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이사, 수신료 분리징수에 웬 MBC '민영화' 처방

황근, 'KBS 후원' 학술대회서 공·민영 이원체제 설파

2024-06-28     고성욱 기자

[미디어스=고성욱 기자] 현직 KBS 이사가 수신료 분리징수, 광고 매출 하락 등 KBS 재정위기 타개 방안으로 ‘MBC 민영화’를 주장했다. 

현실 가능성을 떠나 MBC 민영화가 KBS 경영 위기의 처방이 될 수 있는지 의문이다. MBC는 공적 기구인 방송문화진흥회라는 대주주가 관리·감독하는 공영방송이며 수신료와 무관하다. 현재 월 수신료 2500원 중 91%가 KBS에, 3%가 EBS에 배분되고 있다. 

또 MBC가 민영화될 경우 기존 시사 프로그램이 수익성이 높은 예능 프로그램 등으로 대체될 가능성이 높다. 한정된 방송광고 시장에서 KBS의 비중은 줄어들 수 있다는 얘기다.

황근 KBS 이사 (선문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KBS 뉴스9 보도화면 갈무리)

21일 한국정치커뮤니케이션학회 봄철 정기학술대회에서 KBS 이사를 맡고 있는 황근 선문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KBS 후원 세션에서 <공영방송 생존을 위한 미래비전 설계와 재원 구조>를 주제 발표했다. 

황 교수는 TV수신료가 공영방송의 정치적 후견주의의 매개로 작용했다며 그 한계가 드러난 것이 수신료 분리징수라고 했다. 황 교수는 수신료가 ▲집권 정파에 대한 정치적 충성으로 법적·제도적·재정적 후원을 도모하는 역할 ▲언론사 유지와 지원에 유리한 정파를 조직적으로 지원하는 정치적 편향성을 고착화하는 역할 ▲정치적 독립성이나 보도 중립성, 공적 책무보다 정치적 후견에 유리한 정치적 동원 수단으로 전락시키는 역할을 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황 교수는 KBS의 경영 적자 상황을 진단하며 공영방송을 재구조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KBS는 당기 순손실 553억 원을 기록했다. KBS 광고 수입은 2022년 대비 675억 원 감소했으며 지상파 광고 점유율은 2014년 27.7%에서 21.45%로 하락했다. 

광고 수입은 목표 대비 851억 원, 수신료 수입은 분리징수로 인해 165억 원이 적게 들어왔다. KBS는 지난 1월 이사회에 올해 수신료 수익이 7020억 원에서 2600억 원(37.2%)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보고했다.

황근 교수가 발제문에 적시한 공·민영 이원체제 모델

황 교수는 현 공영방송 체제가 정치도구화됐고 공적 재원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져 독립성이 위축됐다며 <공영방송과 민영방송의 이원체제(공/민영 이원 체제)>를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황 교수가 제시한 <공/민영 이원 체제>는 KBS 1TV, 2TV, EBS, 아리랑TV, 글로벌 OTT를 공영방송그룹으로, MBC를 민영화해 SBS, 지역민방 등과 묶는다는 내용이다. 황 교수는 이 같은 <공/민영 이원 체제>를 통해 공영방송의 거버넌스를 탈정치화시키는 방향으로 개편해야 한다고 했다. 또 상업방송에 대한 경제적, 구조적 규제를 완화시키고 방송 규제기구의 시장 감시 등을 통해 경쟁을 촉진시켜야 한다고 했다.

재원 구조의 경우 공영방송그룹은 공영방송 재정위원회, 수신료 제도 개선, 공적 재원 다원화, 공영방송 경영 투명성 제고 등을 통해 상업적 재원의 개입을 최소화시키고, 상업방송그룹은 규제완화 및 광고판매제도의 자율화, 정부광고 독점 폐지 등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황 교수는 수신료 제도로 인해 공영방송의 정치적 지형화가 야기됐다며 공영방송의 재원 구조를 다원화해야 한다고 했다. 국제적 국가 선양, 교육지원, 지역문화 육성, 소수 문화 보존, 보편적 방송 서비스 등 방송법이 규정한 공영방송 공적 책무에 부합하는 역할을 수행할 때 프로그램별로 정부 예산이 투입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또 B2B 방송 매출의 일부를 공적 재원으로 편입하는 사적 재원의 공적 책무를 할당하는 방안, 간접적 징세, 정부와 민간의 복합 재원 지원 방안, 정부광고 지원 제도 도입 등이 제시됐다.

황 교수는 공영방송 재원의 다양화 조건으로 ▲보편적 서비스 확대와 같은 공영방송의 정체성 확립과 책무 충실 ▲공영방송재정위원회와 방송협약제도 등을 통한 공적 재원 지원 투명화 등이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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