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박민 사장, 일제시대 국적 질문에 "생각 안 해봤다"
"'나비부인', 친일하려고 틀었으면 미친놈" 4.3 왜곡에 "다양한 시각, 달나라 안 갔다는 사람도 존재" "어쨌든, 광복절날 기미가요, 기모노 등장 오페라 편성은 불찰"
[미디어스=고성욱 기자] 박민 KBS 사장이 ‘광복절 기미가요’ 방영에 대한 야당 의원의 사과 요구에 이미 세 차례나 했다며 거부하다가 결국 “작품의 성격이 어쨌든 변주된 기미가요와 기모노를 입은 여성이 등장하는 오페라를 편성한 것은 불찰”이라고 다시 사과했다.
박 사장은 ‘이승만 미화’ <기적의 시작> 방영에 대해서는 “달나라를 갔다 왔다와도 안 갔다 왔다는 주장이 있다” “크리스천은 이승만이 신의 계시를 받았다고 주장할 수 있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또 박 사장은 이승만 전 대통령을 비판적으로 다룬 프로그램도 방영할 의사가 있다고 했다.
28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2023회계연도 결산’에서 광복절 당일 ‘기미가요’ '<기적의 시작> 방영’에 대한 야당의 지적이 쏟아졌다. 한민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기적의 시작>에서 ‘건국이 1948년 8월 15일’이라고 주장한다며 이에 동의하나라고 물었다.
이에 박 사장은 “지금 답변할 이유는 없다”고 말했다. ‘본인 책임하에 방송한 것 아닌가’라고 재차 질문하자 박 사장은 “편선본부장이 한 것이지, 저에게는 편성할 권한이 없다. KBS 입장이 아닌 인터뷰 한 사람의 입장”이라고 말했다. 편성본부장은 과방위 결산심사에 불출석했다.
한 의원이 “‘3.15 부정선거는 대통령이 아닌 부통령에 대한 부정선거였다’는 것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라고 묻자 박 사장은 “그건 팩트 아닌가, 당시 이미 대통령 후보가 이미 사망해서 대통령에 대해서는 부정선거 할 이유가 없었던 상황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한 의원은 “이 영상물을 보면 3.15 부정선거는 대통령이 아닌 부통령 선거의 부정선거였다며 사안을 단편적으로 보고 있고, ‘하야는 위대한 결단’이라고 하는데 그럼 4.19 혁명으로 유명을 달리한 분은 뭐가 되나. 공영방송에서 이런 걸 버젓이 틀어놓고 거기에 대한 인식에 대해 답변을 못하는 사장이 자격이 있나 싶다”고 비판했다.
황정아 민주당 의원은 “일제 강점기 우리 선조들의 국적이 무엇이었나”라고 물었다. 이에 박 사장은 “그때는 나라를 뺏겼으니까”라면서 “생각을 깊이 안 해봤다”고 답했다. 황 의원은 ‘광복절 기미가요 방영’에 대해 “박민 사장이 입장문 하나 내고 9시 뉴스에서 40초짜리 사과하고 넘어갈 일이 아니다”라면서 “사장이 직접 공개적으로 국민께 허리 숙여 사과하고, 그럼에도 국민적 분노가 풀리지 않으면 스스로 사퇴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 사장은 “임원회의에서도 사과해 저희가 총 세 번의 사과를 했다”면서 “(<나비부인>의)전체적인 작품의 주제나 말하고자 하는 것을 보고 그걸 틀어서 친일을 하겠다고 하면 미친놈이다. (오페라)내용이 적어도 친일 방송은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박 사장은 광복절 전에 이미 네 차례나 동일한 오페라가 방영된 적이 있다고 부연하면서 “KBS를 어떻게 보는지는 몰라도 친일을 하기 위해 8월 15일 날, 그런 방송을 (일부러)편성하지는 않는다”고 했다.
최민희 과방위원장이 “다른 날도 아니고 광복절날 기미가요가 국가기간방송 KBS 전파를 탄 데 대해 이 자리에서 국민께 사과할 것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그러자 박 사장은 “작품의 성격이 어쨌든 그게 광복절 새벽에 변주된 기미가요가, 또 기모노를 입은 여성이 등장하는 오페라를 편성한 것은 불찰이라고 생각한다. 국민들에게 다시 한번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노종면 민주당 의원은 “박 사장이 ‘확인되지 않은 정보가 확산되는 것은 차단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는데, 그러면 같은 비중으로 이승만 전 대통령에 대해 (<기적의 시작>과)정반대의 시각을 KBS에서 다루는 것인가”라고 물었다. 박 사장은 “적당한 작품이 나오면 그렇게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노 의원은 <기적의 시작>에서 법정기념일인 제주 4.3에 대해 좌익이 일으킨 사건이라고 주장하는데 그런 시각을 KBS가 다뤄도 되는 것인가라고 지적했다. 박 사장은 “법정기념일이더라도, 다양한 (시각이 존재한다). 달나라에 갔더라도 안 갔다는 시각들도 존재하는 것 아닌가”라고 답했다.
그러자 노 의원은 ‘이 전 대통령이 신의 계시를 받았다’는 내용은 왜 편집했나고 재차 물었다. 박 사장은 “크리스천들은 이승만 대통령이 신의 계시를 받았다고 주장할 수 있지 않냐”면서 “(편집 이유는)특정 종교 집단들이 반발할 수 있어서”라고 말했다. 박 사장은 “이승만 대통령을 미화하는 내용이 일부 담긴 프로그램을 편성한 것에 대해 불쾌감을 가진 분도 있고, 이걸 편성해 달라고 청원한 국민도 똑같이 있다”고 말했다.
최민희 위원장은 “저는 박 사장의 역사 인식을 명확하게 이해했는데, 불확실하다는 지적이 나오니 명확히 하겠다. 1945년 광복절 맞나, 그리고 1948년 8월 15일은 정부 수립일 맞나”라고 물었다. 박 사장은 “예, 정부수립일 맞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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