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시청자위원에 '공언련' 등 보수 언론단체 출신 다수 지원
방송법, 학부모단체 등 12곳의 시청자위원 추천 규정 KBS, 15인 중 4인 언론단체 추천 인사 배정 계획 KBS본부 "보수 편향 방송에 힘 싣는 거 아니냐"
[미디어스=고성욱 기자] 32기 KBS 시청자위원회 공모에 공정언론국민연대, 미디어연대 등 보수언론단체 출신이 다수 지원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KBS는 15인의 시청자위원 중 4명을 언론단체 추천 인사로 선임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는 “정권과 여권의 입장을 대변하는 단체들을 시청자위로 끌어들여 제작 자율성 침해, 보수 편향적 방송 편성 등에 힘을 실으려는 것 아닌가”라면서 선임 과정에 불법이 확인된다면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밝혔다.
KBS가 지난 29일 32기 시청자위 선임 계획을 최종 확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총 15명을 선임할 계획이며 이중 언론단체 추천 인사가 4인이라고 한다. 방송법에 따라 시청자위 추천 단체 12개 부문은 ▲학부모 단체 ▲여성단체 ▲청소년 관련 단체 ▲변호사 단체 ▲언론관련 시민·학술 단체 ▲장애인 등 사회 소외계층 권익 대변 단체 ▲노동단체 ▲경제단체 ▲문화단체 ▲과학기술단체 ▲인권단체 ▲소비자보호단체 등으로 구성된다.
KBS가 공개한 시청자위원회 추천단체별 지원 현황을 보면 총 11개 부문에서 74명이 지원했다. 시청자위원 추천 단체 중 언론단체가 20곳으로 가장 많았다. 특히 공언련, 미디어연대, 자유언론국민연합, 바른언론시민행동 등 보수성향 언론단체들의 추천자가 다수 지원했다.
공언련은 ‘입틀막’ 논란을 일으킨 총선 선거방송심의위원회에 접수된 단체 민원의 100%를 제기했다. 22대 총선 선방심의위원 중 2인이 공언련 출신이다. 이들은 공언련이 제기한 민원 심의에 참석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으며 현재 국민권익위원회에서 관련 조사가 진행 중이다. 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장이 미디어연대 공동대표 출신이다.
국민의힘 추천 이준용 EBS 이사가 자유언론국민연합 공동대표를 맡고 있으며 그는 지난달 28일 방통위 앞에서 열린 국민의힘 의원 등이 개최한 집회에 참석해 ‘MBC 파탄책임 방문진은 물러나라’ 팻말을 들었다. 이 이사는 이 자리에서 “민노총 언론노조 세력이 방송을 영원히 장악하기 위한 작당을 한다”고 외쳤다.
바른언론시민행동과 공언련은 지난해 5월 ‘30대 가짜뉴스’를 선정했다. 이들 단체가 꼽은 가짜뉴스는 ▲바이든·날리면 보도 ▲일본 오염수에 한국은 뒷짐 보도 등이다.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는 31일 성명을 내어 “15명의 시청자위원 중 언론 분야에서만 4명을 집중 선발하는 것으로 확인됐다”며 “언론 분야 지원자가 가장 많지만 변호사 13명, 문화 9명 등 다른 부문도 적지 않다”고 했다.
KBS본부는 “언론 분야에 배정한 인원 일부를 다른 분야에 할당하자는 의견을 냈지만, 윤수희 시청자센터장이 강력하게 반대하고 류삼우 부사장이 이 의견에 동조하며 당초 배정 인원대로 시청자위원을 선임하는 것으로 최종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고 했다.
KBS본부는 “추천 단체들을 보면 류삼우 부사장과 윤수희 시청자센터장이 언론 부문 인원 배치에 집착한 이유를 짐작해볼 수 있다”면서 “가장 눈에 띄는 건 역시 공언련, 자유언론국민연합, 바른언론시민행동 등 보수·우파를 지향하는 언론단체들이다. 혹여 정권과 여권의 입장을 대변하는 단체들을 시청자위로 끌어들여 낙하산 박민 사장 체제에서의 각종 제작 자율성 침해, 보수 편향적 방송 편성 등에 힘을 실으려는 것 아닌가”라고 따져 물었다.
KBS본부는 “만약이라도 시청자위원을 공개모집하는 척하면서, 뒤로는 누구를 임명할지까지 정해놓고 요식행위처럼 진행한다면 국민을 우롱한 것이고, 나아가 방송법이 규정한 시청자위의 취지를 철저히 무시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KBS본부는 “시청자위 선임을 공정하고 상식적으로 진행하라, 만약이라도 우려한 대로 선임 절차가 일방적이고 편파적으로 진행돼 특정 진영을 대표하는 인사 일색으로 꾸려진다면 선임 절차에 대한 철저한 검증을 요구할 것”이라며 “그 과정에서 불법이 확인된다면 관련 인원들에 대해 철저히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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