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기소하고 김건희 방탄 골몰, 유권자는 어떻게 볼까

[김민하 칼럼]

2024-06-13     김민하 저술가

[미디어스=김민하 칼럼] 예상대로 이화영 전 부지사 1심 판결을 근거로 검찰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기소를 강행했다. 혐의를 보면 제3자 뇌물이 핵심이다. 경기도가 북한에 지급하기로 한 스마트팜 사업비 500만 달러와 이재명 당시 도지사의 방북과 관련해 북한이 요구한 의전 비용 명목 300만 달러를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으로 하여금 대납하도록 하고, 쌍방울 대북사업에 대한 경기도의 지원 및 보증을 약속했다는 것이다.

검찰의 기소는 이화영 전 부지사 1심 판결에서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 측의 진술이 대부분 인정된 것을 근거로 한다. 이화영 전 부지사 재판에서 다룬 혐의는 외국환관리법 위반이었으므로 북한 조선노동당에 직접 돈이 전달된 것으로 볼 수 있는지 등에 따라 유무죄가 갈렸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이재명 대표의 정치적 이익을 위한 대북송금’이라는 사건의 큰 줄기는 인정됐고 따라서 제3자 뇌물을 혐의로 볼 때는 사건에 등장하는 800만 달러 전체가 유죄 가능성이 있다는 게 검찰의 논리다.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12일 오후(현지시간) 카자흐스탄 아스타나의 국립 아카데미 칼리벡 쿠아느쉬 드라마 극장 로비에서 열린 '위대한 평야(steppe·스텝)의 황금' 특별 전시를 관람하던 중 카자흐스탄 전통 이동식 가옥 '유르트' 앞에서 카심-조마르트 토카예프 카자흐스탄 대통령이 키우는 강아지를 소개받고 있다.

법적으로 보면 향후 재판에서는 크게 두 가지 쟁점에서 대립이 치열할 것으로 보인다. 첫째는 김성태 전 회장 측 진술의 신빙성 문제이다. 더불어민주당 측은 뉴스타파 등 보도를 근거로 이들의 진술이 검찰의 편의에 의해 왜곡됐을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둘째는 구체적인 청탁이 증명될 수 있는지다. 제3자 뇌물은 혐의의 특성상 부정한 청탁이 증명되어야 한다. 구체적으로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 측이 무엇을 누구에게 요구했는지가 확인돼야 한다는 거다.

의혹이 있다면 수사와 재판을 통해 밝혀내야 하지만, 제1야당 대표가 이미 4개 사건에 대해 기소된 상태고 앞으로도 2~3개 사건에 대해 추가 기소 가능성이 있다는 것은 정치적으로 곤혹스러운 데가 있는 게 사실이다. 이러한 점들을 근거로 더불어민주당은 이재명 대표에 대한 기소를 ‘정치적 탄압’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일각에서는 판사나 검사가 법을 왜곡해 부당한 기소나 판결을 하는 행위를 처벌하는 ‘법왜곡죄’ 도입도 주장하는 모양이다.

이러한 움직임은 바람직하다고 볼 수 없다. 이 사건의 경우 ‘정치적 탄압’ 등의 판단은 국민 여론이라는 차원, 즉 정치적 문제라고 볼 수 있다. 때문에 더불어민주당이 스스로 ‘정치적 탄압’을 주장하는 것보다 사람들이 그렇게 느끼게 되는 게 훨씬 중요하다. ‘정치는 인식의 게임’이라는 얘기도 있다. 정말 사람들이 ‘정치적 탄압’이라고 생각하도록 하고 싶다면, 사건의 진상을 차분히 밝히면서 억울함을 주장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스스로 ‘탄압’을 말하며서 검사나 판사를 혼내주자고 주장하는 것은 ‘제 발 저린 도둑’의 ‘사법 방해’를 떠올리게 할 뿐이다.

반대편에선 전혀 다른 셈법이 나오는 것 같다. 다시 불거진 이재명 대표의 사법리스크를 충분히 활용해 정권의 위기를 돌파해보고자 하는 정치적 시도가 있을 가능성은 충분하다. 그러나 이것도 마찬가지다. 이런 시도는 유권자가 정권 및 여당과 비교해 야당 대표의 사법리스크와 그를 감싸기 위한 야당의 무리수가 과하다는 느낌을 가져야 성공한다. 그러나 돌아가는 꼴을 보면 그럴 수 있는 상황은 전혀 아니다.

가령 국민권익위가 김건희 여사 명품 가방 수수 의혹에 대해 ‘3분 조사’ 정도의 요식행위 끝에 종결 처리 해버린 것은 어떤가? 윤석열 대통령이 명품 가방 수수 사실을 언제 알았는지, 알았다면 청탁금지법에 규정된 대로 신고 절차를 거쳤는지 등에 대한 조사는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한겨레 보도를 보면 권익위 전원회의에서 “이대로 종결하면 세계적 망신”이란 지적까지 나왔는데도 윤석열 대통령과 가까운 위원들이 이런 결론을 밀어 붙였다고 한다.

논란이 커지니 정승윤 권익위 부위원장이 기자들을 상대로 추가 해명에 나섰다. 청탁금지법은 배우자가 공직자의 직무와 관련해 금품을 수수했을 때 공직자에게 신고 의무를 부과하고 이를 어길 경우 공직자를 형사처벌하는 구조인데, 명품 가방은 직무관련성이 없다고 볼 수 있고 직무관련성이 있다 해도 '외국인'에게 받은 선물이므로 대통령기록물법상 국가기록물이 돼 신고 의무가 없다는 것이다.

11일 서울 종로구 국민권익위원회 정부합동민원센터 앞에서 참여연대 관계자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김건희 여사의 명품가방 수수 의혹에 대해 '위반사항 없음'으로 종결 처리한 국민권익위원회를 규탄하고 유철환 국민권익위원장의 사퇴를 촉구하고 있다.(연합뉴스)

복잡한 얘기 같지만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에 대한 조사를 하지 않기 위해 짜맞춘 논리라고 볼 수밖에 없다. ‘같은 논리라면 기업이 외국인을 고용해 대통령 배우자에게 로비를 했다면 어떤 법으로도 처벌할 수 없을 것’이라는 반론이 즉시 제기되는 것도 그래서다. 더군다나 공직자윤리법 등의 예외조항은 외국인을 통해 받은 선물에 대해 외교 및 국제 관례상 받는 경우를 전제하고 있다. 최재영 목사의 명품 가방 선물이 여기에 해당한다는 주장은 동의하기 어려운 것일 수밖에 없다.

더군다나 그간 보도를 통해 확인된 바를 보면,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는 전직 대통령 등이 보낸 책 등의 선물은 오히려 폐기한 걸로 추정되고 있다. 이 경우는 대통령기록물 무단 폐기에 해당한다는 게 언론의 지적이다. 이렇게 하면 저게 문제가 되고, 저렇게 하면 이게 문제가 되는 양상이다. 당연한 상식을 무리한 논리로 부정하려다 보니 출구가 없는 양상이 된 거다.

대통령이 배우자를 포함한 자기 측근 감싸기로 일관하고 심지어는 수사를 무력화 시킨 걸로 의심되는 정황까지 감지되는 마당에, 제1야당 대표의 사법리스크를 부각하는 행보가 확장성 있는 전술이 될 수 있을까? 그렇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도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 등 일부 당권주자들은 ‘때는 이때다’란 생각인지 김건희 여사 문제나 채상병 특검 등에 대해선 침묵하거나 용산의 방탄 전략에 동조하면서 이재명 대표 문제만 이런저런 방식으로 거론한다.

정말 제1야당 대표의 사법리스크를 강조하고 싶다면 정권이 책임 있는 통치를 위해 정치적 손해도 감수한다는 모범적인 태도를 먼저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그러나 윤석열 정권과 국민의힘이 주도하는 정치에 그런 건 없다. 이러니 오히려 상대의 ‘사법리스크’를 거론하는 건 자신들의 약점을 감추거나 덮어놓기 위한 시도가 아닌가 의심하게 되는 거다. 먼저 정신을 차리는 쪽이 장기적으로는 이익을 거두고 승리한다는 얘길 늘 하지만, 소용이 없는 거 같아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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