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칫거리 청소년? ‘나에게 집중하라’는 말은 정말 조언일까
[주관적이고, 사적이고, 사소한 이야기] 우리 아이들이 사는 세상
[미디어스=소설가 김은희] 우리는 아이를 어떻게 키워야 하나 고민이 많을 시대에 살고 있다. 10대 아동·청소년의 사건·사고가 많을 뿐아니라 곧 중장년층이 될 20대, 30대가 살아가는 방식도 걱정스럽기 때문이다. 10대의 아이들이 곧 20대, 30대가 될 것인데 무서울 게 없이 자란 아이들이 20대와 30대가 된다면…. 생각만 해도 등골이 오싹하다.
사람도, 법도 무섭지 않은 촉법소년 10대에 사람도, 법도 피해갈 수 있는 20대를 보면 한숨이 절로 나온다. 예전에 논술 학원에서 수업하다 학생들에게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말했던 적이 있었다. “너희들이 어른이 되어 정치인이 되고, 사회인이 된 세상에 내가 노인이 되어 살게 된다고 생각하면 무섭다.”
논술 수업을 듣는 학생들은 외동아들, 외동딸이거나 형제가 한 명이 더 있는 아이들이 대부분이었다. 집에서 애지중지 금이야 옥이야 보살핌을 받으며 키워진 아이들이었고, 원하는 것은 대부분 가질 수 있었던 아이들이었다. 이미 어렸을 때부터 친구보다 돈이 중요하고, 친구 관계도 학업에 따라 어머니에 의해 만들어진 경우가 많았다. 부족한 게 없이 자란 아이들이었다.
그때 수업을 듣는 학생들에게 매번 말했다. 어른들에게 잘하고, 선생님께 잘하고, 어머니, 아버지에게 사랑한다는 말 많이 하고, 여자친구, 남자친구는 항상 존중하며 만나라고 했다. 그래도 다행스럽게 내가 가르쳤던 학생들은 착한 학생이었다. 자신을 되돌아보기도 하고, 진정한 친구 관계에 대해 고민하고 물어보는 경우도 많았다. 그때 학생들이 이제 30대가 되었다. 더 나은 사람,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해 열심히 살고 있다.
나의 10대를 되돌아보면 나도 물론 부모님 말을 잘 듣지 않는 청소년이었다. 아버지, 어머니는 구식이고 신식인 나를 잘 모른다고 생각했다. 사춘기는 질풍노도의 시기라는 말을 몸소 보여주며 방에 처박혀 세상의 모든 불행이 나에게만 닥친 것처럼 굴었다. 그래도 세상에서 지켜야 하는 기본은 지키며 살려고 했다.
어릴 때 ‘콩 반쪽이라도 나눠 먹어라. 양보하며 살아라. 배려해라. 약한 사람 도와줘라’라는 말을 어머니, 아버지에게, 할머니에게, 선생님에게 밥 먹듯이 듣고 자랐기 때문에 당연히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도와주고, 곤란한 일에 놓인 사람을 모른 척하지 않았다. 그런데 지금은 이제 할머니가 된 어머니에게 밖에 나가면 아이들에게, 특히 중고등학생들에게 뭐라고 하지 말고 지나치라고 당부하는 사람이 되었다.
어쩔 수 없다. 법보다 무서운 게 10대, 20대이니 어쩔 도리가 없다. 내가 살던 사회가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였다면 지금은 오직 나, 개인에게만 집중된 사회이다.
쏟아져 나오는 자기계발서와 에세이만 보더라도 에너지와 사랑이 밖으로 뻗어 나가지 않고 안으로 집중된 책이 많다. SNS에 올라오는 짧은 명언, 조언도 마찬가지이다. 남들과 함께 살아가는 방법보다 자기 자신에게 집중된 말이 많다. ‘이기적으로 살아라. 나에게 집중하라’ 등의 말이 주를 이룬다. 사람과의 관계에서 관계를 깊이 맺지 않고, 쉽게 관계를 놓는 방법 등을 살아가는 방법으로 내세운 조언도 많다.
사람과 사람이 친구가 되고, 동료가 되고, 연인이 되고, 부부가 되기까지는 공을 들이는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지나치게 자신에게 집중하며 이기적으로 자란 10대에게 나에게 집중하며 살아가라는 말은 독이 될 수 있다. 나에게 집중하며 이기적으로 살라는 말은 약자에 대한 배려와 이해가 기본이 된 다음의 단계이다.
외국인이 우리나라 사람들을 보고 놀라면서 좋아하는 점도 한국인 특유의 남을 배려하는 마음과 이타심이다. 길을 건너지 못하는 아이와 장애인을 모른 척하지 않고, 무거운 짐을 들고 있는 임신부와 노인을 도와주고, 배고픈 사람에게 밥을 사주는 사람들이 한국인이며 우리의 모습이다. 나와 관련된 일이 아니면 신경 쓰지 않는 외국의 문화와 다르며 외국에선 이 점을 높이 사며 부러워한다. 나는 어려운 사람을 돕고, 베풀라는 말을 세대를 거듭하며 들어왔기 때문에 한국인에겐 DNA처럼 유전된 것이라고 생각한다.
어느 시대였든 10대는 언제나 문제를 안고 있었다. 골칫거리였고, 사회적 문제가 되는 일도 많았다. 새로운 사회 현상을 만들기도 하고, 사회를 빠르게 변화시키기도 했다. 2024년을 사는 10대가 20대, 30대가 되고 중장년층이 된다면 우리 사회는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을까.
김은희 (필명 김담이) , 소설가이며 동화작가 (12월 23일 생). 대전일보 신춘문예 소설 등단, 국제신문 신춘문예 동화 당선, 제30회 눈높이아동문학대전 아동문학 부문 대상 수상. 2023년 12월 첫 번째 장편동화 『올해의 5학년』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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