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합의정신 강조한 대통령실, '2인 체제' 방통위는 방치

정진석 "국회법과 관례 무시한 편법운영 끊이지 않아" 한덕수 "여야 합의에 기반하지 않은 운영, 국민에게 상처 줘" 윤 정권, 현행법상 5인 합의제 방통위를 '독임제' 형해화 김종배 "합의정신 강조하면서 방통위 일방독주 그냥 놔둬" 이준석 "방통위원장은 2인체제 비상사태 인정하나"

2024-07-01     송창한 기자

[미디어스=송창한 기자] 5인 합의제 기구인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 위원장 김홍일)를 대통령 몫 2인 체제로 운영하는 윤석열 정부가 자기모순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윤석열 정부는 22대 국회 원 구성과 '채해병 특검법' 입법청문회와 관련해 야당이 국회를 '편법 운영'해 국민들에게 상처를 줬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국회법상 상임위원장 배분에 관한 규정은 없다. 또한 방통위설치법은 방통위를 여야 추천 5인으로 구성·운영하라고 규정하고 있다. 

정진석 대통령실 비서실장이 지난달 30일 오전 서울시 종로구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열린 고위 당·정·대 협의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1일 MBC라디오 <시선집중> 진행자 김종배 평론가는 고위당정협의회에서 야당의 일방적·편파적 국회 운영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쏟아졌다며 "정작 합의제로 운영되어야 하는 방통위의 일방독주는 놔두고 있는 것인가"라고 따져 물었다.  

지난달 30일 서울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열린 고위당정협의회에서 한덕수 국무총리는 "국회가 시작된 지 약 한 달 만에 원구성이 완료됐다"며 "한 달 동안 우리 국회는 국민들에게 힘이 되기보다는 여야 합의에 기반하지 않은 일방적 운영으로 국민을 실망시키고 상처를 준 모습"이라고 말했다.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은 "지난 한 달 국회 파행에 국민들께서 많은 걱정을 하셨다. 다행히 여당의 대승적 수용으로 정상화의 첫발을 떼었다"며 "그러나 여전히 국회법과 관례를 무시하며 편법 운영하는 사례가 끊이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정진석 비서실장은 "여야가 머리를 맞대고 협상과 타협으로 어렵사리 확립한 전통과 관례는 우리 국회의 소중한 유산"이라며 "이 유산을 훼손한 채 입법으로 그 공간을 대신할 수는 없다는 지적을 우리는 뼈아프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했다. 

김종배 평론가는 "방통위원장 탄핵소추안까지 발의된 '방통위 2인 체제' 논란의 핵심은 합의제 행정기구인데도 야당 추천 위원들은 배제하고, 대통령이 임명한 위원 2인으로만 운영함으로써 기구의 성격과 취지를 훼손하고 있다는 것"이라며 "이런 비판과 고위당정협의회에서 나온 말을 비교해보자. 이런 말까지는 하고 싶지 않지만, 국회에 대한 법적 규정 어디에도 '합의제'라는 것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김종배 평론가는 "국회법에 따르면 국회는 국민의 대의기관으로서 민주적 운영원칙을 지키도록 규정돼 있다"며 "그런데 왜 국회에는 합의정신을 그렇게 강조하면서 정작 합의제로 운영되어야 하는 방통위의 일방독주는 그냥 놔두고 있는 것인가. 그러면서 오히려 국회의 편법 운영을 지적하고 있는 것일까"라고 했다. 

김종배 평론가는 "무엇이 옳고 그른가를 떠나 최소한 주장의 정당성을 확보하려면 논리의 일관성을 띠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했다. 김종배 평론가는 '이 같은 지적이 야당에게도 적용될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관례'와 '위법'을 둘러싼 논란은 다르다고 했다. 

김종배 평론가는 "국민의힘이 야당의 이른바 일방독주를 문제삼을 때 논거는 관례다. 그동안 국회가 이런 관례에 기초해 상임위원장을 배분·운영했는데 그렇게 안 지키고 있다는 취지"라며 "반면 야당이 방통위의 일방독주를 문제삼는 논거는 위법이다. 의결정족수 문제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해 12월 29일 김홍일 신임 방송통신위원장(오른쪽)이 정부과천청사 내 방송통신위원회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이상인 부위원장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두 방통위원은 윤석열 대통령이 지명·임명했다 (사진=연합뉴스)

방통위 2인 체제 의결의 위법성은 앞서 두 차례의 서울고등법원 판결을 통해 확인됐다. 지난해 12월 20일 서울고법은 방문진 권태선 이사장 후임자 집행정지 항고심에서 방통위의 항고를 기각하면서 2인 체제 의결은 방통위설치법의 입법 목적을 저해할 우려가 있다고 판시했다. 또 지난 5월 서울고법은 2인 체제 방통위의 'YTN 사영화' 의결에 대해 "위법성 여지가 있다"고 판시했다.

앞서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소속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은 김홍일 방통위원장을 상대로 같은 취지의 비판을 내놓은 바 있다. 지난달 21일 과방위 전체회의에서 이준석 의원은 "현재 국민의힘은 의사정족수와 개의정족수를 맞춰 국회가 운영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합의정신을 지키지 않았다는 이유로 범야권의 국회운영을 지적하고 국무위원들의 불참을 요구하고 있다"며 "법대로 했는데 왜 이러는 것인가. 이런 생각에 동의하나"라고 질의했다.  

이준석 의원은 "지금 (방통)위원장은 법상으로 문제가 없으니 괜찮다는 말을 하고 있다. 대통령과 범여권에서는 합의의 정신을 지키지 않았다는 이유로 (22대 국회 원구성을)인정하지 않겠다 하고 있다"며 "위원장은 본인의 생각대로 법이 우선인가, 아니면 합의의 정신이 우선인가"라고 물었다. 

이에 김홍일 위원장은 "방통위원 선임은 국회에서 추천해서 대통령이 임명을 해줘야 되는 부분이기 때문에 저희로서는 '그렇게 해 주십시오' 얘기하는 것 이상 할 수 있는 조치는 없는 것 아닌가"라고 했다. 

이준석 의원이 "방통위원 선임 요구에 대해 대통령이 반응하지 않는 상황에서, 야권이 추천한 위원들이 없는 상태에서 계속 일을 진행하는 것은 (합의제)정신에 위배된다는 생각 안 하나"라고 물었지만 김홍일 위원장은 국회의 방통위원 추천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는 답변을 반복했다. 

지난달 21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이 김홍일 방송통신위원장에게 질의하는 모습 (국회의사중계시스템)

이준석 의원은 다시 "국민의힘은 과거 그 정당의 최고의결기구인 최고위원회에서 3명의 최고위원이 궐위되었다는 이유로 초비상사태를 선언하고, 비상대책위원회로 가고, 당 대표를 잘라야 된다는 입장을 관철한 바 있다"며 "방통위에 현재 3명의 위원이 빠져 있다는 사실, 비상사태로 인식하나. 정상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주장하지만 비상사태로 볼 수도 있다"고 물었다. 김홍일 위원장은 "국회에서 신속히 위원 선임을 완료해줘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한편, 정진석 비서실장은 야당이 주도한 '채해병 특검법' 입법청문회에 대해 "제복 입은 군인들과 장관을 겁박하고 모욕주는 일까지 버젓이 계속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이준석 의원은 1일 자신의 SNS에  올린 글에서 "아무리 정치인 출신이시더라도 대통령 비서실장은 대통령의 입장을 대변해서 이야기해야 하는 자리"라며 "대통령께서 야당이 제복군인에게 모욕을 주고 있다 생각한다면 애초에 상황인식 자체가 잘못됐다"고 비판했다. 

이준석 의원은 "대통령이 제복군인 임성근 사단장의 명예를 지키려고 하는 동안 해병대의 사기는 바닥에 떨어지고 있고, 참 제복군인인 박정훈 대령의 명예는 더럽혀지고 있다"며 "평생 국가를 위해 헌신한 장교에게 '항명'의 굴레를 씌우는 것만큼 제복군인의 명예를 짓밟는 행위가 어디에 있단 말인가"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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