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윤 대통령, 방송장악 혈안…이성 잃어"
주요 일간지, ‘이진숙 방통위' 속도전 일제히 비판 경향신문 "윤 대통령 관심은 오직 KBS·MBC 장악" 한국일보 "국민 수준 너무 낮게 보는 것 아닌가" 조선일보·서울신문, 묻고 따지지도 않고 '야당 탄핵 남발'
[미디어스=고성욱 기자] 주요 일간지들이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임명 반나절 만에 방통위가 MBC·KBS 공영방송 이사 선임을 강행한 것에 대해 비정상적이라고 입을 모았다. '윤석열 대통령이 방송장악에 혈안이 돼 이성을 잃었다' '윤 대통령의 관심은 오직 KBS·MBC 장악 하나뿐인가' ‘KBS·MBC를 장악한다고 대통령 지지율이 오르나’라는 목소리가 나왔다.
반면 조선일보와 서울신문은 이 위원장이 임명 직후 강행한 공영방송 이사 선임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으며 야당이 탄핵을 남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지난달 31일 윤석열 대통령은 ‘법인카드 사적 유용’ ‘극우적 시각' 등 비판이 쏟아진 이진숙 방통위원장과 김태규 상임위원에 대한 임명을 강행하면서 ‘2인 체제’를 복원했다. 이 위원장과 김 상임위원은 임명 반나절 만에 전체회의를 열고 정부·여당이 벼르던 공영방송 이사 선임을 강행했다.
그동안 관행적으로 KBS 이사회는 여·야 7대4로 구성됐으며 MBC 대주주 방송문화진흥회는 6대3으로 구성됐다. 그러나 방통위는 ‘여권 몫’ 이사만 추천·임명했다. 야6당은 1일 이 위원장에 대한 탄핵소추안 발의를 예고했다.
한겨레는 1일 사설 <취임 당일 공영방송 이사 물갈이, 윤 정권 이성 잃었나>에서 “이 위원장 임명부터 공영방송 이사 ‘물갈이’에 이르는 과정은 전광석화와 같았다”며 “방송 장악을 위해서라면 어떤 무리수도 마다하지 않겠다는 반민주적 행태”라고 비판했다.
한겨레는 “이 위원장과 김 상임위원은 취임식을 한 지 불과 6시간 만인 오후 5시에는 대통령 몫 위원 2명만으로 이뤄진 전체회의를 열어 공영방송 이사들을 선임했다”며 “윤 정권이 이처럼 단 하루도 지체할 수 없다는 듯 속도전을 펴는 이유는 자명하다. 눈엣가시 같은 MBC를 하루빨리 KBS와 같은 ‘땡윤 방송’으로 만들겠다는 조바심,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고 비판했다.
한겨레는 “MBC 사장 선임권을 지닌 방문진 이사회를 친여권 성향의 이사들로 채웠으니, 이제 온갖 트집을 잡아 현 사장을 해임하고 그 자리에 박민 KBS 사장 같은 ‘친윤 낙하산’을 내리꽂으면 방송 장악 막장 드라마가 완성된다. 이 막장 드라마를 위해 방통위는 ‘2인 체제 의결-탄핵안 발의-자진 사퇴’라는 악순환에 빠져 위원장 2명과 직무대행 1명이 자리에서 물러나는 파행을 겪었다”고 지적했다.
한겨레는 “공영방송을 ‘대통령의 방송’으로 만들기 위해 장관급 공직을 한낱 소모품으로 전락시킨 셈”이라며 “방송 장악에 혈안이 돼 이성을 잃었다 해도 지나치지 않다. 이게 민주주의 국가에서 있을 수 있는 일인가”라고 따져 물었다.
경향신문은 사설 <이진숙 임명, ‘방송 입틀막·정치 파국’이 윤 대통령 뜻인가>에서 “국회 인사청문회 결과 도덕성·자질·준법의식 등 모든 면에서 공직 후보자로서 최소한의 자격도 갖추지 못한 이 위원장 임명을 강행한 것 자체가 대통령 인사의 적격성과 절차를 형해화한 것”이라며 “MBC 대주주인 방문진 이사 선임을 일사천리로 밀어붙인 것은 공영방송의 ‘친윤 방송’ 만들기 외엔 달리 생각할 수 없다”고 했다.
경향신문은 “국회의장 중재 제안 등도 있었지만, 이 공론화·절충 기회를 걷어찬 것은 정부·여당이었다”며 “방송장악 폭주로 인한 사회적 갈등과 파국의 책임은 오롯이 윤 대통령에게 있다. 오불관언하듯 방송장악을 밀어붙이는 국정 세력과 그로 인한 파국을 지켜봐야 하는 국민은 암담하다”고 말했다.
경향신문은 “훌륭한 정치적 리더십은 권한은 절제하고 책임엔 적극적일 때 발휘된다”며 “윤석열 정부는 정반대다. 티메프 사태와 들썩이는 부동산 문제 등 중대한 현안들이 산적한데 윤 대통령의 관심은 오직 KBS·MBC 장악 하나뿐인지 묻게 된다”고 말했다.
한국일보는 사설 <MBC 두고 이진숙 임명-탄핵, 이번엔 ‘3일 방통위원장’>에서 “윤 대통령은 이 위원장이 사흘 만에 탄핵소추되더라도 MBC 경영진 인사권을 가진 방문진 이사진 교체를 위해 임명을 밀어붙인 것”이라며 “이런 식의 ‘방송장악’은 공영방송의 신뢰 추락과 정권에 대한 반감만 키웠음은 역대 정권에서 경험한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한국일보는 정부·여당을 향해 “‘너희도 집권할 때 그러지 않았느냐’라며 상대방 탓만 해선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며 “MBC, KBS가 정권 친화적인 보도에 치중한다고 해서 지지율이 오를 것으로 여긴다면, 국민 수준을 너무 낮게 보는 것 아닌가”라고 꼬집었다.
동아일보는 사설 <어제 하루 방통위에서 벌어진 황당한 일>에서 “하루(동안) 방통위에서 벌어진 일들은 KBS와 MBC를 둘러싼 여야 간 주도권 다툼이 막가는 수준으로 치닫고 있음을 적나라하게 보여줬다”며 “이 위원장과 김 상임위원은 임명장 수여식과 이사 선임안을 1호 안건으로 서둘러 처리했다”고 말했다.
동아일보는 ‘긴급한 사유가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48시간 전 안건을 상임위원에게 전달해야 한다’는 방통위 회의 운영규칙을 거론하며 “8월 12일과 31일 각각 임기가 끝나는 MBC와 KBS 이사 선임이 통상 절차를 생략해야 할 만큼 부득이하고 긴급한 안건일 리 없다. 야당의 탄핵안 표결에 앞서 공영방송 이사진을 여당에 유리하게 바꿔놓으려는 꼼수”라고 지적했다.
동아일보는 “(방통위원)2명 중 1명만 빠져도 방통위 의결 기능이 정지되다 보니 탄핵과 사퇴의 바보 놀음이 되풀이되고 있다”며 “방송 장악을 위한 사생결단식 대결이 국정 전반을 파행으로 몰고 갈 조짐이다. 왜 방통위를 5인 체제로 정상화할 생각부터 하지 않나”고 말했다.
반면 조선일보는 이 위원장 체제의 방통위가 벌인 속전속결의 공영방송 이사 선임 강행은 다루지 않은 채 야당의 이 위원장 탄핵소추안 발의 방침을 도마위에 올렸다. 조선일보는 사설 <“수사 검사 고발” “임명 당일 탄핵” 상식 넘은 민주당 폭주>에서 “민주당은 이 위원장이 취임하자 그날 오후 탄핵 소추안을 발의한다고 했다”며 “직무상 위법을 저지를 시간도 없었는데 탄핵한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조선일보는 “탄핵을 정략에 이용하겠다는 뜻을 숨기지도 않는다”면서 “행정부를 견제하라고 준 탄핵소추권을 보복과 방탄, 협박, 정략에 악용하며 상식 밖 폭주를 거듭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서울신문도 사설 <전광석화 임명과 탄핵 발의… 하루살이 된 방통위>에서 “민주당의 도돌이표 탄핵 드라이브가 점입가경”이라면서 “결국 친야(親野) 성향의 공영방송, 특히 MBC 사장 임면권을 가진 방문진 이사진의 임기 만료(12일)에 따른 교체를 최대한 저지하려는 당리당략 목적의 탄핵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했다.
서울신문은 “같은 맥락에서 탄핵안이 제출됐던 이동관·김홍일 전 위원장과 이상인 전 직무대행은 탄핵안 가결 시 직무공백 장기화를 우려해 표결 직전 자진사퇴했다”면서 “이 위원장은 자진사퇴보다는 헌재 판결이 나올 때까지 최소 4개월가량의 식물 상태를 감수하고 버틸 것으로 알려졌다. 어느 경우든 거대 야당이 방통위를 하루살이로 만들어 버리기 위한 ‘묻지마 탄핵’ 공세를 되풀이하고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서울신문은 “이렇듯 탄핵과 고발을 남발하는 건 입법 권력의 남용으로 비칠 뿐”이라며 “국민의 거센 비판과 역풍에 부딪히게 될 일”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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