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 '오보'가 일으킨 채 해병 수중수색 지시
뉴스1 "해병대, 하천에 뛰어들어 수색하던 중 실종자 발견" 오보 박정훈 측 변호사 "임성근 고무시킨 오보, 불행 잉태한 지시로"
[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채 해병 사망사건'의 핵심 피의자인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이 '둑 아래로 내려가 바둑판식으로 찔러보면서 수색을 하라'고 지시한 배경으로 언론의 오보가 거론됐다.
'해병대가 물속에 들어가 실종자를 발견했다'는 오보가 임 전 사단장을 고무시켰고, 이것이 적극적인 수색 지시로 이어져 채 해병 사건이 발생하게 됐다는 것이다. 임 전 사단장은 자신이 수중수색 지시를 내린 적 없다며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다.
지난 3일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대령) 측 김정민 변호사는 유튜브 채널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 프로그램 <이재석·안귀령의 내 그럴줄 알았다>에 출연해 2023년 7월 18일 경북 예천군 실종자 발견·수습과 관련된 오보를 소개했다.
김 변호사는 "7월 18일 (해병대)7여단장이 '될 수 있으면 둑 아래로 내려가지 마라, 위험하다' 정상적이고 안전한 지시를 내린다. 일선 참모들이 아침새벽부터 '너무 위험하다' '둑 아래로 내려가면 수변과 수중이 분리가 안 된다' 보고를 해왔기 때문"이라며 "그런데 갑자기 사단장이 현장지도방문을 다니더니, 오후경에 실종자 한 명을 발견한다"고 전했다.
김 변호사는 "이 부분에 대한 명백한 오판이 있었다. 해병대가 물속에 들어가 실종자를 발견한 것이 아니라, 그냥 '둑 위'를 걷다가 병사가 발견한 것"이라며 "실제로 (실종자를)건져낸 것은 소방이었다. 그런데 '(해병대가)허리춤까지 차오른 물에 뛰어들어가 건져냈다'는 오보가 나갔다"고 했다.
김 변호사는 "(오보)다음부터 사단장은 '육군이 못찾은 것을 우리가 이렇게 적극적으로 한 것 아니냐, 열심히 해라' 푸시를 했다"며 "결국 '둑 아래로 내려가라', 바둑판식으로 찔러봐라', '필요하면 가슴장화를 신어라' 불행을 잉태한 지시가 내려간 것이다. 물이 찰찰 차 있는 곳에 가슴장화를 신으라는 것은 그냥 (물속으로)들어가라는 것 아니냐"고 했다.
김 변호사는 "임 전 사단장은 시종일관 자기는 물에 들어가라 안 했다고 강조하고 있다. 직접적으로 강물에 들어가라고 한 바는 확인이 안 됐지만 물에 들어가라는 것은 암시하고 있는 게 분명하다"며 "'성심성의껏 들어가서 찔러보라'는데, 땅속으로 들어가 찔러보나? 물속으로 들어가 찔러봐야 한다"고 부연했다.
김 변호사가 거론한 오보는 2023년 7월 18일자 뉴스1 <수색 하루 만에 여성 실종자 발견한 해병대…정예요원 300여명 투입>을 말한다. 당시 뉴스1은 "해병대신속기동부대에 따르면 대원들이 이날 허벅지까지 차오른 하천에 뛰어들어 수색작전을 벌이던 중 예천군 용문면 제곡리 하천에서 숨진 여성 실종자 1명을 발견했다"고 보도했다.
김 변호사는 4일 미디어스와 나눈 문자 메시지를 통해, 오보의 단초를 해병대 1사단이 제공한 것 같다고 밝혔다. 기사에 해병대신속기동부대 대원들이 하천에 들어가 실종자 수색을 진행 중인 사진이 담겼는데, 제공처는 '해병대 1사단'이다.
임 전 사단장이 수중수색을 지시했다는 정황은 생존해병의 증언과 장교의 대화에서 드러난다. 채 해병과 함께 급류에 휩쓸렸다가 생존한 해병 A 씨는 지난 4월 공수처와 경찰에 제출한 의견서에서 임 전 사단장의 지시가 채 해병 사망에 결정적 영향을 기쳤다고 증언했다.
A 씨는 임 전 사단장이 2023년 7월 18일 오후 8시경 화상회의를 주관해 '위에서 보는 것은 수색이 아니다', '(둑 아래로)내려가서 수풀을 헤치고 바둑판식으로 찔러 보면서 찾아야 한다' 등 위험한 지시를 내렸다고 했다. A 씨는 "임 전 사단장과의 화상회의에 참석했던 간부들도 가슴장화 이야기, 바둑판식으로 찔러보라는 이야기 등으로 볼 때 수중수색을 하라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고 얘기하고 있다고 한다"고 말했다.
한겨레가 지난달 26일 공개한 유튜브영상 '고 채상병 죽음의 공동정범'에서 채 해병이 숨진 지난해 7월 19일, 해병대 1사단 산하 7여단장 박 모 대령과 포7대대장 이 모 중령의 통화내용을 확인할 수 있다. 당시 박 대령이 "사단장님이 (오늘)너희 1개 중대 보신다고 하셨는데 몇 중대로 안내하면 되냐”고 묻자 이 중령은 "그 물속에 좀 들어가 있는 거 보려면 간방교 일대로 가면 될 거 같다"고 답했다.
임 전 사단장은 수색작업과 채 해병 사망사건이 '언론에 어떻게 비칠지'를 최우선으로 고민한 것으로 보인다. 채 해병이 숨지기 전 공보정훈실장이 언론에 보도된 수중수색 장면 등을 카카오톡 메신저로 보내자 임 전 사단장은 "훌륭하게 공보활동이 이뤄졌구나"라고 칭찬했다. 이후 채 해병이 급류에 휩쓸려 실종되고, 나머지 장병들이 구조됐다는 보고를 받은 임 전 사단장은 포7대대장과 통화에서 "(생존장병들)지금 다 어디 있냐. 얘들 언론 이런 데 접촉이 되면 안 되는데...트라우마 이런 건 나중 문제고 애들 관리가 돼야 하거든"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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