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보수언론·일반인도 통신조회…'최소 10만명' 괜한 말 아닌 듯
동아일보 "본보 기자 최소 5명 통신조회 통보 받아" 뉴스버스 대표 "처·형·동생·사촌·5촌·동문·지인까지" 뉴스타파 기자 "초등학교 5학년 딸까지 통신조회" '윤 대통령 명예훼손' 수사 통신조회 '최소 10만 명' 추산 한국일보 "수사기관 통신조회, 영장으로 사법 통제 받아야"
[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윤석열 대통령 명예훼손'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의 통신조회 대상에 보수언론, 일반 시민도 예외가 아니었다. 이번 통신조회 규모가 10만명에 이른다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6일 동아일보는 기사 <檢, 의원-기자에 일반인까지 통신조회… 구체적 이유-규모 안밝혀>에서 동아일보 기자 최소 5명이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부의 통신조회 사후 통지를 받았다고 보도했다. 동아일보는 "동아일보에도 통신 조회 통보를 받은 기자가 지금까지 5명으로 파악된 가운데 다른 언론사 기자나 일반인 중에서도 조회자가 확인되고 있어 민간인을 상대로 한 '무차별 조회' 파장이 이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동아일보는 "전국언론노동조합, 한국기자협회, 방송기자연합회, 한국방송기술인연합회, 한국영상기자협회, 한국PD연합회, 참여연대 등 7개 단체는 검찰의 통신기록 조회를 민간인 사찰로 규정하고 수사 책임자 파면을 요구했다"며 "반면 검찰은 '적법한 수사를 위한 통상 절차'라며 통신 조회의 정확한 이유 및 대상 규모를 밝히지 않고 있어 논란이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고 잘라 말했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부는 언론인, 정치인, 보좌진 등을 대상으로 광범위하게 통신조회를 실시하고 7개월가량 조회 사실 통지를 유예했다. 현행법에 따르면 일반적인 경우 30일 이내에 통신조회 사실을 통지해야 한다. '유예' 결정은 테러, 신체 위협, 증거인멸, 도주, 사생활 침해 등의 우려가 있는 자를 상대로 이뤄진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부는 지난해 9월부터 '대선개입 여론조작 사건 특별수사팀'을 구성하고 일명 '윤석열 대통령 명예훼손' 사건을 수사해왔다.
이진동 뉴스버스 대표는 6일 기사 <처·형·동생·사촌·5촌·동문·지인까지 싸그리 통신자료 턴 검찰>에서 "통신자료 조회가 수사 상 필요한 절차라고해도 무차별·무분별 조회를 정당화할 순 없다"고 했다.
이진동 대표는 "정상적인 수사 방식이라면 법원 허가를 받아 통화내역(통신사실확인자료)을 받은 뒤 혐의와 관련된 시기 등을 고려해 의심스러운 통화기록을 추려 특정된 해당 전화 번호에 국한해 통신자료(통신이용자정보)를 조회하는 게 맞다"며 "하지만 이번 무차별 통신조회에서 드러난 바와 같이, 검찰은 전화번호를 특정하는 절차 없이 입건된 피의자나 참고인들의 통화내역을 엑셀파일로 정리한 뒤 공문 하나에 수백~ 수천개씩의 전화번호를 대상으로 통신자료를 조회했다"고 지적했다.
이진동 대표는 "그렇지 않았다면, 사건과 1도 관련 없는 기자의 일반 지인, 동문, 친인척까지 전부 통신조회 대상에 포함될 리가 없다"며 "지난 2일부터 5일까지 기자에게 사실 통지를 받았다고 알려온 일반 지인이나 단체 카톡방에 자진 신고한 고교 동문만 해도 100명이 넘는다. 기자의 처, 심지어 어머니, 형·동생, 사촌형제들까지도 통신자료 조회 통지를 받았다"고 전했다.
봉지욱 뉴스타파 기자는 5일 자신의 SNS에 "아무리 수사 절차상 필요하고 합법이래도 초등학교 5학년 딸한테까지 이런 문자가 가야겠나"라며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부의 통신조회 통지 문자를 공개했다.
봉지욱 기자는 "이동통신사도 문제다. 검사의 요청이라도 해달란 대로 다 해주냐"라며 "법에는 통신사가 제공 거부할 수 있게 해놨다"고 소개했다. 현행 전기통신사업법은 수사기관이 통신자료의 열람이나 제출을 요청하는 경우 사업자는 '그 요청에 따를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의무조항이 아니지만 이동통신사가 의무제출'을 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봉지욱 기자는 "요금은 가입자한테 받고 검찰한테 정보 넘긴 KT. 내가 매달 내는 통신요금 30만 원에 육박한다"며 "누가 고객인가. 대충 잡아도 가입자 정보 제공 당한 사람이 10만 명이 넘을 텐데 저 문자 발송비는 검찰이 냈냐"고 따져 물었다.
지난 3일 뉴스토마토 보도에 따르면, 통신조회 통지를 받은 A 씨는 "검찰이 통신조회 인원은 3천 명이라는 식으로 말해서 너무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봉지욱 기자는 해당 사건으로 통신조회를 받은 사람이 3천명이 아닌 10만명에 육박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봉지욱 기자는 "통신사는 1년 치의 통화기록만 보관한다. 그런데 제가 지난 1년 간 통화한 사람만 해도 3천 명이 넘는다"며 "이 사건 피의자와 참고인 수는 100명이 넘는다. 단순 참고인들을 빼고 검찰이 이 중 30명에 대한 통화기록을 영장으로 확보했다고 치면 9만 명에 이른다"고 했다.
봉지욱 기자는 "이게 끝도 아니다. 검찰은 2023년 9~11월에도 수차례 통화기록을 기반으로 가입자 정보를 파악했다"며 "하지만 이 때 한 건 법 개정 전이라서 개인에게 통지되지 않았다. 관련 법 개정(2023년 12월)이후인 2024년 1월에 한 것만 통지가 된 이유"라고 설명했다. 봉지욱 기자는 2023년 10월과 11월에도 해당 사건과 관련해 검찰의 통신조회가 이뤄진 사실을 확인했다.
헌법재판소는 지난 2022년 사후 통지 절차가 없는 통신조회에 대해 헌법 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국회는 지난해 12월 사후 통지가 이뤄질 수 있도록 전기통신사업법을 개정했다.
동아일보는 6일 사설 <검찰, 野와 언론 무차별 통신조회… 3년 전 尹 “미친 짓”이랬는데>에서 "대형 비리 사건도 아니고 현직 대통령에 대한 명예훼손을 이유로 검찰이 언론사와 기자들을 잇달아 수사한 것도 모자라 언론인의 통신자료를 무더기로 조회하고 이들과 통화한 사람들의 인적 사항까지 파헤친 것"이라고 규정했다.
동아일보는 "느닷없이 검찰로부터 통신조회 통보를 받은 이들은 불안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언론단체들이 '윤 대통령 심기 경호를 위해 범죄 혐의도 없는 수천 명의 기본권을 유린한 것'이라고 지적하는 이유"라고 했다.
동아일보는 '단순 수사상 절차'라는 검찰의 주장에 '언론자유 침해' 소지가 다분하다고 반박했다. 수사기관의 통신조회는 '통신자료'와 '통신사실확인자료'로 구분된다. '통신자료'는 이동통신사 가입정보로 법원의 허가 없이 검찰이 제공받는다. '통신사실확인자료'는 착·발신 등 통화내역이 담긴 자료로 통신비밀보호법에 따라 법원의 허가를 얻어야 제공받을 수 있다. 검찰은 '통신자료'를 조회한 것이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동아일보는 "통신조회를 하면 평소 누구와 통화를 하는지가 드러나기 때문에 기자의 취재원, 정치인의 인적 네트워크 등을 검찰이 고스란히 파악할 수 있게 된다. 언론 자유가 침해되고 정치 활동이 제약될 수 있다는 얘기"라며 "이래서야 전화 한 통 마음대로 할 수 있겠나. 더욱이 검찰이 보낸 메시지에는 사용 목적을 ‘수사’라고만 적어서 당사자들은 조회 이유도 정확하게 알 수 없다"고 비판했다.
같은 날 한국일보는 사설 <수사기관 마구잡이 통신조회, 사법적 통제 해야>에서 "논란을 되풀이 않으려면 수사기관의 과도한 재량을 축소하는 방향으로 법을 다시 손봐야 한다. 가뜩이나 이번 수사는 윤 대통령 관련 의혹 보도를 고의적인 허위보도로 몰아가 언론자유를 위축시킨다는 비판을 받아왔다"며 "통신자료 조회도 법원 영장을 통해 사법 통제를 받도록 하는 게 옳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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