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4·3단체 "KBS, 이승만 칭송 전파낭비 중단하라"

영진위, '기적의 시작' 독립영화 "불인정" 통지 43개 시민사회단체 "이런 것을 다큐라고…배후 누구인가"

2024-08-13     송창한 기자

[미디어스=송창한 기자] KBS가 '이승만 찬양' 논란의 다큐 <기적의 시작>을 광복절 기획으로 구매·편성하자 제주4·3단체가 "학살 주역을 칭송하냐"며 방영 중단을 촉구했다. KBS 안팎에서 최소한의 객관적 기준도 갖추지 못한 영상을 이제라도 취소하라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12일 제주4·3희생자유족회 등 50개 단체 연대체인 제주4·3기념사업위원회(4·3사업위)는 성명을 내어 "KBS 박민 사장은 끝내 정권의 나팔수가 되겠다는 것인가"라며 "이제라도 박 사장과 KBS 관련자들은 '이승만 찬양 방송'이라는 전파낭비를 중단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2월 28일 서울 한 영화관의 상영 시간표에 이승만 전 대통령을 다룬 다큐멘터리 '기적의 시작과 '건국전쟁'이 띄워진 모습 (사진=연합뉴스)

KBS는 오는 15일(목요일) '독립영화관'에 다큐 <기적의 시작>을 '광복절 기획'으로 특별 편성했다. '독립영화관'은 매주 금요일 방송되는 프로그램이지만 KBS는 15일 추가 편성을 단행했다. 지난 2월 개봉한 <기적의 시작>은 전국 동원 관객 2만여 명에 그친 '이승만 찬양' 영화로 알려져 있다. 

KBS의 <기적의 시작> 구매·편성은 '몰락의 시작'이라는 내부 비판이 제기됐지만 편성본부장이 직접 방송 편집에 나서는 등 상급 책임자들이 방영을 추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KBS 실무진은 ▲인터뷰이들이 극우 인사로 편중됐다 ▲이승만과 기독교가 지나치게 미화됐다 ▲제주 4·3/3·15부정선거/4·19혁명 등에 대한 시각이 일방적이다 ▲관객 수에 비해 지나치게 높은 구매가격을 지적하며 <기적의 시작> 방영에 대한 문제를 반복해서 보고했다. 

4·3사업위는 "끝을 알 수 없는 윤석열 정부의 4·3 왜곡 폄훼 인사에 대한 기관장 임명에 이어 공영방송 KBS가 그 대열에 합류하는 시도를 한다"며 "광복절의 진정한 의미를 담은 영화라면 시청자들이 자진해서 '본방사수' 외치며 홍보라도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KBS가 구매해서 방영하겠다는 그 영화의 내용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4·3사업위는 "반헌법적 인물이자 4‧3 학살 주역 중 하나인 이승만 전 대통령에 대한 칭송 일색의 작품이라고 한다. 4·3 내용만이 아니라 한국 현대사 전반에 심각한 편향과 왜곡으로 점철될 내용"이라며 "이러다 보니 객관성을 담보해야 할 역사다큐의 기본도 갖추지 못했다는 평가까지 나오고 있다"고 했다. 

지난달 31일 KBS 구성원들의 반대 속에 종합편집실에서 '기적의 시작'이 편집되는 모습 (사진=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

조국혁신당 김재원 의원실에 따르면, <기적의 시작>은 영화진흥위원회(영진위)로부터 두 차례에 걸쳐 '독립영화로 불인정'한다는 판단을 받았다. 지난해 12월 영진위는 <기적의 시작> 독립영화 인정을 신청한 '퓨어웨이 픽쳐스'에 "객관성이 결여된 인물 다큐멘터리로 독립영화 인정기준에 부합하지 않기에 불인정함"이라고 통지서를 보냈다. 영진위는 지난 2월 재심에서도 '불인정'을 통보했다. 

12일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 민족문제연구소, 언론장악저지공동행동 등 43개 단체는 결의문을 내어 "KBS는 이승만 찬양 다큐 방영 결정을 취소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친일을 잊고, 독재를 부정하는 자들이 공영방송에 그 억지 주장을 내보내려는 시도가 10여 년 만에 다시 반복되고 있다"며 "이러한 것을 다큐라고 부를 수 있는가. KBS는 이 영화의 일방적 주장들을 검증하였는가"라고 비판했다. 

영화진흥위원회의 '기적의 시작' 독립영화 불인정 통지서 (조국혁신당 김재원 의원실=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

이들은 "3·15 부정선거나 4·19혁명은 밑에 사람들이 잘못해서 벌어진 일이며, 대통령의 하야는 ‘위대한 결단’으로 표현하고 있다. 제주 4·3과 여순사건은 남한 내 좌익세력이 주도해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건설을 방해한 사건으로 규정한다"며 "이미 국가 차원에서 정립된 역사를 명백히 뒤집는 내용이다. 이제 우리는 이 무리수의 배후를 의심할 수밖에 없다. 누구인가"라고 따져 물었다. 

같은 날 조국혁신당 신장식 원내대변인은 논평에서 "이번 사태가 단순히 KBS  경영진들만의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독립기념관장조차 극우적인 역사관을 가진 사람을 임명하고 <기적의 시작>과 <건국전쟁> 등 이승만 기념 영화 상영을 환영하는 게시글을 공유하는 사람이 방송통신위원장으로 임명되었기에 공영방송에서조차 극우적 가치관으로 무장한 영화를 거리낌없이 상영하겠다고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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