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통위원장 직대 "방문진 이사 변론자료 유출" 따져보니
효력정지 가처분 소송 방통위 답변서 공개되자 판사 출신 김태규 "인권위 진정 통해 위법 판단 받아볼 것" '열람서류 남용금지' 형사소송법만 있는 조항…행정소송법에는 없어
[미디어스=송창한 기자] 김태규 방송통신위원장 직무대행이 방송문화진흥회(MBC 대주주, 이하 방문진) 이사 선임의 효력을 정지해달라는 가처분 재판에서 변론자료가 '유출됐다'며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접수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지난 14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의 '불법적 방문진 이사 선임 등 방송장악 관련 2차 청문회'에서 변론자료가 공개돼 변론권을 침해당했다는 주장이다.
김 직무대행이 거론한 '변론자료'란 방문진 이사 선임에 법적 문제가 없다는 방통위 '답변서'다. 법원에 제출된 자료는 사건 관계인이 열람·복사할 수 있다. 형사사건 재판의 경우 소송 기록을 다른 사람에게 함부로 보여줄 경우 처벌받을 수 있지만 행정소송의 경우 관련 규정 자체가 없다.
19일 김 직무대행은 브리핑을 통해 '무리한 과방위 청문회와 변론자료 유출 관련 입장문'을 발표했다. 김 직무대행은 "정말 참기 어려운 것은 방통위가 정당한 재판을 받을 권리와 방통위 소송대리인들이 정당하게 변론할 권리까지 침해당하였다는 사실"이라며 "현재 진행 중인 2건의 집행정지 사건에 방통위 소송대리인들은 답변서를 제출하였고 이 답변서는 소송의 목적을 위하여 제출된 것이다. 그런데 이 답변서가 국회로 유출되어 과방위원장이 이것을 청문회 중에 들고 흔들면서 증인을 압박했다"고 주장했다.
김 직무대행은 "집행정지를 신청한 자들이나 그 소송대리인이 유출했을 가능성을 쉽게 추측할 수 있는데, 그 어느 경우든 변론권을 침해한 것일 뿐 아니라 변호사에 의한 유출의 경우에는 변호사 징계사유에 해당할 수 있다"며 "변론서의 유출은 재판의 공정성을 오염시킬 가능성을 현저히 높인다. 법정에서 아직 진술도 하지 않은 변론서를 유출하여 국회에서 그것을 토대로 증인을 압박하고, 진술을 강요하며, 그 과정에서 나오는 내용을 미디어를 통해 대중에게 전파하게 한다면, 일반대중뿐만 아니라 법관도 그 왜곡된 정보에 노출되어 공정한 판단에 지장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김 직무대행은 "청문회의 진행은 그 자체도 문제가 많았지만, 재판의 공정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방법으로 운용되었다고 볼 수 있다"며 "국가인권위의 진정을 통하여 그 위법 여부를 확인받아 볼 생각"이라고 했다.
형사소송법 제266조의1(열람·등사된 서류등의 남용금지)은 '피고인 또는 변호인은 검사가 열람 또는 등사하도록 한 서면 및 서류등의 사본을 당해 사건 또는 소송의 준비에 사용할 목적이 아닌 다른 목적으로 다른 사람에게 교부 또는 제시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민사소송법이나 행정소송법에는 형사소송법과 같은 규정이 없다. 민사소송법의 경우 사건 당사자나 이해관계를 소명한 제3자가 소송기록의 열람·복사를 신청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다만 소송기록을 열람·복사한 사람이 알게 된 사항을 공공의 질서 또는 선량한 풍속을 해하거나 관계인의 명예 또는 생활의 평온을 해하는 행위를 하면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행정소송법에는 관련 규정이 아예 없다.
조선일보는 지난 18일 기사 <"최민희, 재판 자료 청문회서 유출"...방통위 변호인단, 변협에 진정>에서 "다만 이번 사건과 같은 행정소송에서는 ‘기록 유출’을 직접 처벌하는 규정은 없다"며 "한 변호사는 '수사기관이 형사소송법 규정을 행정소송에도 유추 적용해 처벌대상으로 볼지 관심대상'이라고 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과방위 소속 민주당 노종면 의원은 같은 날 SNS에 올린 글에서 "방통위 의견서가 공개됐다고 저러는 건가"라며 "판사 출신이 형사사건과 구별을 못하는 것인지 알고도 저러는 법비인 것인지. 졸속·위법 의심을 사는 7월 31일 의결의 진실을 국회가 밝히겠다는데 그게 왜 변론권 침해이고 재판 침해인가"라고 했다.
노 의원은 "김태규는 청문회 때 의결 과정은 죄다 증언 못한다 했지만 법원 제출 의견서엔 방통위에 유리하게 윤색되어 의결과정이 기술돼 있었다. 의견서에는 서류심사 할 방통위원들이 없던 시기에 버젓이 서류심사가 진행됐다는 내용도 적혀 있었다"며 "청문회에서 그 시기 서류심사는 없었던 것으로 확인했으니 법정에서 망신 사지 않길 바란다"고 꼬집었다.
노 의원은 "방통위 의견서를 있는 그대로 인용했고 문제를 지적해 당사자 입장을 들었다. 재판부가 이런 국회 활동에 휘둘리냐"며 "알아서 취사선택할 것이니 판사가 자기 수준일까 두려워할 필요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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