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장악 법 기술자 이어 MBC 민영화 기술자 차례냐"
언론장악저지공동행동 '방송4법 처리 촉구' 긴급기자회견 "국민 재산 MBC를 사적 자본에 팔아넘길 권한 누가 줬나" "KBS 장악해 명품백을 '파우치' 선전…총선 결과 어땠나"
[미디어스=고성욱 기자] 전국 90여 개 언론·노동·시민단체가 탄핵을 앞두고 기습 사퇴한 김홍일 방송통신위원장 후임에 이진숙 전 대전MBC 사장이 거론되자 “방송장악 기술자, 법 기술자에 이어 MBC 민영화 기술자를 앉히려 한다”고 규탄했다. 또 이들은 윤석열 대통령을 향해 “공영방송 독립성을 지키려는 마지막 기회를 날리면 준엄한 국민의 심판대에 서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언론장악저지공동행동(공동행동)은 2일 국회 앞에서 ‘방송4법’ 의결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야당은 오는 4일까지 방송4법, 채상병특검법을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맞서는 여당은 필리버스터를 예고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호찬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장은 기습적으로 ‘공영방송 이사 선임 계획’을 의결한 후 자진 사퇴한 김홍일 방통위원장을 정면 비판했다. 그는 “결국 김홍일은 제2의 이동관이었다는 것을 스스로 인정했다”며 “조용히 YTN을 유진기업에 팔아먹고, 정치권이 좌지우지하는 기존 법에 따라 공영방송 이사진 선임 계획을 의결처리한 채 도망쳤다. 국민권익위원장직을 수행한 지 6개월 만에 방통위로 자리를 옮겼고 또 6개월 만에 방통위원장도 내팽개친 떴다방보다 더 떴다방”이라고 비판했다.
이 MBC본부장은 “더 경악스러운 것은 김홍일 후임으로 내정됐다고 들리는 인사가 MBC의 대표적인 적폐 이진숙”이라며 “세월호 참사 당시 MBC 보도본부장이었고, MBC 민영화 음모를 정수장학회 인사들과 논의하다 발각된 자다. 방송장악 기술자 이동관, 법 기술자 김홍일에 이어 MBC 민영화 기술자 이진숙을 앉히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MBC본부장은 “이진숙 방통위원장이 사실이라면 ‘MBC 민영화 선언’”이라며 “국민의 재산 MBC를 사적 자본에 팔아넘길 권한을 누가 이 정권에 주었나. MBC 구성원들은 가장 앞장서서 막아낼 것이고, 국민들도 국민의 재산인 MBC를 한 정도 안 되는 적폐세력들이 강탈해 팔아넘기려는 시도를 함께 막아달라”고 호소했다.
박상현 언론노조 KBS본부장은 “김홍일 위원장이 방송3법 개정이 추진되는 상황에서 공영방송 이사 선임 계획을 의결하고 꼼수 사퇴를 했다”며 “이렇게 정부·여당은 또다시 공영방송 장악을 위해 한발 한발 발걸음을 내딛고 있는데, 결국 민심의 거센 심판을 맞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
박 KBS본부장은 “국회는 방송법 개정안을 통과시키고 대통령은 거부권을 포기해 새로 마련된 공영방송 지배구조 아래서 공영방송 이사진을 선임하라”며 “그렇지 않으면 시민사회와 언론 노동자들이 언론을 장악하려는 정권에 맞서 싸울 것”이라고 말했다.
윤창현 언론노조 위원장은 “김홍일의 사퇴를 보며 국무위원급 기관장 자리를 방송 장악의 제물로 바쳐서라도 목적을 이루겠다는 이 정권의 방송장악 오기에 섬뜩함을 느낀다”면서 “우리 사회의 기본 가치, 헌법 가치가 무너지든 말든 반드시 공영방송을 먹어야만 윤석열 대통령의 남은 임기가 안전할 것이라는 생각하는 모양인데 크나큰 착각”이라고 지적했다.
윤 위원장은 “KBS를 장악해 명품백을 ‘조그마한 파우치’라고 선전했지만 돌아온 것은 국민의 심판”이라면서 “이 정부의 행태는 왜 방송법을 뜯어고쳐야 하는지 스스로 증명하고 있다. 총선 심판을 받고 나서도 여당은 방송4법에 대해 ‘좌파 장악법’이라고 헛소리를 남발하는데, 언론자유를 지키려는 언론인과 평범한 시민들을 더 이상 거리의 투사로 만들지 말라”고 요구했다. 윤 위원장은 정부·여당을 향해 “이런 식으로 뽑아 든 칼날은 결국 당신들의 목을 스스로 겨눌 것”이라며 “불행한 사태를 피하는 일은 방송법 개정에 동참하는 것뿐”이라고 강조했다.
신태섭 민주언론시민연합 상임공동대표는 “윤 대통령의 생각은 극우 유튜버들의 생각과 같다”며 “공영방송이 민주당, 언론노조, 시민단체의 삼각편대에 장악되어 있다면서 정상화를 수행 중이라고 하고, 우리나라가 군사독재 시절로 퇴행하고 있다는 해외 연구기관의 보고서에도 좌파 딱지를 붙인다. 정말 적반하장식 궤변”이라고 비판했다. 신 대표는 “공영방송의 독립성을 지키려는 마지막 기회마저 날리면 준엄한 국민의 심판대 서게 될 것임을 깊이 생각하라”고 말했다.
송경용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사회연대위원장은 “수십 년 동안 많은 사람들이 죽고 다치면서 지켜온 민주주의가 최근 2년 사이에 무너져 내리고 있다”며 “언론자유가 없는 민주주의는 상상할 수 없다. 사람의 입을 막으면 줄줄이 일어나 소리칠 것”이라고 말했다. 송 위원장은 “입을 막을 수도 펜을 꺾을 수도 없다. 이 정권은 지금 당장 어리석은 짓을 그만두고 언론 장악 기도를 멈추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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