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의 언론·야당 무더기 통신조회 다루지 않은 신문은
중앙지검 반부패수사1부 일명 ‘윤 대통령 명예훼손’ 수사 기자, 언론인, 이재명 등 야당 정치인 통신조회 파문 한겨레 “시민까지…민주주의 국가서 이래도 되나” 한국일보 “취재 활동에 영향받을 우려 제기“
[미디어스=고성욱 기자] 검찰이 ‘윤석열 대통령 명예훼손’ 사건 수사와 관련해 기자를 비롯한 언론계 인사, 야당 정치인을 대상으로 무더기 통신이용자 조회를 한 것으로 확인돼 ‘사찰’ 파문이 일고 있다. 주요 일간지는 검찰의 무더기 통신조회가 언론의 취재를 위축한다고 비판했다.
반면 조선일보, 서울신문, 세계일보의 신문지면에서 관련 내용은 없었다.
2일 ‘윤석열 대통령 명예훼손’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부는 지난 1월 전·현직 언론인을 포함해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추미애 민주당 의원 등 야당 의원에 대한 대규모 통신조회 사실을 7개월 뒤에서야 통보했다.
하지만 통신조회 사실은 30일 이내에 통보돼야 한다. 이번 통신 조회 대상자가 3000명에 달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구순의 언론계 원로인 김중배 뉴스타파 함께재단 이사장도 통신조회 대상에 포함됐다.
검찰은 4일 입장문을 내고 “대선 개입 여론조작 사건 수사 과정에서 법원의 통신 영장을 발부받아 적법하게 통신 영장을 집행한 것”이라며 “피의자 등 수사 관련자들과 통화한 것으로 확인되는 전화번호가 누구의 전화번호인지를 확인하는 ‘단순 통신가입자 조회’를 실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검찰은 통신조회 대상자 범위를 밝히지 않았다.
한겨레는 5일 사설 <‘대통령 명예훼손’ 수사 위해 무차별 통신 조회한 검찰>에서 “정치인과 언론인, 심지어 일반 시민까지 무차별적으로 통신 자료를 조회한 것으로 드러났다”며 “수사기관의 무분별한 통신 조회는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행위다. 더욱이 대통령 한 사람을 위한 수사 목적으로 일반 시민의 통신 자료까지 무더기로 조회하다니,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검찰이 이래도 되는가”라고 비판했다.
한겨레는 “검찰의 이번 통신 조회 대상자가 무려 3000명에 이른다는 보도까지 나왔다. 대상과 규모가 전례를 찾기 힘들 정도로 무분별한 통신 조회”라면서 “통신 자료를 대량으로 파악해 정리하면 기자의 주요 취재원이 누구인지 알 수 있어 취재 활동의 자유가 위협받는다. 정치인도 어떤 기자, 어느 언론사와 주로 접촉하는지 드러나기 때문에 ‘정치 사찰’ 논란이 제기된다”고 지적했다. 한겨레는 “무엇보다 이번 수사와 전혀 관련 없는 무고한 시민들은 검찰의 통신 조회 통보에 얼마나 불안하겠는가”라고 따져 물었다.
한겨레는 지난 대선 당시 윤석열 대통령이 고위공직자수사처의 자신, 김건희 씨, 국민의힘 의원 통신 조회에 대해 “독재 시절에나 하던 짓” “정치 사찰”이라고 비난했던 것을 거론하며 “지금 ‘윤석열 사단’이 장악한 검찰은 당시 공수처보다 훨씬 방대하고 무차별적인 통신 조회를 한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은 자신과 관련된 수사에서 벌어진 이번 사안에 대해서는 어떤 견해를 갖고 있는가”라고 반문했다.
한겨레는 “애초 검찰이 정당한 언론 보도에 대해 ‘대통령 명예훼손’ 혐의를 갖다붙여 수사한 게 문제”라면서 “검찰은 법원이 발부한 영장 범위를 넘은 취재 자료까지 무더기로 압수하기도 했다. 어떡해서든지 기소를 하려고 온갖 무리한 수사 방식을 동원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국일보는 이날 기사 <검찰, 다수 정치인·기자 통신조회… 언론 자유 위축 우려>에서 “이번 통신조회를 두고 사건 관계인과 자주 통화하는 기자들의 취재 활동이 영향을 받을 거란 문제 제기가 나오는 가운데 법령을 보완해 통신사의 가입자 정보 조회 역시 영장을 통해 법원이 통제하도록 근본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고 보도했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한국일보에 “무분별한 조회가 이뤄지지 않도록 통신조회 역시 법원의 허가를 받게 하면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동아일보는 같은 날 기사 <檢, 野의원-언론인 등 ‘통신조회’ 파장… 민주당 “전방위 사찰” 檢 “적법 절차”>에서 “일각에선 개정 전기통신사업법이 수사기관의 ‘재량’을 너무 넓게 허용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며 “수사기관이 통신업체로부터 개인 통신자료를 제공받은 경우 빠른 시간 내에 정확히 밝히라는 취지로 법 개정이 이뤄진 만큼 검찰이 통보 유예를 보다 신중히 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전했다.
동아일보는 “특히 개정된 법이 올해 1월 1일 시행됐고, 유예 한도인 7개월이 지나고 있는 만큼, 앞으로 통신자료 조회 통보가 계속 이어져 파장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면서 “핵심 관계자들에 대해서는 유예 조항을 두더라도 사건과 관련성이 작은 경우 즉각 통지가 이뤄질 수 있도록 보완이 필요하다”는 법조계 관계자 발언을 실었다.
경향신문·국민일보는 4일 민주당의 브리핑을 골자로 관련 소식을 전했다. 이날 한민수 민주당 대변인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이 윤석열 대통령의 명예훼손 사건을 수사한다며 수천 명의 야당 국회의원과 언론인의 통화기록을 들여다본 것"이라며 "정치검찰이 수사를 빌미로 야당 국회의원과 언론을 전방위로 사찰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 대변인은 “과거 군사정권이 안기부, 기무사를 앞세운 공안통치를 했다면 윤석열 정권은 검찰을 앞세운 사정정치를 자행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5일 조선일보·서울신문·세계일보 신문지면에서 관련 보도를 찾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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