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민 연임설 속 KBS이사회, 차기 사장 추천 작업 시동
11일 '사장 임명 특위 구성' 안건 상정 "이사 효력정지 가처분 기각 명분쌓기" 9일 오후 '박민 신임 투표' 결과 발표
[미디어스=고성욱 기자] 졸속 선임 논란의 KBS 이사회가 차기 사장 추천 작업에 나선다. KBS 안팎에서 오는 12월 임기가 만료되는 박민 사장이 연임을 준비 중이라는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오는 11일 임시 이사회 안건으로 ‘제27대 사장 임명 제청을 위한 특별위원회 구성에 관한 건’이 공지됐다. ‘사장 임명 제청 특위’는 사장 선임 절차와 방법 등을 논의하는 기구로 이사회 의결을 거쳐 확정된다. 박민 사장 추천자 선출 과정에서 양승동·김의철 전 사장 후보자 선출 과정에 도입됐던 시민참여단 평가가 폐지된 바 있다.
박민 사장 임기는 오는 12월 9일까지다. 박 사장은 지난달 28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사장에 재도전할 것인가'라는 김현 더불어민주당 의원 질문에 "여기서 답변하기는 적절치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KBS 이사회의 여권 추천 이사들이 차기 사장 추천을 서두르는 이유는 현재 KBS 이사 효력정지 가처분 재판에 영향을 주기 위한 의도라는 지적도 나온다. 박상현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 쟁의대책위원장은 9일 미디어스에 “현재 13기 이사회는 (가처분 결정에) 영향을 내릴 수 있는 결정을 해서는 안 된다”며 “이사장을 빠르게 선출한 것부터 이사회가 중요한 결정들을 하는 것은 법원을 향해 '효력정지 가처분을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는 명분을 쌓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지난 4일 13기 KBS 이사회는 야권 추천 이사들이 불참한 가운데 서기석 이사를 이사장으로 선출했다. 지난달 27일 야권 이사 4인과 조숙현 전 이사는 방통위의 KBS 이사 추천과 윤 대통령의 임명 재가에 대한 효력정지 가처분을 서울행정법원에 신청했다. 임명처분 무효 본안 소송도 함께 제기했다.
야권 이사 4인은 ‘이사회 불참 기자회견’을 열고 “이날 이사회에서 ’긴급 안건‘으로 이사장 선출을 강행하면 새 이사회가 스스로를 정당화하기 위해 ’속도전‘에 나설 게 뻔하다”며 “새 이사회는 KBS 구성원 절대 다수가 반대하고 있는 박민 사장의 조직개편안 처리는 물론이고, 박민 사장의 후임자 선정 작업도 서두를 가능성이 크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런 일들이 법적 정당성이 결여된 상태에서 추천, 임명된 이사들의 ’속전속결‘과 ’일방통행‘으로 처리된다면 KBS는 공영방송으로서의 공공성, 독립성에 회복할 수 없는 타격을 입을 게 분명하다"며 "누구나 인정하듯 박민 사장 체제의 KBS는 ’정권의 방송‘으로 변질됐고, 국민의 관심과 신뢰에서 멀어지는 ’2류 방송‘으로 전락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야권 KBS 이사 4인은 “이미 법원은 방통위 ’2인 상임위원 체제‘가 합의제 기관에 요구되는 의사형성 원리에 어긋나는 결정을 했다는 판단을 내린 바 있다”며 “KBS 새 이사 추천, 선임에 대한 효력정지 소송에서도 법원이 하루빨리 공정한 결정을 내려 KBS가 바른 공영방송으로 나아가는 길을 열 수 있게 되기를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같은 날 언론노동조합도 성명을 내고 "법원의 판단이 내려지기 전에 졸속 선임된 이사회를 '알박기'하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언론노조 KBS본부 쟁의대책위는 조합원을 대상으로 진행한 ‘박민 사장 신임 투표’ 결과를 9일 오후 발표할 예정이다. KBS본부 쟁의대책위는 지난달 29일 ‘투표 실시’ 공고문에서 “제가 취한 많은 조치를 9개월 동안 많은 직원들이 자기 희생임에도 불구하고 따라준 건 이 방향으로 가는 게 틀리지 않았다고 동의하기 때문이라고 판단한다”는 박민 사장의 발언을 전했다.
KBS본부 쟁의대책위는 “이렇게 황당한 인식을 보이는 낙하산 박민 사장에게 현실을 똑똑히 알려줄 필요가 있다고 판단해 박민 사장에 대해 신임을 묻는 조합원 투표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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