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비웃는 KBS 사장…'감사실장 2명' 촌극

감사 동의 없이 감사실 부서장 인사…'감사 독립성 훼손' 논란 법원 "감사 연속성·독립성 저해" 인사 효력 정지 인용 새로 임명한 부서장 그대로 둔 채 전출 부서장 복귀시켜 박찬욱 감사 "법원 결정 사항 제대로 이행하라"

2024-06-19     송창한 기자

[미디어스=송창한 기자] 박민 KBS 사장의 감사 독립성 침해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앞서 법원은 박민 KBS 사장의 감사실 부서장 인사발령 효력을 정지시켰다. 하지만 박민 사장은 새로 임명한 감사실 부서장을 그대로 둔 채 타 부서로 발령냈던 부서장들을 복귀시켰다. 이로 인해 감사실장과 기술감사부장이 각각 2명이 되는 상황이 벌어졌다. 박찬욱 KBS 감사는 "법원 결정을 무시하지 말라"며 인사를 바로잡으라고 경영진에 촉구했다. 

박민 KBS 사장 (사진=KBS)

19일 박찬욱 KBS 감사는 입장문을 내어 "경영진은 오늘 재차 법규를 위반하는 비정상적인 조치를 했다"며 "전출되었던 부서장들의 소속을 인사발령도 없이 감사실로 다시 변경한 것이다. 그 결과 감사실에는 기존 부서장들과 다시 돌아온 부서장들이 함께 소속되어 정상적인 업무수행을 진행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고 밝혔다. 

박민 KBS 사장은 지난 2월 박찬욱 감사의 동의 없이 감사실 부서장 인사를 단행했다. 박찬욱 감사가 일반감사·특별감사를 진행하고 있던 상황이었다. 이에 KBS 감사실 부서장 3명이 회사를 상대로 보직 및 전보발령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다.

서울남부지법 민사5부는 지난 10일 해당 가처분 신청을 인용했다. 재판부는 "KBS의 주관적인 의도와 무관하게 감사가 반대하는 직원들이 감사실의 책임직급을 맡게 되면 감사업무의 연속성·독립성이 저해될 염려가 있다"며 "감사 직무 수행의 독립성 보장을 위해 감사의 요청이 없는 한 감사실 소속 직원의 전보를 삼갈 필요가 있다"고 했다. (관련기사▶KBS 박민 사장, 하다하다 감사 독립성 침해)

박찬욱 감사는 "경영진은 감사업무의 독립성 훼손에 이어 인사 질서의 훼손으로 또 다른 법규 위반 상태를 초래하고 있다. 이는 법원의 결정을 무시하는 것은 물론이고, 감사실의 혼란을 초래해 정상적인 감사업무를 진행할 수 없게 만드는 것"이라며 "회사의 오늘 조치로 감사실 인사는 또 다른 사규 위반 상태에 놓이게 됐고, 이로 인한 문제는 고스란히 회사가 떠안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 

박찬욱 감사는 "회사가 감사실 부서장 인사에 대해 이렇게까지 계속해서 비상식적인 행태를 보이는 이유는 무엇인가"라며 "법률과 규정에 정한 정당한 감사업무의 수행을 위해 회사가 즉시 법원 결정 사항을 제대로 이행할 것을 엄중히 촉구한다"고 했다. 

서울 여의도 KBS 사옥 (사진=KBS)

같은 날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언론노조 KBS본부)는 성명을 내어 "낙하산 사장의 아전인수식 태도에 코웃음만 나올 뿐"이라고 규탄했다. 언론노조 KBS본부는 "KBS는 인사규정과 직제규정시행세칙에 따라 국장급 직위정수, 부장급 직위정수가 엄격히 관리되고 있다"며 "사장이 앞장서 KBS의 질서를 무너뜨리고 있다. 이따위 말도 안되는 촌극을 벌이는 게 법원의 결정을 대놓고 무시하는 것이 아니고 무엇인가"라고 비판했다. 

언론노조 KBS본부는 "자신들에게 유리한 판결이 나오면 입장을 내고 사보까지 동원해 대대적으로 홍보하던 사측이, 감사의 독립성을 침해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인사조치를 원상복구하라는 법원의 결정을 무시하는 게 가당키나 한가"라며 "이번 촌극은 감사실이 제기능을 하지 못하도록 방해하는 행위나 다름없다. 감사의 독립성을 저해하는 행위를 즉각 중단하라"고 했다. 

또 언론노조 KBS본부는 박민 사장에게 이번 소송에 들어간 비용을 자부담하라고 촉구했다. 언론노조 KBS본부는 "대형로펌을 선임하며 거액의 수임료까지 지불한 것에 대한 책임은 마땅히 낙하산 박민 사장이 져야 한다"며 "무리한 인사를 강행하고 피같은 예산을 낭비한 낙하산 박민 사장이 과연 직원들에게 임금삭감과 구조조정을 얘기하고, 제작비 삭감은 물론, 물, 전기까지 아껴쓰라며 닦달할 자격이 있는가"라고 따져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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