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는 시청자위원 "KBS, 어디로 가고 있는지 우려스럽다"

31기 마지막 회의 '이승만 미화 다큐' '세월호 스티커 제거' 지적 편성본부장 "'광복의 의미 되새기자는 마음으로 편성"

2024-08-26     고성욱 기자

[미디어스=고성욱 기자] 31기 KBS 시청자위원회 마지막 회의에서 한 시청자위원이 “KBS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 굉장히 우려스럽다”고 한탄했다. 이날 시청자위에서 ‘이승만 미화 다큐 광복절 방영’ ‘세월호 추모 스티커 삭제’ 등이 거론됐다. 

지난 13일 시청자위에서 김소형 부위원장(성균관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초빙교수)은 ‘이승만 미화 다큐’ 논란을 거론하며 “문제적인 이야기를 마치 사실인 것처럼 전하는 <기적의 시작>을 공영방송이 구매해 8.15 특집으로 보여준다는 사실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참담했다”고 말했다. 이날 시청자위는 <기적의 시작> 방영 전 열렸다.

KBS 시청자위원회 (사진=KBS)

KBS는 광복절인 지난 15일 구성원과 시민사회단체의 반발 속에 <기적의 시작>을 방영했다. 구성원들은 ▲제주 4.3, 3.15부정선거, 4.19 혁명 등의 역사적 사실 왜곡 ▲이승만과 기독교 미화 ▲관객 수 대비 높은 구매 가격 등의 이유를 들어 방영 철회를 요구했다. 4·3사업위는 “반헌법적 인물이자 4‧3 학살 주역 중 하나인 이승만 전 대통령에 대한 칭송 일색의 작품이고 현대사 전반에 심각한 편향 왜곡으로 점철됐다”고 지적했다. 영진위는 <기적의 시작>에 대한 ‘독립영화 신청’을 두 차례 거부했다. 영진위는 “객관성이 결여된 인물 다큐멘터리로 독립영화 인정기준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김 부위원장은 “격변이지만 KBS의 정체성은 공영방송”이라며 “수신료를 받고 시민들로부터 공영방송으로 인정받으려면 내부에서 정체성을 어떻게 확립할 것인지 치열하게 고민해야 한다. 그런데 과연 ‘고민들은 하고 있는가’, ‘지금 KBS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 솔직히 굉장히 우려스럽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김동윤 편성본부장은 “<기적의 시작>은 영진위로부터 장편 다큐멘터리 부문의 예술영화로 인정받은 바 있다”며 “예술영화로 인정받았다는 것 자체가 작품성과 실험성에 대해서 인정을 받았다는 내용으로 파악된다. 시청자의 거부감과 관련해 시청자 청원을 보면 방송 반대, 방송 찬성 청원의 수가 비슷하다”고 말했다. 

김 편성본부장은 “논쟁이 된 부분에 대해서는 유감으로 생각하지만, 건전한 토론의 장으로 전환될 필요가 있다”며 “이번 방송이 광복절을 맞아 광복의 의미를 다시 되새기는 계기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편성했다. 방송법에 ‘독립적인 편성권’이 있는데, 그 부분을 갖고 다양성 측면에서 편성하고 방송하게 된 것”이라고 했다.

서울 여의도 KBS 사옥 (사진=KBS)

정진임 위원(투명사회를위한정보공개센터 소장)은 ‘취재 기자 세월호 추모 스티커 제거 조치’를 지적했다. KBS <뉴스9>은 지난달 리포트를 생중계하던 취재 기자의 노트북에 부착된 스티커를 방송 후 모자이크 처리했다. 후속 방송에서는 해당 취재기자의 노트북에서 '세월호 추모 스티커'가 제거된 모습이었다.

사측은 ‘보도내용과 무관한 상표나 표식을 화면에 노출하지 않는다는 내부 방침 때문에 스티커를 뗀 것이라며 취재기자의 허락을 받았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이후 사측이 해당 기자에게 ‘경위서’를 요청했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논란이 커졌다. 

정 위원은 “왜 그런 내부방침이 세월호 추모 리본에 처음으로 작동한 것인지 모르겠다”면서 “만약 (취재 기자에 대한)경위서 제출이 선행됐다면, 영상 수정 요청이 과연 자발적인 것이었는지 의문이 든다. 도대체 KBS는 세월호 추모 리본에서 무엇을 읽어내려고 하는 것인지 궁금하다”고 지적했다.

정 위원은 “정치적인 것은 세월호 리본이 아니라 이를 바라보는 KBS 아닌가”라면서 “과도한 내부검열을 불사하면서 오히려 세월호에 정치적 색깔을 씌우고 있는 것은 아닌가. (세월호 10주기 다큐 불방 때부터)이런 논란을 계속 만드는 것에 참담한 마음”이라고 말했다. 정 위원은 “KBS가 보도뿐 아니라 모든 방송에서 시민의 알권리를 보장하길 간곡히 부탁하고, 그 알권리가 안전하고 행복하게 살기 위한 권리, 국민의 기본권을 지키기 데에 근간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최재현 통합뉴스룸국장은 “본인이 동의하지 않으면 모자이크 처리하거나 삭제할 수 없기 때문에 충분한 논의를 거쳤다”며 “(기자가)불필요한 오해를 사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것에 동의해서 모자이크 처리를 했다고 사후에 보고를 받았다. ‘삭제하라’고 지시한 것은 전혀 없고 부서 내부에서 벌어진 일”이라고 말했다. 최 국장은 “세월호가 갖는 우리 사회에 큰 의미, 파장 여러 가지 있기 때문에 매우 신중하게 처리했다”고 덧붙였다.

최세경 위원(중소벤처기업연구원 연구본부장)은 “시청자위는 KBS에 응답할 책임을 부여하고 있는데, 그런데 그게 잘 되고 있는지에 대한 고민이 든다”며 “시청자위가 부여한 응답할 책임이 작동되지 않았을 때 법적 책임이 없다는 것을 2년 동안 느꼈다”고 지적했다.

한편 32기 시청자위는 다음 달 출범한다. 공정언론국민연대, 자유언론국민연합 등 보수언론단체 추천 인사들과 김재봉 전 문화일보 수석논설위원이 KBS 시청자위원으로 이름을 올렸다. 박민 사장은 문화일보 출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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