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문진 이사 선임자료 제출 거부 명분된 방통위 1인체제

과방위, KBS·방문진 이사 선임 불법성 현장검증 방통위, 국회에 '이진숙·김태규 투표로 선출' 설명 투표용지·속기록·차량 운행일지 제출 거부 근거는 '1인 체제로 공개 의결 회의 못 열어' "대외비도 국가안보 정보도 아닌데 비공개"

2024-08-06     송창한 기자

[미디어스=송창한 기자]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 위원장 이진숙)가 공영방송 이사 선임 과정에서 생산된 자료 제출을 거부하고 있다. 비공개 자료로 공개 의결을 하기 전까지 공개할 수 없다는 얘기다. 현재 방통위는 김태규 부위원장 '1인 체제'로 운영돼 회의를 열 수 없다. 앞서 2인 체제 방통위는 83인의 공영방송 이사 후보자 심사를 약 1시간 만에 처리한 것으로 알려져 '졸속 심사' 논란을 자초했다.

또 방통위는 고위공무원들의 공용차량 이용내역을 제출해달라는 의원실 요구에 '질문이 이해가 되지 않아 답변을 못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나타났다. 방통위가 용산 대통령실에서 공영방송 이사 명단을 받아 선임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국회 과학기술방송통신위원회 민주당 간사인 김현 의원을 비롯한 야당 과방위원들이 6일 오전 정부과천청사에서 방송통신위원회의 공영방송 이사 선임 관련 현장검증을 위해 방통위에 들어가기 전 취재진에게 입장을 밝히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6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야당 의원들은 정부과천청사를 찾아 이진숙 위원장, 김태규 부위원장 '2인 체제' 방통위가 강행한 KBS·방송문화진흥회(MBC 대주주, 이하 방문진) 이사 선임 과정에 대해 현장검증을 실시했다. 

현재 이진숙 위원장은 국회의 탄핵소추로 직무가 정지됐다. 이날 김태규 부위원장은 국무회의 참석을 이유로 방통위를 비웠다. 이날 정부는 정부서울청사에서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로 국무회의를 열고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과 방통위의 비정상적 체제를 차단하기 위한 '방송4법'에 대해 재의요구안(거부권 건의)을 의결했다.

앞서 방통위는 국회 과방위에서 이진숙 위원장과 김태규 부위원장이 투표 방식으로 공영방송 이사를 선임했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9인이 정원인 방문진 이사의 경우, 후보자 중 9인을 두 위원이 각각 뽑아 맞춰보고, 의견이 일치하는 후보자를 이사로 선임했다는 얘기다. 

한 번의 투표로 두 위원의 의견이 일치하기는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에 일치하는 명단이 나올 때까지 반복해서 투표를 진행했다는 게 방통위 설명이다. 방통위는 두 위원이 의견이 불일치해도 아무런 의견 조율 없이 투표만 반복했으며 결국 9인 명단이 나오지 않아 6인만 선임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투표는 7~8차례 진행됐다고 한다. 관련 질의를 한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은 이해가 되지 않아 더는 질문을 하지 못하겠다며 혀를 내둘렀다. 

하지만 이 같은 방식을 검증하기 위한 투표 용지, 회의 속기록의 공개를 방통위는 거부했다. 조성은 방통위 사무처장은 "공영방송 이사 선임은 비공개 회의다. 비공개 회의는 위원회 의결을 거쳐 공개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며 "현재로써는 저희가 독단적으로 자료를 줄 수 없다. 위원회가 구성되어 의결해야만 가능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조성은 사무처장은 법적 근거로 '방통위 회의운영 규칙'을 들었다. 

민주당 김우영 의원은 "(방통위설치법상)회의는 공개한다고 돼 있다. 다만 국가안전보장을 해칠 우려가 있는 경우, 다른 법령에 의해 비밀로 분류되는 경우, 개인·단체의 명예를 훼손할 우려가 있는 경우, 의결을 통해 비공개할 수 있다고 돼 있다"며 "기본원칙은 공개다. 1인 체제라 의결이 불가하다면, 공개하지 않는 사유에 대한 의결이 안 되기 때문에 공개해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당 노종면 의원은 "김태규 직무대행(부위원장) 오기 전까지는 어떤 자료도 협조하지 말라고 지시받고 이러는 것인가. 직무대행이 국회 의결보다 앞서냐"며 "자료제출을 거부하면 사무처장, 기획조정관(김영관), 국장(이헌) 공동책임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조국혁신당 이해민 의원은 방통위 좌미애 행정법무담당관에게 7월 31일 이진숙 위원장에게 보고한 공영방송 이사 선임 관련 안건 문서를 제출해달라고 요구했다. 좌미애 담당관은 "국장, 사무처장, 직무대행과 상의해서 결과를 말씀드리겠다"고 답했다. 

지난달 31일 방통위 이진숙 위원장과 김태규 상임위원 등이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방통위는 공영방송 이사 선임 관련 자료뿐 아니라 공용차량 이용내역 자료 제출도 거부했다. 민주당 과방위 간사 김현 의원은 "저희가 공용차량 이용 자료를 요청했더니 '알아듣지 못해 제출 못한다'고 답변했다. 공용차량 이용내역을 제출해달라는 질문에 이해를 못해 답을 못한다는 건가"라며 "1시간 안에 제출하라"고 말했다.

조성은 사무처장은 "직무대행에게 보고드리고 제출하겠다"고 답했다. 최민희 과방위원장이 "국회에서 의결된 자료제출요구이지 않나. 6월 27일까지의 방통위 차량 운행일지를 받았는데 앞뒤가 안맞지 않냐"고 따져 물었지만 조성은 사무처장은 "제가 결정할 사안이 아니다"라고 했다. 

민주당 조인철 의원은 "공용차량 운행일지가 비공개 자료냐. 공개하면 국가안보에 큰 문제가 생기냐"며 "국회검증을 완전 무시하겠다는 것이다. 저도 공무원을 오래했는데 이런 경우는 처음 본다"고 말했다.

김영관 기획조정관은 '김태규 직무대행이 주지 말라 했나'라는 질문에 "주지 말라고 했다기보다는 취지를 확인하고 싶다고 말씀하셨다"고 답했다. 노종면 의원은 "취지를 왜 따지나. 저희 생각을 검열하는 것인가"라고 했다.

지난 2일 국회 과방위 전체회의에서 민주당 정동영 의원은 "민주당이 접수한 여러 제보에 따르면, 이진숙·김태규 두 사람은 방문진 이사 6명, KBS 이사 7명의 명단을 용산에서 받아서 의결했고 그 창구는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최 모라고 전해졌다"고 말했다. 

정동영 의원은 "방문진 이사장은 이미 검사 출신 허익범 이사로 내정됐고, MBC 사장 교체 시나리오가 진행되고 있으며, MBC 사장의 조건은 'MBC에 대해 일말의 애정도 있어선 안 된다' 'MBC를 쓸어버릴 인물이어야 한다'로 전해졌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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