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법', 대통령실의 소통정책 성과…한겨레 "낯뜨겁다"

"별칭 '김건희법' 개식용 종식법 제정 후 외국인 민원 사라져" '국민제안' 성과 설명 중 돌연 "역설적으로 주목받은 사례" 여야 초당적 협력한 '개식용 종식법'… 국힘발 '김건희법' 별칭 경향신문 "국민 발길 끊은 '국민제안'"…국민청원 방문자 0.7% 수준

2024-06-24     송창한 기자

[미디어스=송창한 기자] 대통령실이 온라인 국민소통창구 '국민제안'의 2년 성과로 돌연 윤석열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 씨를 치켜세웠다. '김건희법'인 '개의 식용 목적의 사육·도살 및 유통 등 종식에 관한 특별법'('개 식용 종식법')이 제정된 이후 대통령에게 오던 외국인 민원 편지가 오지 않게 됐다는 것이다. 여야가 초당적으로 추진해 제정한 '개 식용 종식법'이 '김건희법'으로 불리자 "낯뜨겁다"는 언론 비판이 제기된다. 

대통령실은 23일 <「대통령실 국민제안」 개설 2년, 국민의 목소리를 민생정책으로>보도자료에서 "매년 2천여 통 이상 대통령에게 오던 편지들이 더 이상 오지 않아 역설적으로 주목받은 사례도 있다"며 "세계 각국의 외국인들이 개 도살과 식용을 금지해달라는 편지를 윤석열 대통령에게 꾸준히 보내왔었다. 그런데 올해 2월 별칭 김건희법으로 불리는 '개 식용 종식법'이 제정된 이후, 관련 민원 편지들이 완전히 사라져 한 통도 오지 않고 있다"고 했다. 대통령실은 "대한민국의 변화가 세계인들에게도 많이 알려졌고, 국가 이미지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 씨가 지난해 8월 30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개 식용 종식 촉구 기자회견에 참석해 발언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23일 한겨레는 기사 <“개 식용 종식 ‘김건희법’ 덕분에…” 대통령실의 낯뜨거운 여사님 공치사>에서 "앞서 국민의힘 지도부에서 개 식용 종식법을 ‘김건희법’이라고 부르자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은 '천재적 아부'라고 비판했었다"며 "'동물단체에서 먼저 별칭으로 썼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동물단체들은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8월 국민의힘 이헌승 의원, 박대출 정책위의장 등은 여야 의원들이 참여한 국회 연구단체 '동물복지국회포럼'에서 개 식용 종식 관련 법안을 연내에 처리하겠다는 목표를 발표하자 '김건희법'을 거론하기 시작했다. 동물단체들 사이에서 개 식용 종식법이 '김건희법'으로 불린다는 얘기다. '김건희법'이라는 별칭이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일자 박대출 정책위의장은 "'김건희법'이란 별칭으로 쓰기 시작한 것은 동물애호단체들"이라며 "그리고 많은 언론들이 '김건희법'이라는 표현을 사용하고 있다"고 했다. 

당시 한겨레, 오마이뉴스 등의 팩트체크 보도를 보면, '김건희법'은 국민의힘 이헌승 의원의 발언을 전하는 형태로 언론에 보도됐으며 동물단체들은 '김건희법'이라고 부른 적이 없다. 동물단체 관계자들은 오히려 '김건희법'이라는 이름으로 정치적 논란이 번져 입법 동력을 상실할까 염려했다. 

유승민 전 의원은 자신의 SNS에 "대통령을 신적 존재로 떠받들며 천재적 아부를 하던 자들이 이제는 대통령 부인에게까지 천재적 아부를 한다”고 국민의힘 의원들을 직격했다. 유 전 의원은 "명색이 헌법기관이라는 사람들이 이런 한심한 작태를 보이니 '자유민주주의'가 '공산전체주의'로 퇴보하는 느낌"이라고 했다. 당시 홍문표 국민의힘 의원도 BBS라디오에서 "이름까지 붙여가지고 하는 것은 현실에 안 맞다"며 "정책은 순수해야 한다"고 했다. 

대통령실 6월 23일 보도자료 갈무리

대통령실은 '국민제안' 성과에 대해 "지난 2년간 13만 4천여 건의 제안과 4만 3천여 건의 서신이 접수될 정도로 국민의 관심과 참여가 높았으며, 前 정부 국민 청원 답변율 0.026%보다 훨씬 높은 수준인 94.6%에 대해 답변과 조치가 이루어졌다"고 밝혔다. 문재인 정부 청와대 국민청원 시스템은 20만 명 이상 동의를 얻은 청원에 대해 소관부처의 장이 입장을 밝히도록 했다. 반면 윤석열 정부 국민제안 시스템은 접수된 게시글 중 소관부처가 유효하다고 판단하는 것에 대해 답변한다. 

24일 경향신문은 기사<국민 발길 끊긴 '윤석열표 국민제안'>에서 "국민제안의 하루 평균 방문자 수는 2000여 명으로 문재인 정부 당시 청와대 ‘국민청원’의 0.7%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여론이 편향적으로 흐르는 것을 막겠다는 취지로 국민청원을 폐지했지만 여론 자체가 모이지 않게 됐다는 비판이 나온다"고 보도했다. 

경향신문이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2022년 6월 23일부터 지난달 31일까지 통계자료를 분석한 결과 국민제안 누적 방문자 수는 182만 3593명으로 하루 평균 2182명이었다. 하루 평균 게시글 수는 180건꼴이었다. 문재인 정부 청와대 국민청원의 경우  4년 7개월 동안 총 방문자 수가 5억 1600만명(23개월 기준 2억 1578만명)으로 하루 평균 방문자 수가 31만명이었다. 하루 평균 게시글 수는 670건이었다. 

참여자 연령대의 경우 국민제안 신청인은 2023년도 2분기 기준으로 50대(28.3%), 20대 이하(25.0%), 60대(19.6%) 순인 반면, 국민청원 방문자는 2년차 기준으 18~24세(29.3%), 25~34세(26.1%), 35~44세(20.4%) 순이었다. 

대통령실 국민제안 '국민참여토론' 갈무리

문재인 정부 청와대 국민청원은 기존 국민신문고와 달리 질문의 종류가 제한되지 않고, 익명성이 보장돼 사회전반의 문제들이 불특정 다수에 의해 제기됐다. 하지만 청와대 답변을 받기 위해서는 국민동의 20만명을 넘어야 한다는 기준이 너무 높고, 청와대의 답변이 지나치게 원론적이라는 지적이 있었다. 정쟁이나 혐오에 기반한 국민청원이 수많은 동의를 얻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윤석열 정부 대통령실 국민제안은 '실명제'와 '비공개'를 원칙으로 삼고 있다. 기존에 운영되고 있는 정부민원 시스템과 차이를 발견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왔다. 여론왜곡이 우려된다는 이유로 '100% 실명제'로 운영되는 것은 익명표현의 자유와 개인정보 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문제가 있다. 인터넷 실명제는 정치·경제 권력의 보복 우려 등으로 자기검열에 빠져 비판적 표현을 자제하게 만든다는 지적을 받는다. 

또한 국민제안은 대통령실의 정책 추진 수단으로 활용되기도 했다. 대통령실이 제안하는 정책 안건이 '국민참여토론'에 부쳐져 TV수신료 분리징수, 집회·시위 규제 강화 등이 결정됐다. 온라인 여론조사에 불과한 조사로 공영방송 공적재원과 국민 기본권에 직결되는 정책을 추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비판이 일었다. 여기에 어뷰징(중복 전송)이 가능한 추천·댓글을 취합하는 수준으로 국민참여토론이 이뤄져 여론수렴 방식과 결과 모두 신뢰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 네이버 뉴스스탠드에서 ‘미디어스’를 만나보세요~ 구독하기 클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