 사장이 받아든 성적표는 레드카드라는 표현이 과분할 정도다. 불신임률은 98.75%에 달했으며 기자협회 구성원 91%는 '뉴스 불공정'을 토로하고 있는 상황이다.
KBS 이사회는 11일 '직제규정 개정안'에 대한 경영진의 보고를 받았다. 여야 추천 이사들은 경영진이 이사회 개최 이틀 전 긴급안건으로 상정을 요구한 조직개편안의 절차적 정당성을 놓고 1시간 20분가량 입씨름을 벌였다.
이상요 이사는 “조직개편은 어느 조직에서든 굉장히 중요한 사항이고 시간도 상당히 걸리기 때문에 임기 초반에 하지, 임기 말에 하지 않는다”며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박 사장이 연임을 희망하는지 모르겠지만, 만약 다른 사장이 온다면 조직개편안을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이사는 “임기 말의 조직개편은 이사회에 대단히 큰 짐을 떠넘기는 것”이라며 “이 문제는 이사회가 섣불리 판단해서 의결하기 어려운 문제이기 때문에 박 사장이 정말 조직개편을 하고 싶다면 연임을 확정하고 해야 한다”고 말했다.
류일형 이사는 “직무개편안이 12기 이사회에 제출됐다가 철회된 지 한 달도 안 됐다”며 “12기 이사회에서 일부 다수(여권) 이사도 반대했었고, KBS 3대노조 모두 강력하게 반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영진은 지난 12기 이사회에서 '직무개편안'을 추진했으나 다수 이사들과 구성원들의 반대로 결국 철회한 바 있다.
류 이사는 “박 사장은 연임에 대해 확신이 있냐, 연임에 대한 확신이 100%가 아닌 상황에서 조직개편을 추진하는 것은 KBS라는 국민의 방송을 두고 너무나 위험한 도박을 하는 것이다. 조직개편을 하려면 연임 후에 하는 게 옳다”고 강조했다.
박민 사장은 “만약 후임(사장이) 오면 또 새로운 조직에 적응하고, 여러 의견수렴 과정을 거치면 (조직개편 시행이)내년 6월이 될지 모른다”며 “3년 내에 자본잠식에 들어갈지 모르는 위기에서 빠르게 조직개편을 하면 내년 하반기에 경쟁력을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 사장은 “후임을 위해서라도 반드시 제 임기 동안 마무리를 지어야 한다는 생각”이라면서 “SBS도 1년에 세 번씩 조직을 바꾼다. 지금 많은 분들이 우려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간 누려왔던, 안주했던 조직과 기득권에 대한 향수와 집착인 것을 다들 아시잖나”라고 반문했다.
박 사장은 “많은 반대들의 기저에는 변화가 싫거나, 조직이 축소되거나, 기존의 기득권이 허물어지는 게 곤란해지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저는 하루라도 빨리 바꾸지 않으면 KBS는 지속 가능하지 않다고 보기 때문에 임기 중에 (조직개편을)마무리 해야 한다는 소명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논의가 길어지자 서기석 이사장은 “법률 검토 결과 안건 상정 여부는 이사장의 권한으로 결론이 났다. (조직개편안이)상정이 된 것”이라며 회의 진행을 강행했다. 야권 이사들이 반발하자 이사회 사무처는 “사내 법무실, 법무법인 지평, 대륙 등 세 곳에서 법률 해석을 의뢰했고 모두 이사장이 안건 상정 시기를 결정한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조직개편안에 대한 논의는 여권 이사들의 요구에 따라 비공개 회의로 넘겨졌다.
이날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 쟁의대책위원회, KBS노동조합, KBS같이(가치)노동조합과 기술인협회, PD협회는 지난주에 이어 ‘조직개편 완전 철회’ 촉구 피케팅을 진행했다.
박상현 언론노조 KBS본부장은 “12기 이사회에서 조직개악안을 철회했던 사측이 새로 이사회가 꾸려지자 말자 사측은 갑자기 긴급 안건이라고 하면서 조직개악안을 밀어붙이고 있다”면서 “이사회가 꾸려지자마자 강행 의사를 밝히는 걸 보면 낙하산 박민 사장은 이사회를 자신의 거수기로 생각하는 것이 분명하다”고 비판했다.
허성권 KBS노조위원장은 “아무리 작은 조직이라도 단 2개월도 안 돼서 조직개편을 시행한다는 건 말이 안 된다”면서 “방통위나 정부에서도 알면 어이없어 할 일이다. 사측이 밀어붙이더라도 우리가 한뜻으로 저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승준 기술인협회장은 “박민 사장 연임을 위한 제물이 될 수 없다. 어떻게 기술 조직을 반토막 내 연임을 위한 제물이 될 수 있단 말이냐"라고 따져 물었으며 김세원 PD협회장은 “수십 년 동안 PD들이 피땀 흘려 만들어왔던 시사 프로그램을 모두 부정하고, 기자들이 만드는 한 가지의 시사만 하자고 하는 것은 그동안 KBS가 쌓아올린 무형의 재산을 또 스스로 짓밟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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