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통위, '밑빠진 독' 소송비용 불법 전용 논란 예고
예산 3억 원 전부 소진…"예산 전용하겠다" '방심위 제재·공영방송 이사 교체' 효력정지·취소 줄소송 지난해 수신료 분리징수 헌법소원 대응 예산 전용 '지침 위반' 김현 "올해도 불법행위 하겠다는 것인가"
[미디어스=송창한 기자] 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이진숙, 이하 방통위)가 3억 원가량의 법률비용 예산을 전부 소진하자 예산을 전용해 추후 소송과 재판에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비판언론 표적심의' 논란을 일으킨 방송통신심의위원회(위원장 류희림, 이하 방통심의위)의 무더기 제재, '방송장악' 논란을 빚는 공영방송 이사 선임의 효력이 법원에서 줄줄이 '정지'되면서 방통위 관련 예산이 감당하지 못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방통위는 지난해 TV수신료 분리징수에 대한 헌법소원심판 청구에 대응하면서 예산집행지침을 위반한 법률자문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27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전체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 김현 의원은 "KBS 현직 이사 5명이 행정법원에 새 이사 선임 효력을 멈춰달라고 집행정지 신청을 했다. 임명처분 취소 소송과 함께"라며 "이 변호사비는 어떻게 할 것이냐. KBS 이사인 이인철 변호사가 이해충돌인데 다른 데 맡겨야 하지 않냐"고 질의했다. KBS 이사로 임명된 이인철 변호사는 방송문화진흥회(MBC 대주주, 이하 방문진) 이사 임명 효력을 정지해달라는 가처분 소송의 방통위 변호인을 맡았다.
이에 김영관 방통위 기획조정관은 "필요하면 전용을 해야 한다"고 답했다. 김현 의원은 "2023회계연도 방통위 결산 검토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헌법소원심판 관련 법률자문 용역계약을 1천만 원 쓴 것이 (예산집행지침)위반한 것으로 보인다는 소견서가 나왔다"며 "똑같이 불법행위를 하겠다는 것인가"라고 비판했다. 김영관 기획조정관은 "소송비는 일반수용비에서 사용된다. 일반수용비 안에서 전용이 가능한지 확인하고, 가능하다면 사용하겠다"고 했다.
김현 의원은 "전용이 안 되면 어떻게 할 것인가. 지금 변호사비 남발로 돈을 다 쓴 것이지 않냐"며 "행정청이 심의·결정을 제대로 안 해 재판에서 다 지고 있다. 결국 내년(결산)가서 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 일을 이미 기획조정관이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방통위 조성은 사무처장 역시 예산을 전용해 법적대응을 이어나가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했다. 조성은 사무처장은 "자체 전용을 하려고 한다"며 "필요한 부분이 있으면 전용을 해서라도 해야 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국회 과방위 수석전문위원실의 검토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당시 방통위 배중섭 기획조정관은 예산집행지침을 위반해 '헌법소원심판 관련 법률자문 용역'을 집행했다. 방통위는 '수신료 분리징수' 방송법 시행령에 대해 KBS가 헌법소원심판 청구에 나서자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에게 990만 원짜리 법률자문 용역을 맡겼다. 용역 내용은 '공영방송의 헌법상 지위와 수신료 분리징수의 의미에 대한 검토의견'이다.
과방위 수석전문위원은 "기획조정관 사업의 일반용역비로 집행했는데, 이는 예산집행지침을 위반해 집행했다는 문제가 있다"며 "예산집행지침에서 일반용역비는 행사운영, 채용, 영상자료제작에 소요되는 비용으로 규정하면서 '자문 용역'은 일반연구비로 집행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법률 용역'에 해당하는 해당 비용을 일반용역비로 집행한 것은 지침을 위반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방통위는 정기 공모를 통해 수행하는 일반적인 정책연구가 아닌 긴급하게 진행된 법률자문 성격의 수시 용역 건이기 때문에 일반용역비로 집행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기획재정부 '2023 예산 및 기금운용계획 집행지침'은 "학술, 기술, 평가, 자문 및 시운전, 실태조사, 임상연구 등 지식기반의 조사·연구 관련 용역은 일반연구비로 집행"할 것을 명시하고 있다. 과방위 수석전문위원은 "예산 비목의 목적을 벗어난 예산 집행을 하지 않도록 주의하며, 향후 예산을 적정 비목으로 집행하도록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류희림 위원장 체제 방통심의위와 22대 총선 선거방송심의위원회(위원장 백선기)가 의결한 법정제재는 29건이 법원에서 집행정지됐다. 이 중 MBC 관련 사건이 17건에 이른다. 형식상 민간독립기구인 방통심의위의 제재는 행정기구인 방통위가 집행하기 때문에 소송이 제기될 시 당사자는 방통위가 된다. 방통심의위의 무더기 제재로 방통위는 향후 수십 건의 가처분·본안 소송을 진행해야 하는 상황이다.
방통위는 방문진 이사 교체와 관련해서도 변호사 비용이 필요하다. 지난해 방통위는 임기가 남은 방문진 권태선 이사장과 김기중 이사를 해임하고 보궐이사를 임명했으나 해임·임명 효력이 모두 법원에서 정지됐다. 최근에는 이진숙 위원장과 김태규 부위원장 '2인 체제'로 방문진 이사를 선임했다가 법원에서 집행정지 결정을 받았다.
윤석열 정부 방통위가 법정제재 취소 소송으로 지출한 비용은 최근 10년 중 가장 많다. 지난 5월 민주당 고민정 의원은 방통위가 법정제재 처분 취소 소송으로 올해 1월부터 4월까지 1억 3970만 원의 비용을 지출했다며 이는 지난 10년 간 가장 많은 금액이라며 "불필요한 행정력과 세금이 줄줄 새고 있다"라고 비판했다.(관련기사▶방심위·선방위, 역대급 '입틀막' 소송 비용…"국정조사해야")
한편, 과방위 예산결산소위원장인 민주당 정동영 의원은 27일 방통위와 방통심의위의 운영예산 전액을 삭감하겠다고 밝혔다. 정 의원은 윤석열 정부 방통위·방통심의위는 활동할수록 방송의 독립성과 미디어융합환경을 훼손한다며 두 기관의 운영예산 전액 삭감은 자신의 '소신'이라고 말했다. (관련기사▶정동영 "방통위·방심위 운영예산 전액 삭감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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