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문진 이사 선임, 민간기업은 '사람 물 먹이냐' 난리날 일"
방통위, 면접심사 공지…선임 전 폐기 결정 이준석 "왜 이런 식으로 일처리…절차적 문제 심각" 방문진 지원자 "방통위서 안내받은 것 전혀 없다" 황정아, '투표' 선임 확률 계산 "0.000136%"
[미디어스=송창한 기자] 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이진숙, 이하 방통위)가 공영방송 이사 공모·선임 과정에서 '필요하다면 면접을 실시하겠다'고 공지해 놓고 선임 당일에서야 면접 절차를 폐기한 것으로 나타났다. 민간기업이면 지원자들을 '물 먹였다'는 사회적 논란이 불거질 졸속 행정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9일 열린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방송장악 청문회'에서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은 조성은 방통위 사무처장에게 방송문화진흥회(MBC 대주주, 이하 방문진) 이사 공고문을 기억하냐며 "'필요 시 면접실시하겠다'고 했다. 면접실시 여부는 어떤 회의에서 결정됐냐"고 질의했다. 청문회 증인으로 채택된 방통위 이진숙 위원장과 김태규 부위원장은 회의에 불출석했다.
방통위 이진숙 위원장과 김태규 부위원장은 임명 당일인 지난달 31일 전체회의를 열고 KBS·방문진 이사 선임 안건을 처리했다. 당시 '다' 안건은 KBS 이사 추천 및 방문진 이사 임명 관련 후보자 선정, '라' 안건은 KBS 이사 추천 및 방문진 임원 임명이었는데, 면접을 실시하지 않기로 한 논의·결정이 어느 안건에서 언제 이뤄졌느냐는 지적이다.
방통위 조성은 사무처장은 답변을 못했고, 좌미애 행정법무담당관은 "면접을 실시하지 않는다는 부분은 '선임'에서 작성됐던 것으로 기억한다. 후보자 선정과 선임이 있었는데 그 안건에 있었다"며 "위원 두 분이 상의해서 저희에게 안건 내용을 말씀해 작성했다"고 말했다. '다' '라' 안건 의결 과정에 면접심사를 하지 않겠다는 내용을 추가해 처리했다는 얘기다. 공영방송 이사 지원자 면접심사는 한상혁 위원장 체제였던 2021년 도입됐다. 면접심사 과정에서 국민의견수렴 결과가 활용됐다.
하지만 이상인 전 방통위 부위원장은 이번 공영방송 이사 선임계획을 수립하면서 "2018년까지는 후보자에 대한 직접 면접은 실시하지 않았던 것으로 안다. 2021년도에 처음 면접을 했다. 공영방송 이사에 응모하는 분들은 거의 대부분 나름대로 사회의 오랜 경험과 지식을 갖고 있고, 방송 분야의 전문성이 있는 분들"이라며 "상임위원 간 논의를 거쳐 필요하다면 면접을 직접 또는 화상으로 하겠다"고 말했다. 실제 이사 모집 공고문에 '서류전형 후 필요시 면접 실시'라는 문구가 적시됐다.
이준석 의원은 이번 방문진 이사 공모에 지원했던 송요훈 증인(전 아리랑국제방송 본부장)에게 "원서를 낸 이후 방통위에서 절차에 대해 온 통지가 있었나"라고 질문했다. 송요훈 증인은 "방통위에서 안내받은 것은 전혀 없다"고 답했다.
이준석 의원은 "면접실시 가능성을 공고했기 때문에 당연히 지원자들 일정 조율 등을 위해서는 어느 시점에라도 '면접은 없다' 보내줬어야 한다. 면접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가능성이 있으면 다들 기대하고 준비하고 있을 수도 있다"며 "민간기업에서 이런 식으로 일처리했다가는 그 회사 블라인드(내부 익명 게시판)에 '사람들 물 먹이냐' 올라가고 난리가 난다. 방통위는 왜 이렇게 일처리를 하냐"고 따져 물었다.
이에 조성은 사무처장은 "면접을 할지 말지는 위원회(상임위원 전체회의)에서 결정할 문제이기 때문에 저희가 할 수 있는 것은 없다"고 말했다. 이준석 의원이 "면접 안 한다고 결정하고 바로 그날에 (선임)표결해 버리는 게 정상적인 절차인가"라고 비판하자 조성은 사무처장은 답변하지 못했다.
송요훈 증인은 "지원과정에서 방통위에 문의했었다. 지원서 낸 이후 면접 등이 있는지 문의했고, 담당자로부터 '그럴 수도 있다'는 말을 들었다"고 했다. 이준석 의원은 "지원자 입장에서 이중적으로 다른 안내가 나갔다고 볼 수 있다"며 "굉장히 절차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판단한다"고 했다.
이준석 의원은 지난 2일 과방위 현안질의에서 방통위 이진숙 위원장과 김태규 부위원장이 투표 방식으로 공영방송 이사를 선임했다는 답변을 이끌어 낸 바 있다. 방통위는 9인이 정원인 방문진 이사의 경우, 후보자 중 9인을 두 위원이 각각 뽑아 맞춰보고 의견이 일치하는 후보자를 이사로 선임했다고 설명했다.
한 번의 투표로 두 위원의 의견이 일치하기는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에 일치하는 명단이 나올 때까지 반복해서 투표를 진행했다는 게 방통위 설명이다. 방통위는 두 위원이 의견이 불일치해도 아무런 의견 조율 없이 투표만 반복했으며 결국 9인 명단이 나오지 않아 6인만 선임하게 됐다고 밝혔다. 투표는 7~8차례 진행됐다고 한다. 이 같은 답변에 이준석 의원은 웃음을 참지 못하고 혀를 내둘렀다.
민주당 황정아 의원은 2인 체제에서 31인의 후보자 중 6인을 동일하게 투표로 선임할 확률은 0.000136%라며 "이걸 어느 국민이 믿겠냐"고 했다. 앞서 민주당 정동영 의원은 "민주당이 접수한 여러 제보에 따르면, 이진숙·김태규 두 사람은 방문진 이사 6명, KBS 이사 7명의 명단을 용산에서 받아서 의결했고 그 창구는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최 모라고 전해졌다"고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2021년 방문진 이사에 임명된 박선아 증인(현 방문진 이사,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은 '본인 선임 당시 면접을 봤나'라는 질문에 "코로나 상황이었음에도 지원자 모두 방통위에 출석해 화상면접을 봤다"며 "1인 당 20~30분이 소요됐다. 방통위원들은 각 집무실에서 화상면접에 접속해 모두가 제게 질문했다"고 답했다.
방통위가 이번 공영방송 이사 지원자 83명을 심사하는 데에는 약 1시간이 소요됐다. 1인당 1분이 채 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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