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사장, "BBC 수신료 폐지" 가짜뉴스로 구조조정 밑밥
박민, 자칭 구조조정 전문가…과방위 결산 심사 출석 "어려운 회사는 구조조정과 비전 동시 진행돼야" 영국 노동당·BBC, 수신료 개정 논의 시작도 안 해 2022년 '수신료 폐지' 주장한 보수당 총선 패배 심영섭 "수신료 폐지는 공영방송 폐지"
[미디어스=고성욱 기자] 박민 KBS 사장이 영국 공영방송 BBC가 2028년 수신료를 폐지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영국 정부는 본격적인 수신료 개편에 대한 논의를 시작하지 않았다.
또 박 사장은 "이런 어려운 회사는 구조조정과 비전이 동시에 진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28일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2023회계연도 결산' 심사에서 이훈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KBS가 수신료 통합징수에 부정적 입장을 밝힌 것과 관련해 “(수신료를)분리징수하면 KBS 적자도 늘어나고 경영이 어려워지는 것인데, 이해할 수가 없다”며 “도대체 KBS 경영에 무엇이 도움되는지 사장이나 경영진이 판단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KBS의 수신료 비중은 47%이지만 영국은 71%, 독일은 88.9%”라며 “우리나라도 이런 나라처럼 수신료 비중을 높이는 대신 공영방송이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사장님도 로드맵을 제시해서 신뢰를 얻어서 수신료 비중을 높이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박 사장은)아무런 준비가 안 돼 있는 상태에서 ‘분리징수를 해야 한다’고 이야기하고, 적자에 대해서도 정확히 말을 않는다”라고 비판했다.
이어 이 의원은 KBS가 진행한 명예·희망퇴직과 시행을 예고한 무급휴직을 거론하면서 “(KBS가)노사협의회를 하자면서 노사협의 안건으로 근로자 대표 선정을 요청했는데, 보통 정리해고 하기 전에 이런 절차를 밟는다”며 “박 사장은 본안이 ’구조조정 전문가‘라고 자기소개서에 썼다. 박 사장은 경영의 문제를 구조조정이나 직원들의 희생으로(해결하려면서) 아무런 비전도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자 박 사장은 “이 자료 중에 영국(BBC) 같은 경우 2028년도에 지금 폐지하는 것으로 돼 있다. 더군다나 자료와 달리 영국 BBC 전체 수익 중 지금 콘텐츠 판매량이 차지하는 비용이 40%까지 올랐다. 이미 전 세계가 TV를 직접 보지 않으면서 수신료에 대한 저항은 계속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 비전은 내부에 제시하고 있다”며 “이런 어려운 회사는 구조조정과 비전이 동시에 진행돼야 한다. 정확하게 잘 모르고 계시는 거 같은데 다음에 기회가 되면 답변드리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영국이 2028년 BBC 수신료를 폐지한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 수신료에 대한 영국 정부와 BBC의 논의가 본격화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관련 논의는 내년에 시작될 전망이다.
지난 2022년 영국 정부는 2년간 BBC의 수신료를 동결하고, 이후 4년간 물가인상률에 맞춰 수신료를 인상하기로 결정했다. 당시 보수당 정부의 나딘 도리스 영국 문화부 장관은 '2028년까지 BBC 수신료를 폐지하는 방안’을 제안한 바 있다. BBC 수신료는 영국 칙허장에 따라 2027년까지 보장돼 있다. 그러나 해당 장관은 교체됐으며 이 기간 영국 노동당이 총선에서 승리했다. 지난달 임명된 리사 낸디 문화부 장관은 수신료 제도를 지지하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또 BBC의 전체 수익 콘텐츠 판매량 비중이 40%에 달한다는 박 사장의 주장도 사실과 다르다. KBS 공영미디어연구소가 지난달 31일 발표한 <BBC, 2023/24 연차보고서 발간>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BBC의 매출은 총 53.89억 파운드(약 9조 6,038억 원)다. 이 중 수신료 매출은 36.60억 파운드(약 6조 5,225억 원)이며 상업적 사업 수익과 정부지원금이 포함된 기타수익은 17.29억 파운드(약 3조 813억 원)이다. BBC는 TV 프로그램 제작 및 배급을 주요 사업으로 하는 BBC 스튜디오를 중심으로 상업적 성공을 거뒀고 수익모델 다변화를 시도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전체 매출의 약 70%는 수신료와 같은 공적 재원이 차지한다.
심영섭 경희사이버대 미디어영상홍보학과 교수는 미디어스에 “영국에서 수신료 폐지 주장이 나오긴 했지만 이것은 수신료 폐지가 아닌 대체”라며 “그 대체를 어떤 식으로 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을 계속 하는 것이다. 아직 결정된 바가 전혀 없다”고 말했다.
심 교수는 “수신료를 폐지한다는 것은 공영방송을 폐지한다는 의미인데 공영방송을 폐지하는 국가는 극히 일부”라면서 "기존 공영방송에서의 수신료 재원을 다른 재원으로 전환하는 국가들이 많다. 오히려 더 안정적인 재원체계로 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심 교수는 ”공영방송의 재원을 더 안정화하면서 강한 책무를 부여하는 방향“이라며 "영국 노동당이 보수당보다는 더 공영방송에 친화적이니 기존에 했던 논의를 더 길게 가져갈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또 심 교수는 ”BBC가 스튜디오를 통해 콘텐츠 수익을 늘려간 것은 맞지만 스튜디오를 운영하는 기본 예산이 수신료“라며 ”상업적 수익은 실패할 가능성도 있고 일정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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