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방문진 이사 선임, 날림·위법 결정판…대응 준비"

이진숙, 2시간 만에 지원자 80여 명 '졸속 심사' '2인 체제' 방통위의 공영방송 장악 속도전 여실 야당 이진숙 탄핵소추에 이사 지원자 집행정지 소송 예고 노종면 "이젠 탄핵 아닌 집행정지 가처분이 걱정되지 않나"

2024-08-01     송창한 기자

[미디어스=송창한 기자]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가 이진숙 위원장과 김태규 위원 임명 당일 '2인 체제'로 공영방송 이사 추천·임명을 강행했다. 방통위는 KBS 이사 11명 중 7명을 추천하고, 방송문화진흥회(MBC 대주주, 이하 방문진) 이사 9명 중 6명을 임명했다. 그동안의 관행을 적용해 이른바 '여권 몫' 이사만 추천·임명한 것이다.

MBC 측은 이번 방문진 이사 임명은 날림·꼼수·부실·위법의 결정판이라며 "공영방송 장악 시도에 당당하게 맞서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야당은 곧바로 이진숙 방통위원장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발의한다는 계획이다. 방통위가 2시간 만에 80여 명의 이사 지원자에 대한 심사를 마치면서 집행정지 가처분 소송이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이진숙 신임 방송통신위원장이 31일 오후 정부과천청사 방통위에서 열린 전체회의에서 의사봉을 치고 있다 (사진=방송통신위원회)

방통위는 31일 보도자료를 통해 "전체회의를 개최해 KBS 이사 7명을 대통령에게 추천하고, 방문진 이사 6명 및 감사 1명을 임명하고, 나머지 이사에 대해서는 추후 논의하기로 의결했다"고 밝혔다. 이날 전체회의는 비공개로 진행됐다. 

방문진 이사로 선임된 6명은 ▲김동률 서강대 교수(전 경향신문 기자, 1960년생) ▲손정미 TV조선 시청자위원(전 조선일보 마케팅전략실 부실장 1966년생) ▲윤길용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방송자문특위위원(전 MBC NET 사장 1957년생) ▲이우용 언론중재위원(전 춘천MBC 사장, 1956년생) ▲임무영 전 서울고검 검사(1963년생) ▲허익범 전 공수처 수사자문단장(전 드루킹 특검, 1959년생) 등이다. 방문진 감사에는 성보영 쿠무다SV 대표이사(전 MBC C&I 부사장)가 임명됐다. 

방문진 이사장은 호선으로 선출되지만 통상 연장자가 맡는다. 이우용 언론중재위원이 방문진 이사장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KBS 이사로 선임된 7명은 ▲권순범 KBS 이사 ▲류현순 전 한국정책방송원장 ▲서기석 KBS 이사장 ▲이건 여성신문 부사장 ▲이인철 변호사 ▲허엽 영상물등급위원회 부위원장 ▲황성욱 전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상임위원 등이다. 서기석 현 KBS 이사장이 차기 이사장을 맡을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공영방송 이사회는 여야 7대4(KBS 이사회), 6대3(방송문화진흥회) 나눠먹기식으로 구성되고 있다.  이는 법이 아닌 '관행'에 따른 것이다. 방송법과 방통위설치법상 KBS 이사는 방통위가 추천하면 대통령이 임명을, 방문진 이사는 방통위가 임명하도록 규정돼 있다. 

최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방송4법'은 KBS·MBC·EBS 등 공영방송 이사 수를 21명으로 늘리고 이사 추천 주체를 국회, 방통위가 선정한 미디어학회, 시청자위원회, 방송직능단체 등으로 다양화하는 내용이다. 또한 5인 합의제 독립 기구인 방통위의 의사 정족수를 '위원 4인 이상'으로 규정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MBC 관계자는 "오늘 방문진 이사 선임은 날림, 꼼수, 부실, 위법의 결정판"이라며 "위법적으로 선임된 방문진 이사들이 기어이 칼을 휘두른다면, MBC는 절대 다수 시청자들의 사랑과 성원을 방패로 MBC가 진정한 의미의 '국민의 방송'으로 오롯이 제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MBC 관계자는 "국민의 눈과 귀를 가리기 위한 권력의 공영방송 장악 시도에 당당하게 맞설 수 있는 여러 법적, 도덕적 수단을 준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는 이날 성명을 내어 "총책 윤석열, 행동대장 이진숙이 단 몇 시간 만에 밀어붙인 MBC 장악 쿠데타"라고 규정했다. 

언론노조 MBC본부는 선임된 6명의 이사들에 대해 "부적격 순으로 뽑아놨을 법한, 우열을 가리기 힘든 적폐들의 집합"이라고 잘라 말했다. 언론노조 MBC본부는 "윤길용은 시사교양국장 당시 최승호, 한학수 등 PD들을 유배지로 부당전보하고 PD수첩을 무력화시킨 공으로 울산MBC사장, MBC NET 사장까지 맡는 호사를 누렸다"며 "이우용은 이른바 블랙리스트에 이름을 올린 라디오 진행자를 하차시키고 프로그램을 폐지하고 춘천MBC 사장, MBC C&I 고문까지 맡았다"고 지적했다. 

언론노조 MBC본부는 "허익범 변호사는 지난 2018년 자유한국당 추천으로 드루킹 사건 특검으로 활동한 바 있고, 임무영 변호사는 지난 2019년 검사 시절, 조국 법무부 장관 임명을 공개적으로 반대했었다"며 "이 밖에 조선일보 기자 출신인 손정미 TV조선 시청자위원, 신문에 김건희 여사를 옹호하는 기고를 썼던 김동률 서강대 교수 등 편향적이기로는 초록이 동색인 인물들"이라고 했다. 김동률 교수는 지난해 2월 서울신문에 <한국에서 대통령 부인으로 살아가기>라는 제목의 칼럼을 실었다. 

언론노조는 입장문을 내어 "이진숙 방통위의 불법적-폭력적 공영방송 이사 선임은 정권 심판 시계를 앞당길 것"이라고 장담했다. 언론노조는 "대체 어떤 행정기관장이 취임 하루도 안 돼 중대한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는가"라며 "어떤 법적 근거도 없는 여당 추천 몫인 7명과 6명을, 그것도 야당 추천 인사가 한 명도 없는 사상 초유의 퇴행적 이사 선임을 자행했다. 이것이 이진숙이 말한 '공영방송의 공공성과 공정성의 재정립'인가"라고 비판했다.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이 취임한 31일 오후 정부과천청사 앞에서 언론장악저지공동행동 주최로 열린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이 방통위원장의 임명을 규탄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야6당(더불어민주당·조국혁신당·진보당·사회민주당·새로운미래·기본소득당)은 8월 1일 이진숙 방통위원장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발의하겠다고 밝혔다. 이들은 '2인 체제' 방통위 의결에 더해 심의과정에서의 절차적 하자를 거론했다. KBS 이사 지원자 53명, 방문진 이사 지원자 31명에 대해 결격사유 확인서·기본증명서·자기소개서 등을 검토하고, 서류·면접심사 여부에 대한 1차 의결을 거쳐 선임 의결을 진행해야 함에도 이 모든 절차를 2시간여 만에 졸속으로 끝냈다는 지적이다. 또 이들은 공영방송 이사 지원자들에 대한 당적보유 여부 확인 절차가 생략됐다며 "무엇보다 심각한 일"이라고 했다. 가처분 소송 재판에서 민주적 절차 문제는 주요 쟁점이 된다.

민주당은 2인 체제 방통위의 공영방송 이사 선임에 대한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검토해왔다. 가처분 신청은 이번 이사 공모 지원자들이 할 것으로 보인다. 이들에게 당사자 적격성이 있다는 게 민주당 측 판단이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민주당 간사 김현 의원은 기자들에게 "당사자들이 (가처분 신청을)할 것으로 생각한다. 당사자라 함은 이사 공모에 응한 분들"이라며 "(공정한 심사를 받을)기회를 박탈당한 후보들이 당사자"라고 했다. 

김현 의원은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서류가 수백 장이고, 국민의견이 몇 건 접수됐는지도 발표 안 했잖나"라며 "김태규 위원(전 권익위 부위원장)은 방통위 업무파악도 안 된 분이다. 방통위가 버튼만 누르면 되는 명단을 놓고 용산 부속실처럼 확인하는 절차만 밟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과방위 소속 민주당 노종면 의원은 SNS에 "단 2시간 만에 지원자 80여 명을 심사했다니 가당키나 한 일인가"라며 "저지르고 보니 어떤가, 이젠 탄핵이 아니라 집행정지 가처분이 걱정스럽지 않나. 탈락한 지원자들이 제대로 심사받을 기회를 박탈 당했다고 하면 뭐라 할 건가"라고 물었다. 

노종면 의원은 "윤 대통령과 막무가내파는 이진숙 탄핵에 헌재 판단을 받아보겠다고 한다. 땡큐다"라며 "저쪽에 전략통이 있다면 이진숙을 사퇴시키고 만일에 대비하는 게 저들의 이익에 부합한다. 그러지 않겠다니 다행"이라고 했다. 

노종면 의원은 "어쩌면 가처분 기각될 수도 있겠다. 그래도 탄핵으로 이진숙의 직무를 상당 기간 정지시키는 건 상수"라며 "그리고 난 뒤 여당에서 요구하는 대로 야당 몫 방통위원 2명을 추천해 드리자 강력히 주장하겠다"고 했다. 

31일 방송통신위원회 이진숙 위원장과 김태규 위원이 정부과천청사에서 2인 위원만으로 전체회의를 개최한 모습 (사진=방송통신위원회)

그동안 윤석열 정부 방통위원장들은 야당의 탄핵소추안이 발의되면 자진사퇴했다. 이 때문에 이진숙 방통위원장 역시 야당의 탄핵소추 시 자진사퇴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하지만 30일 보수 평론가로 활동 중인 서정욱 변호사는 30일 JTBC 유튜브 '장르만 여의도'에 출연해 "이동관·김홍일·이상인, 세 명으로 (사퇴는)끝이다. 이진숙은 3년 갈 것"이라고 말했다. 'MBC 장악' 속도전은 대주주 방송문화진흥회 이사 임명 강행으로 절반 이상 달성됐다는 것으로 윤 정권 입장에서 방통위로 해결해야 하는 현안이 없다는 얘기다.

31일 서울경제는 기사 <[단독] 이진숙, 사퇴 않고 버티기 가닥…"탄핵 악순환 끊어야">에서 "여권에 따르면 이 위원장은 야권이 탄핵에 나서더라도 사퇴하지 않고 헌법재판소의 법적 판단을 받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서울경제는 "이 위원장이 취임 직후 내달 12일까지 임기인 MBC의 대주주인 방문진 이사진 선임을 의결한 뒤 물러나면 당장 시급한 문제는 없다는 판단도 작용했다"고 전했다. 

한편, 이진숙 방통위원장은 퇴근길에 '임명되자마자 공영방송 이사 선임을 의결한 이유가 무엇인가'라는 취재진 질문에 "법과 절차에 따라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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