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 "'오락가락' 정부, 의료대란 불안감 키운다"

"9일 새 '마무리' '원점 재논의' '재논의 불가'… 어쩌자는 건지" 정부, "제로베이스에서 논의하겠다"더니 "재논의는 불가" 입장 의료계, 수시 원서 접수 코앞인데 '2025년도 백지화' 조건 걸어

2024-09-09     송창한 기자

[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의대증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여·야·의·정 협의체' 출범이 난항에 빠졌다. 정부가 '원점 재논의' 입장을 뒤바꾸고 의료계가 2025학년도 증원 백지화를 대화의 선결조건으로 내걸면서다. 

정부의 입장이 자고 나면 바뀌어 의료대란의 불안감을 부추기고 있다는 언론 비판이 제기된다. 추석 연휴를 앞두고 '간보기'를 할 뿐 정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2025학년도 대입 수시 접수를 코앞에 두고 '백지화'를 주장하는 의료계에 대해서도 무리한 요구를 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지난 8월 29일 오전 서울 용산구 용산전자상가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브리핑 및 기자회견 방송이 중계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9일 우원식 국회의장과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대표, 더불어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회동을 갖고 '여·야·의·정 협의체' 구성·운영에 관한 논의를 진행한다. '여·야·의·정 협의체' 출범은 여야가 합의한 내용이다. 지난 4일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가 교섭대표 연설을 통해 의료대란 해결을 위한 '여·야·의·정 비상협의체' 구성을 여권에 제안했고,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도 지난 6일 같은 내용을 공개 제안하면서 물살을 탔다. 이에 대통령실은 2026학년도 의대 정원에 관해 "의료계가 합리적 안을 제시하면 제로베이스에서 논의하겠다"는 긍정적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정부는 7일 "'2026년 의대 증원 유예 결정'은 사실과 다름을 알려드린다"고 보도설명자료를 배포했다. 국무조정실은 "정부가 지난 1년 8개월 넘게 줄기차게 의료계에 요청해온 '과학적 근거에 의한 합리적 의견 제시'는 불변"이라며 "의료계가 계속해서 의견을 제시하지 않는다면 재논의는 불가하다"고 했다. 그러자 대한의사협회는 2025·2026학년도 의대 증원 계획을 백지화하지 않으면 협의체가 참여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민주당 조승래 수석대변인은 8일 서면브리핑을 통해 "국민 생명이 걸린 일을 놓고 또 오락가락하고 있다. 윤 정부는 응급실 뺑뺑이도 모자라 이제 협의체마저 뺑뺑이를 돌리려 하나"라며 "이런 식이라면 기껏 등 떠밀려 수용한 여·야·의·정 협의체도 공염불이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국무조정실 7일 보도설명자료 갈무리

9일 동아일보는 사설 <의대 증원, 자고 나면 정부 말이 바뀌는데 어찌하자는 건지>에서 "국무조정실은 이날 밝힌 입장이 정부의 일관된 정책 기조라고 했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며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국정브리핑에서 '의대 증원은 마무리'라고 했고, 같은 날 대통령실 정책실장이 방송에 나와 '2025, 2026학년도 의대 정원 공표는 마무리됐고 그 이후에 대해선 열려 있다'고 부연 설명하며 여당이 제기한 2026학년도 증원 유예 가능성을 일축했다"고 했다. 

이어 동아일보는 "하지만 추석 연휴를 앞두고 응급실 대란 우려에 여론이 악화하자 처음으로 '원점 재논의'까지 거론하며 한발 물러섰다"며 "9일 새 '마무리' '원점 재논의' '재논의 불가'로 정부 발표 내용과 뉘앙스가 오락가락하면서 정책에 대한 불신과 의료 대란의 불안감만 키우고 있는 셈"이라고 했다. 

동아일보는 정부여당이 의대 정원 증원에 따른 교육시스템 확충 계획도 없이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동아일보는 "여당 내부에서는 9일부터 대학 수시 원서 접수가 시작되면 의료계 분위기도 달라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교육부도 입시 일정상 증원 번복은 불가능하다고 선을 그었다"며 "그러면서도 의대 증원에 따른 교육 인력과 시설 확충 계획은 내놓지 않고 있다. 내년도 보건 분야 예산 증가 폭이 5.4%로 보건복지부 총예산 증가율(7.4%)을 한참 밑도는 데다 건강보험료가 처음으로 2년 연속 동결돼 의대 교육에 대폭 투자할 여력도 없어 보인다"고 했다. 

동아일보는 "의사단체가 의대 증원 철회를 주장하는 주요 근거가 부실 교육 우려인데 이 부분은 해소하지 않으면서 '시간은 우리 편'이라 기대하고 있는 것 아닌가"라며 "정부는 조건 달지 말고 의사들의 협의체 참여를 설득하고 의사들도 전문성을 발휘해 출구 전략 마련을 주도하기 바란다"고 했다. 

동아일보 9일 사설 갈무리 (빅카인즈)

같은 날 경향신문은 사설 <대통령이 직접 ‘의료대란’ 사과하고, 협상의지 밝히라>에서 "이래서는 정부의 정확한 입장이 무엇인지 종잡을 수 없다. 구체적이고 명확한 타협안을 먼저 내놓기보다 발언의 뉘앙스만 질금 조절해 가면서 '간보기'한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며 "환자들이 치료도 못 받고 죽어가는 응급실 대란이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상황을 감안하면 너무 한가하고 안이한 태도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경향신문은 "정부가 진정으로 사태 해결을 바란다면 윤 대통령이 직접 나서 그간의 혼선을 사과하고 여·야·의·정 협의체에 힘을 실어야 한다. 안이한 인식과 대응으로 사태를 악화시킨 관료들을 문책할 필요도 있다"고 했다. 여야에서 보건복지부 장관·차관에 대한 문책론이 터져 나오고 있지만 대통령실은 "일말의 가능성도 없다"고 일축했다. 

2025학년도 의대 정원 증원 계획을 백지화하라는 의료계 요구가 무리하다는 언론 비판도 이어진다. 경향신문은 같은 사설에서 "9일부터 2025학년도 대입 수시 원서접수가 시작되는 마당에 증원 백지화를 요구하는 것은 무책임하다. 정부의 정책 추진 과정에 문제가 있었다 하더라도, 이미 확정된 정책의 방향을 무산시키는 것은 또 다른 문제를 일으킬 뿐"이라며 "의·정 간 대화가 중단된 상황에서 추석 의료대란 우려는 커지고 있다. (중략)상대가 먼저 백기를 들어야 대화할 수 있다는 강경책만 고수하다가는 파국만 있을 뿐"이라고 했다. 

중앙일보는 사설 <의료계도 무리한 조건 거두고 정부는 인내심 발휘를>에서 "이미 발표된 입학 정원을 원점으로 되돌리면 엄청난 부작용이 불가피하다. 백번 양보해 의협 주장대로 재논의가 가능하다고 해도 이는 협의 테이블에서 따져봐야 할 사안"이라며 "시작 전부터 원점 재논의를 받아들이라는 요구는 협의하지 말자는 얘기와 다를 바 없다"고 했다.

중앙일보는 "의사들 주장대로 정부가 무리한 방식으로 의대 증원을 밀어붙여 국민 건강과 의사 양성이 심각한 위기에 직면했다면, 이런 위험을 최소화하는 책무는 의료계에도 있다"며 "정치권 중재로 어렵게 마련된 협상 기회를 놓치면 의료계와 정부 모두 궁지에 몰릴 뿐이다. 국민을 벼랑 끝으로 모는 자존심 싸움은 멈춰야 한다"고 했다. 

중앙일보 9월 9일 사설 갈무리 (빅카인즈)

조선일보는 사설 <의료계도 협의체 참여해 요구하고 주장해야>에서 "이제 수능이 두 달쯤 남았다. 각 대학은 의대 관련 입시 요강을 다시 짜야 한다. 수시를 지원한 수험생들은 혼선을 겪어야 한다"며 "내년 증원 철회는 쉬운 일이 아니다"라고 했다. 

조선일보는 "의협은 '협의체 참여 전에 여·야·정이 단일안을 미리 내놔야 한다'고 했다. 마음에 들어야 참여하겠다는 것인가"라며 "지금 의료 사태에선 의사들의 목소리가 누구보다 중요하다. (중략)여·야·정이 단일안을 내놔도 의사들이 거부하면 의미가 없어진다. 의료 갈등을 풀 단일안은 여·야·정과 의사가 함께 머리를 맞대고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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