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 법적 근거 없이 EBS 이사장 '조사' 공문

뉴스버스 '"유시춘 사퇴 압박, 시발점은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 명의로 "EBS 이사 결격사유 확인" 공문 대통령실 감찰 대상은 '대통령 임명' 공직자…EBS 이사 방통위 임명 법적 근거 따져묻자 흐지부지… 8개월 뒤 권익위 조사 착수

2024-05-24     송창한 기자

[미디어스=송창한 기자]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실이 법적 권한 없이 유시춘 EBS 이사장에 대해 '조사 받으라'라는 공문을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대통령실이 공문을 보낸 시점은 유 이사장에 대한 정부 차원의 조사가 이뤄지기 수개월 전이다. '유시춘 찍어내기 시발점'으로 대통령실이 지목되고 있다.

유시춘 EBS 이사장 (사진=연합뉴스)

24일 뉴스버스는 "유시춘 EBS 이사장에 대한 사퇴 압박의 사실상 시작점은 대통령실이었던 것으로 밝혀졌다"고 [단독] 보도했다. 뉴스버스는 지난해 3월 10일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실이 유 이사장에게 보낸 '참고인 면담 조사 협조 의뢰'라는 제목의 공문을 입수해 보도했다. 공직기강비서관실은 유 이사장에게 "면담 조사 일시 및 장소에 대한 협의를 위해 회신하여 주시기 바란다"고 요구했다. 

공직기강비서관실은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 소속 공무원들의 업무처리 적정성에 대해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며 "귀하(유 이사장)가 EBS에 지원하면서 방통위에 제출한 지원서류에 흠결 사항이 발견되어 그 접수 경위에 관한 확인이 필요하다. 또한 EBS 이사 결격사유 여부 판단과 관련해 확인이 필요한 사항"이라고 했다.

대통령비서실 직제 규정상 공직기강비서관실이 유 이사장에 대해 조사할 권한이 없다고 지적했다. 규정에 따르면 대통령실 감찰반은 ▲대통령이 임명하는 행정부 소속 고위공직자 ▲대통령이 임명하는 공공기관·단체 등의 장 및 임원에 대해 감찰업무를 수행할 수 있다. 또 대통령의 명을 받아 감찰 업무를 수행해야 한다. 하지만 EBS 이사장은 대통령이 임명권자가 아니다. 한국교육방송공사법상 EBS 이사 9명은 방통위가 임명한다. EBS 이사장은 이사회에서 호선한다. 

공직기강비서관실은 공문을 보내기 나흘 전인 2023년 3월 6일, EBS로 전화를 걸어 유 이사장에게 조사를 위한 공직기강비서관실 방문을 촉구했다고 한다. 유 이사장이 다음 날 "어떤 법적 근거에 의해 무엇을 조사하겠다는 것인지 알려달라"고 요청하자 공직기강비서관실은 해당 공문을 보냈다고 한다. 유 이사장은 조사에 응하지 않았다. 이후 공직기강비서관실은 감찰·조사를 위한 연락을 취하지 않았다. 

뉴스버스는 대통령실이 유 이사장의 문재인 대선 후보 캠프 활동 이력을 조사하려 했다고 전했다. 한국교육방송공사법은 임원의 결격사유 중 하나로 '대통령선거에서 후보자의 당선을 위해 방송·통신·법률·경영 등에 대하여 자문이나 고문의 역할을 한 날부터 3년이 경과되지 아니한 사람'을 두고 있다. 2019년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이 제기했던 의혹이다. 

이에 대해 뉴스버스는 "이 의혹은 이미 자유한국당이 고발하고 직무정지 가처분까지 신청했다가 각각 무혐의 처분되고 각하(소송요건을 갖추지 못해 사건 자체가 성립이 안 됨)됐던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유시춘 EBS 이사장이 지난 3월 26일 오전 정부과천청사 방송통신위원회에서 열린 EBS 이사장 해임 관련 청문에 출석하기에 앞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뉴스버스는 공직기강비서관실 조사 시도가 있은 지 8개월 뒤 보수성향 교육시민단체가 국민권익위원회에 유 이사장을 고발하면서 조사가 시작됐다고 했다. 권익위는 검찰과 방통위에 사건을 이첩했고, 최근 검찰은 유 이사장을 업무추진비 사적유용 혐의로 압수수색했다. 방통위는 유 이사장 해임 전 청문을 마친 상태다. 뉴스버스는 "공직기강비서관실 조사 압박 이후 권익위 방통위 검찰의 전방위적 조사와 수사가 진행된 것"이라고 했다. 

한편, 유 이사장에게 자필 서명을 담아 공문을 보낸 이시원 전 공직기강비서관은 법적 근거, 윤석열 대통령 지시 여부 등을 묻는 뉴스버스 취재에 응하지 않았다. 이 전 비서관은 채해병 사망사건 수사외압 의혹에 연루됐다. 이 전 비서관은 채해병 사건 수사 기록이 군으로 회수됐을 때 유재은 국방부 법무관리관과 통화를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은 지난 7일 공직기강비서관을 이원모 전 인사비서관으로 전격 교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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