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방위, '증인 불출석' 박민 KBS 사장 고발 의결

최민희 "대통령 회의는 KBS 생존 사안 뒤로하고 참석" KBS "국회 현안질의 참석은 공영방송 독립성 훼손"

2024-06-26     송창한 기자

[미디어스=송창한 기자]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가 박민 KBS 사장을 국회 불출석을 이유로 고발한다. KBS는 사장이 국회 상임위 현안질의에 출석한 전례가 없고, 출석 시 공영방송의 독립성이 훼손될 수 있다며 유감을 표했다. 

25일 과방위는 현안질의 증인으로 채택됐지만 '공영방송 독립성'을 이유로 출석하지 않은 박민 사장을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에 따라 고발하기로 의결했다.

박민 KBS 사장(가운데)이 지난 19일 경기도 성남시 HD현대 글로벌R&D센터 아산홀에서 '저출생 추세 반전을 위한 대책'을 주제로 열린 2024년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회의에 참석해 회의 시작 전 저출산고령사회위원인 강미나 국토연구원 선임연구원(왼쪽), 정철영 서울대 교수와 대화하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연합뉴스)

최민희 과방위원장에 따르면, 박민 사장은 과방위에 보낸 '불출석양해확인서'에서 '국회에 출석할 경우 공영방송의 독립성과 언론자유가 중대하게 침해될 우려가 있다'는 이유를 들었다. 

이에 최민희 위원장은 "대통령 회의에는 KBS 생존이 걸린 사안까지 뒤로하고 참석해 대통령을 뵙고 견마지로 맹세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국회 증인으로 채택됐는데 공영방송 독립성을 운운하며 불출석 하는 것을 허용할 수 없다"며 불출석 증인에 대한 고발 안건을 상정했다.

최민희 위원장은 "박민 사장은 지난 19일 대통령 주재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회의에 참석, 전사적 역량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KBS는 7월 8일부터 11일을 저출생 위기대응 방송 주간으로 공지했다"며 "박민 사장은 대통령 주재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KBS 이사회 '수신료 분리고지' 관련 보고에는 불참했다고 한다"고 전했다. 

고발 안건 처리에 반대한 국민의힘은 안건조정위원회 회부를 요청했다. 이에 최민희 위원장은 안건조정위를 구성해 안건을 회부했다.   

국민의힘은 국정감사 등을 제외하고 KBS 사장을 국회에 출석시키는 것은 공영방송 독립성을 훼손하는 것이라고 했다. 최형두 간사는 "이런 식의 일방적 처리에 동의할 수 없다. 안건조정위를 하는 까닭은 숙려기간을 두고 쟁점 법안에 대해 상호 생각을 대보자는 것"이라며 "그걸 지금 표결이 뻔한 방식으로 한다는 것은 국회를 위해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라고 했다. 이후 국민의힘 의원들은 전원 퇴장했다. 

6명의 안건조정위는 다수당과 다수당에 속하지 않은 정당의 조정위원 수를 같도록 구성해야 한다. 현 과방위 당수당은 민주당이며 조국혁신당, 개혁신당 등 야당이 포함돼 있어 안건조정위 구성 시 국민의힘 몫은 과반을 넘지 못한다. 박민 사장 고발 안건은 국민의힘이 불참한 가운데 안건조정위와 전체회의에서 의결됐다. 

25일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의 빈자리가 눈에 띈다. 여당 의원들은 야당 의원의 발언과 관련해 항의를 표하며 회의장을 한동안 떠났다(사진=연합뉴스)

KBS는 26일 입장문을 내어 유감을 표명했다. KBS는 "박민 사장이 증인으로 채택된 사유는 현안질의였다. 공영방송 KBS 사장은 그동안 국정감사와 결산, 인사청문회를 제외한 국회 상임위 현안질의에 출석한 전례가 없다"며 "공영방송의 독립성과 언론 자유가 중대하게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라고 했다. 

KBS는 "특히 방송 3법 개정안 등 첨예한 현안질의 과정에서 뉴스 및 시사 프로그램 등에 대한 정치권의 평가가 제기될 수 있고, 이 경우 방송의 편성과 제작 자율성에 대한 개입이나 압력으로 적용될 소지를 배제할 수 없다는 점도 고려됐다"며 "국회는 공영방송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존중하고, 이에 대한 충분한 논의를 해주시기를 요청드린다"고 했다. 

KBS는 문재인 정부 시절 임명된 양승동 전 사장과 김의철 전 사장도 과방위의 출석요구를 받았지만 공영방송 독립성 훼손 우려로 불출석했고, 이후 정치권의 추가 조치는 없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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