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발 '부자감세'로 국회 정상화 물꼬 트라는 조선일보

민주당이 띄우고 정권이 환영하는 종부세·상속세 폐지·완화 정책 조선일보 "민주당, 지선·대선 전 중산층·중도층 전략 모색해야" 윤 정부 감세정책으로 종부세 중과 제도 이미 '무력화' 종부세·상속세 논의를 '민생토론' 포장…세수펑크·지역균형발전 저해 경향신문 "자영업자·서민 삶 무너지는데 부자감세… 어이 없어"

2024-06-17     송창한 기자

[미디어스=송창한 기자] 대통령실이 종합부동산세·상속세·금융투자세 등 부자들이 내는 세금을 폐지·완화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더불어민주당은 중도층을 타겟으로 종부세·상속세 완화를 거론한 바 있다. 

조선일보는 '종부세·상속세 토론으로 국회 정상화의 문을 열어라'라는 제안을 내놓고 있다. 여·야·정이 세수펑크와 이로 인한 약자·빈곤층 지원 축소 문제는 아랑곳하지 않고 부자감세 경쟁을 벌이는 모양새다. 지난해 세수 결손은 56조 원이다. 올해 1~4월 국세수입은 전년 동기 대비 8조 4000억 원 줄었다. 

성태윤 대통령실 정책실장이 16일 KBS '일요진단 라이브'에 출연해 종부세·상속세 개편 방향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성태윤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16일 KBS '일요진단'에 출연해 종부세·상속세 전면 개편 방침을 밝혔다. 성 실장은 "종부세는 지방 정부의 재원 목적으로 활용되는데 사실 제산세가 해당 기능을 담당하고 있어 재산세로 통합 관리하는 것이 이중과세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성 실장은 "상속세율을 OECD 평균 수준으로 낮추고, 그 다음으로 유산 취득세·자본 이득세 형태로 바꾸는 변화가 필요하다"며 "OECD 평균이 26% 내외로 추산되기 때문에 일단 30% 내외까지 인하가 필요하다"고 했다. 금융투자세와 관련해서는 "폐지를 위해 최대한 노력하겠다"고 했다. 

22대 총선이 끝나자 민주당은 종부세·상속세 완화 검토 방침을 밝혀 논란이 불거졌다. 박찬대 원내대표는 지난달 8일 한국경제와 인터뷰에서 "아무리 비싼 집이라도 1주택이고 실제 거주한다면 과세 대상에서 빠져야 한다"고 말했다. 논란이 일자 박 원내대표는 "종부세와 관련한 국민 요구사항이 많이 있어 민주당의 관련 검토는 필요하다는 이야기"라며 "그걸 확대해석해 결정적인 것으로 이야기하면 안 된다"라고 선을 그었다.

민주당 고민정 최고위원은 지난달 24일 공개된 신동아 인터뷰에서 "언제까지 서민의 정당만을 표방할 것인가"라며 "정치를 겪어보고 유권자를 만나본 뒤 내린 결론은 종부세를 유지할 때 얻는 것과 폐지할 때 얻는 것을 면밀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고 최고위원은 "세수를 늘리는 목적이라면 종부세가 아닌 다른 방안을 고민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했다. 민주당 임광현 원내부대표는 지난 4일 당 원내대책회의에서 "집값 상승 등으로 중산층 상속세 대상자가 계속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이들 가구의 세 부담을 합리적으로 조정해 주는 상속세법 개정안을 검토하겠다"고 했다. 

이한주 민주연구원장은 16일 뉴스핌에 실린 인터뷰에서 "종부세에 문제가 있따는 것에 대해선 당도 공감대를 모았다고 볼 수 있다"고 했다. 이 원장은 "폐지는 옳지 않다"면서 "다만 어떤 방식으로 하자고 말을 못 하는 게, 대부분 자료가 정부에 있다"며 정부여당과의 논의 여지를 남겼다. 이 원장은 이재명 민주당 대표와 성남에서 시민운동을 함께했던 '30년 지기'다. 

국민의힘은 "종부세 완화에 소극적이었던 야당에서 입장 변화를 보이고 있는 데 대해 적극 환영한다"(정점식 정책위의장)고 했다.

더불어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왼쪽)와 고민정 최고위원 (사진=연합뉴스)

윤석열 정부의 부동산 감세 정책으로 이미 종부세 중과 제도가 무력화된 상황이다. 지난 10일 한겨레는 사설 <주택 종부세 ‘중과’ 이미 무력화, 감세 경쟁 중단해야>에서 "지난해 주택분 종합부동산세 ‘중과’ 대상은 2597명으로, 2022년 48만3454명에서 99.5%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의 2022년 세제 개편으로 지난해부터 조정지역 2주택자가 중과 대상에서 빠진 데 이어, 3주택 이상 다주택자도 과세표준 12억원까지는 일반 세율을 적용했기 때문"이라며 "정부의 부자 감세에 부동산 가격 하락이 겹쳐 불과 1년 만에 종부세 중과 제도가 사실상 무력해졌다"고 짚었다. 

한겨레는 "그런데도 정부는 민주당의 종부세 개편 논의를 핑계로 다주택자 중과 제도 자체를 폐지하려고 하고 있다"며 "민주당 일각에서 ‘1주택자 종부세 폐지론’을 제기하자 대통령실과 국민의힘은 아예 ‘종부세 폐지론’을 주장했고, 정부는 종부세 중과 폐지를 검토하는 것이다. (중략)역대급 '세수 펑크'가 발생한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대규모 세수 결손을 예상하는 상황에서 무책임한 처사"라고 비판했다. 

여·야·정이 종부세·상속세를 개편해야 한다는 데 공감대를 형성하자 조선일보는 이를 국회 정상화의 지렛대로 삼자는 제안을 하고 있다. 조선일보는 17일 사설 <국회 정상화, 종부세 상속세 토론으로 시작해보길>에서 "노무현 정부가 도입했던 종부세 폐지와 개편 의제를 먼저 꺼낸 건 민주당"이라며 "민주당으로선 다음 지방선거와 대선을 앞두고 중산층과 중도층을 겨냥한 전략 변화를 모색해야 할 시점이기도 하다"고 했다. 

조선일보는 "민주당과 국민의힘은 개원 후 3주 동안 상임위 배분 문제로 싸움만 했다. 말로는 민생을 외치면서 실제는 민생을 외면하고 정치투쟁만 했다"며 "모처럼 동시에 의제를 제시한 종부세와 상속세 같은 민생문제 토론으로 국회 정상화의 문을 여는 것이 여야 모두에 현명한 정치적 선택이 될 것"이라고 했다. 

조선일보 6월 17일 사설 갈무리

그러나 부자들의 세금을 깎아주자는 종부세·상속세·금투세 개편 논의가 '민생토론'인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 경향신문은 17일 사설 <정부 종부세·상속세 완화 예고, 지금 부자감세 속도 낼 땐가>에서 "고물가·고금리·고환율의 3중고에 자영업자와 서민들의 삶은 무너지고 있는데 정부는 정작 ‘부자감세’를 추진한다니 뒤바뀐 정책 우선순위에 어이가 없다"며 "성 실장이 언급한 종부세·상속세·금투세는 모두 부자들이 많이 내는 세금으로, 계층 간 양극화를 완화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경향신문은 공시가격이 12억 원을 넘는 초고가 주택을 갖고 있거나, 아무런 노력 없이 부모 재산을 물려받거나, 배당·주식투자로 연 5000만 원을 넘는 이익을 얻는 사람들이 내는 세금이 종부세·상속세·금투세라는 점을 강조하며 "부자보다 빈자, 강자보다 약자를 먼저 챙겨야 할 때"라고 했다. 공시가격 12억 원 주택의 시세는 약 17억 원이다. 경향신문은 "물가 상승과 내수 부진으로 사회적 약자·빈곤층에 대한 정부 지원이 어느 때보다 시급한 상황"이라며 "자영업자들은 폐업을 고민하고 전세사기 피해자들의 삶은 벼랑 끝에 몰려 있지만, 정부는 재정이 어렵다며 직접 지원에 손사레를 치고 있다"고 했다. 

종부세가 폐지되면 지역균형발전도 요원하다. 이날 경향신문이 민주당 한병도 의원실로부터 입수해 보도한 행정안전부 '기초자치단체별 부동산 교부세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종부세 대폭 감면 결과 지방으로 가는 세수가 2조 6000억원 넘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경향신문이 민주당 정성호 의원실로부터 입수한 '시도별 종부세 세수 실적 및 부동산교부세액'을 보면, 지난해 부동산교부세액 4조9601억원 중 24.8%(1조2294억원)는 수도권(서울·경기·인천)에, 75.2%(3조7307억원)는 비수도권에 배분됐다. 지난해 서울시에서 전체 종부세수의 49.5%인 2조3000억 원 가량이 걷혔는데, 서울시가 받은 부동산교부액은 4750억 원이다. 

지난 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주거권네트워크 관계자들이 종부세 폐지·완화 주장 거대양당 규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종부세·상속세 개편에 찬성하는 언론에서도 세수결손·부자감세 문제를 지적하고 있다. 중앙일보는 17일 사설 <종부세·상속세 개편, 방향 맞지만 여론 소통이 관건>에서 "구부러진 낡은 세제를 현실에 맞게 반듯이 펴는 일은 해야 하지만 세수에 미치는 영향을 전체적으로도 따져야 한다"며 "감세가 많아지면 불가피하게 재정건전성을 흔들 수 있다. 정책실장은 경제 왜곡이 많으면서 세수 효과는 크지 않은 종부세와 상속세를 표적으로 삼았다지만 그렇게 가볍게 볼 일만은 아니다"라고 했다. 

중앙일보는 "야당에서도 1주택 종부세 완화·폐지와 상속세 완화 주장이 나오지만 ‘부자감세’라는 내부 반발도 만만치 않다. 물가와 자산가격 상승으로 상속세 납부자가 많이 늘었다지만 아직도 피상속인의 4.5%(2022년)만 상속세를 낸다"며 "상속세를 비롯한 세제의 합리적 개편이 경제 전체와 국민 모두에게 이득이라는 점을 잘 설득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같은 날 국민일보는 사설 <종부세·상속세 완화, 방향 맞지만 충분히 논의 해야>에서 "총론이 옳다 하더라도 재정건전성에 대한 고민과 여론 수렴을 게을리 해선 안 된다"며 "세계 최고 속도의 저출산·고령화로 복지 지출이 급증하는 구조에서 재정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종부세, 상속세의 개편에 앞서 전체 세수가 감소하지 않도록 세수 확충 방안도 제시하는 등 정교한 준비가 필요하다"고 했다. 

한국일보는 사설 <상속·종부세 중산층 부담 살피되 초부자는 신중해야>에서 "정부와 국회는 종부세, 상속세 개편의 합리적 기준을 마련할 때, 일반 서민들에게 '정부와 정치권은 부자 걱정만 해준다'는 박탈감으로 돌아오지 않도록 살펴야 한다"며 "부의 대물림을 지나치게 방조할 경우, 자수성가형 기업인의 출현을 막을 우려도 생긴다. 시간을 갖고 충분한 논의를 해야 하며, 정치적 이해에 따라 급하게 처리할 문제가 아니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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