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구성원이 '수신료 사료 먹고산 코끼리'라는 여권 이사

이동욱, 적자 보고에 '수신료 독립 경영' 요구 "수신료에 길들여져 공격 경영 불가능" "FA 시장에서 임직원 모실 방안 없나" 박민 "목표했던 수신료 분리징수 체계 곧 나온다"

2024-05-23     고성욱 기자

[미디어스=고성욱 기자] 여권 추천 KBS 이사가 KBS 구성원을 '동물원 코끼리'에 비유하는 막말을 쏟아냈다. 월간조선 출신인 그는 KBS 구성원들이 수신료 제도에 길들여졌다며 외부 인사 영입을 통한 공격적인 경영을 요구했다. 

22일 열린 이사회에서 경영진이 보고한 2024년 1분기 경영실적 보고에 따르면 KBS는 455억 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특히 광고 수익은 379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1억 원 줄었다. 이 같은 적자에 야권 이사들은 ‘KBS 콘텐츠의 신뢰도와 경쟁력이 떨어졌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사진=KBS)

하지만 여권 추천 이동욱 이사는 “광고 수입의 마이너스에 대해 비관적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며 “이 정도면 상당한 노력을 했는데, 좀 안타까운 부분이 있다. 수고했다는 말을 드리고 싶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러면서 이 이사는 외부 인사를 대폭 수혈하는 '공격적'인 경영을 주문했다. 이 이사는 ▲세월호 10주기 다큐 불방 사태 ▲MBC <스트레이트> ‘KBS 장악문건’ 보도 ▲<역사저널 그날> 낙하산 진행자 논란 ▲고성국 라디오 진행자 발탁 논란 등 최근 KBS 안팎에서 터지는 논란에 대해 경영진의 대응이 늦다며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한번도 없고, 점잖게만 나간다. 공격적인 경영을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 이사는 “공격 경영으로 가고 수신료로부터 독립된 경영체계로 탈바꿈하기 위해서는 현재 KBS 구성원들로는 불가능하다”며 “과거 수신료 제도에 길들여져 있기 때문이다. KBS에서 오래 계셨다가 퇴직한 분들이나, 유관 방송사에 근무했다가 FA 시장에 나와 있는 분들 중에 프로페셔널한 사람을 임직원으로 모실 방안을 강구할 수는 없냐”고 말했다.

이에 대해 박민 KBS 사장은 “그 부분은 지금 가타부타 말하기 곤란하다”고 답했다.

이 이사는 ‘수신료로부터 독립하는 경영' 방안을 요구하기도 했다. 이 이사는 “경영진의 보고서에 ‘수신료 지사 및 종사 인력 역량을 집중해서 안정적 운영 기반 확보’ ‘수익유지 및 증대’라고 적혀있는데, 우리 정체성이 지금 수신료 기반으로 한 방송사로 가겠다는 것인가”라고 물었다. 

이어 이 이사는 “KBS는 지난 30년 동안 사료를 먹고살아온 동물원 코끼리인데, ‘수신료가 어떻게 된다’는 상황에서도 '수신료가 공사에 필요하고 역량을 집중해서 안정적 운영시간을 확보하겠다'는 말이 이해가 안 간다”며 “회사가 앞으로 어떻게 되는지에 대한 명확한 방향 제시가 없으니 KBS 일의 방향성과 조직 문화가 망가져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이사는 “수신료로부터 이탈하는 독립 경영의 생각이 있는지 없는지 묻는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박민 사장은 “수신료가 KBS 수익 40%를 차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수신료를 대체할 재원을 하루아침에 마련할 수 없다. 수신료가 줄어드는 과정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것은 경영진의 당연한 책무”라며 “수신료 문제는 나름대로 치밀하게 대응해 왔다고 생각하고 이제 곧 결과가 나오는데, 저희가 목표로 했던 수신료 고지 및 징수 체계에 근접한 결과에 도달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공격적 경영’과 관련해 박 사장은 “KBS 향후 비전에 대해 창립기념일 등을 통해 제시한 바 있다”며 “지금 단계에서는 올 상반기까지 기본적으로 내부 구조조정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 그런 성과를 바탕으로 하반기부터는 좀 더 공격적이고 새로운 재원을 창출할 수 있는 전체적인 조직 개편, 향후 미래사업 비전 등에 대해 좀 더 구체적으로 제시하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지난 2013년 5.18 관련 강연을 하고 있는 이동욱 KBS 이사 (KBS 뉴스 화면 갈무리)

한편 지난해 10월 12일 보궐이사로 임명된 이동욱 이사는 월간조선 기자 출신이다. 이동욱 이사 임명 이튿날 여권 우위로 전환된 KBS 이사회는 '박민 사장 임명제청안'을 통과시켰다.

이 이사는 과거 5.18 왜곡 발언으로 임명 당시 5.18 단체들의 사퇴 요구가 빗발쳤다. 그는 1996년 월간조선 4월호 '검증, 광주사태 관련 10대 오보·과장'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광주사태와 관련해서는 거의 모든 오보가 피해자 중심으로 쏠려 있다"고 주장했다. 

또 그는 2013년 ‘조갑제 현대사 강좌’에서 “다수 선량한 시민들이 소수 선동가에 의해 선동당한 것으로 이것이 광주사태의 실제 본질”이라고 말했다. 이 이사는 지난 2020년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에 의해 KBS 보궐이사로 추천됐으나 당시 방송통신위원회는 분열의 우려가 있다며 낙마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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