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 '방통위원장 직무대행 탄핵 가능' 인정?

윤석열 대통령, 이상인 면직안 재가 "방통위 불능 상태 막기 위한 조치" '직대 탄핵안 가결 시 직무정지' 인정한 셈 '방송장악' 공영방송 이사 선임, 목전 단계

2024-07-26     송창한 기자

[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윤 대통령이 탄핵소추안이 발의된 이상인 방통위원장 직무대행(부위원장)의 사의를 수용했다. 국민의힘은 이상인 직무대행은 탄핵 대상이 아니라며 야당이 '탄핵병'에 걸렸다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대통령실이 방송장악을 위해 방통위원장 직무대행도 탄핵소추 대상이라는 점을 인정한 셈이다.

26일 윤석열 대통령이 이상인 직무대행 면직안을 재가해 사상 초유의 방통위 '0인 체제'가 들어섰다. 현행법상 방통위는 5인 위원 합의제 독립기구다. 대통령 추천 몫인 이상인 직무대행 후임으로 조성은 방통위 사무처장이 거론된다고 한다. 임명권자인 대통령 추천 몫은 곧바로 임명 가능하다.  

야당 탄핵소추의 계기가 된 KBS·방송문화진흥회(MBC대주주, 이하 방문진) 이사 선임은 이상인 직무대행의 강행으로 의결만 남겨둔 것으로 나타났다. 

윤석열 대통령은 26일 이상인 방송통신위원장 직무대행의 면직안을 재가했다 (사진=연합뉴스)

대통령실은 "방통위 부위원장 사임은 적법성 논란이 있는 야당의 탄핵안 발의에 따른 것으로, 방통위가 불능상태에 빠지는 것을 막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며 "방송뿐만 아니라 IT·통신 정책을 총괄하는 방통위를 무력화시키려는 야당의 행태에 심각한 유감을 표한다"고 했다.

대통령실은 "국회가 시급한 민생 현안을 해결하기 위한 입법은 외면한 채 특검과 탄핵안 남발 등 정쟁에만 몰두한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며 "국회가 더 이상 미래로 가는 대한민국의 발목을 잡아선 안 된다"고 했다. 

탄핵소추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가결되면 헌법재판소 심판까지 탄핵 대상의 직무가 정지된다. 25일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탄핵 대상은 방통위법에 기관장에 대해서 할 수 있는 것으로 안다. 부위원장은 탄핵 대상이 아니라고 말했다. 같은 날 과방위 국민의힘 간사 최형두 의원은 '방송4법'에 대한 국회 본회의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 첫 타자로 나서 "방통위 부위원장은 탄핵 대상이 아닌데 권한 대행이라는 이유로 탄핵한다. 민주당이 지금 '탄핵병'에 걸렸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대통령실이 이상인 직무대행 사퇴를 '방통위 불능상태를 막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로 설명했다. 직무대행도 탄핵소추 대상이라고 인정한 셈이다. 

25일 야6당(더불어민주당·조국혁신당·진보당·사회민주당·새로운미래·기본소득당)은 이상인 직무대행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당론으로 채택해 발의했다. 탄핵 사유는 ▲김홍일 위원장 시절 '2인 체제' 방통위의 70여건 의결 ▲이동관 위원장 시절 '2인 체제' 30여건 의결 ▲공영방송 이사 선임 절차 '1인 체제' 집행 ▲이진숙 방통위원장 후보자 국회 요구자료 250건 제출 거부 등이다. 

야6당은 "만약 방통위 의결절차에 위법이 없다는 주장이 용인된다면, 다른 합의제 행정기관이나 의결기관의 경우에도 소수의 위원들만으로 의결하는 행정독재를 용인해야 하는 결과가 될 것"이라고 했다.

16일 국회 과방위 전체회의에서 지난달 방통위가 의결한 공영방송 이사 선임 계획안에 국민의견수렴 등 향후 절차에 관한 구체적 일정이 없었다는 게 논란이 됐다. '1인 체제' 상황에서 이상인 직무대행이 국민의견수렴을 결정했다는 얘기다. 이상인 직무대행은 세부적 행정절차를 전례에 따라 시행했다는 입장이다. 

이상인 직무대행은 야당 반발에도 공영방송 이사 선임 절차를 강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25일 국회 과방위 방통위원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조국혁신당 이해민 의원은 방통위 공무원들에게 KBS·방문진·EBS 이사 선임 절차 현황을 질의했다. 이해민 의원은 "이사선임 절차가 진행 중인가, 아닌가. 국민의견수렴 절차는 모두 마무리 됐나, 지원자 범죄경력조회는 다 끝났나"라고 물었다.

이에 대해 김영관 방통위 기획조정관은 "행정적 절차가 진행 중이다. KBS·방문진에 대해서는 끝난 것으로 안다"고 답했다.

이해민 의원이 남은 절차는 무엇이냐고 묻자 김영관 조정관은 "KBS·방문진과 관련해서는 사무처에서 더 이상 진행할 사항이 없는 것으로 안다"고 답했다. 공영방송 이사 선임 절차에 관한 업무현황은 모두 이상인 직무대행에게 보고가 이뤄졌다. 

지난 6월 25일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당시 김홍일 방통위원장(왼쪽)과 이상인 부위원장이 대화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방통위 공무원들은 공영방송 이사 선임과 관련한 대통령실과의 소통 여부에 대해 불분명한 답변을 내놓았다. 이해민 의원이 "대통령실과 소통하는 창구가 있나. 최재혁 대통령실 홍보비서관과 연락하는 팀이 있나"라고 묻자 김영관 조정관은 "저는 (소통하는 창구가)없다"며 "(팀은)제가 알지 못한다"고 했다. 이해민 의원이 "공영방송 이사 지원자와 관련해 대통령실에 보고했냐"고 묻자 김영관 조정관은 "저는 한 적이 없다"고 답했다. 

이해민 의원은 좌미애 방통위 행정법무담당관에게 "지난번 공영방송 이사 선임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그 직후 공영방송 이사 선임 계획안이 의결됐다"며 "이전에도 긴급회의로 이렇게 진행된 적이 있나"라고 물었다.

좌미애 담당관은 "지난번 과방위 회의 때, 그때는 계획이 없었다"며 "의결 과정은 저희가 하는 게 아니라 위원장과 부위원장이 하는 것이다. (과거에)그 부분이 정확하게 어떻게 되었는지는 모른다"고 했다. 

이해민 의원은 "지금 방통위는 언론장악을 위한, 정권에 부역하기 위해 광기에 사로잡힌 집단 같다. 절차고 뭐고 없다"며 "우리가 전부 스톱되어 있다고 생각했던 과정들이 쭉쭉 진행되고 있다. 탄핵될 거 같으면 사퇴하고, 그렇게 쓰이면서 어떤 보상을 모르겠지만 개인의 인생을 놓고 봤을 때 참으로 비참한 삶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26일 오마이뉴스 보도에 따르면, 방통위는 공영방송 이사 선임을 위한 마지막 절차인 정당가입 조회 확인만 남겨두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방통위는 지난 15일 각 정당에 공문을 보내 이사 지원자의 정당가입 여부 확인을 요청했으나 민주당 등은 회신하지 않았다. 과방위 민주당 간사 김현 의원은 오마이뉴스에 "공영방송 이사 선임 절차의 불법성이 해소되지 않는 한, 민주당에서 회신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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