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 윤 정부 '오락가락' 정책에 "샤워실의 바보"

사흘 만에 '80개 품목 해외직구 금지' 철회 'KC인증 없으면 원천 차단' 방침…이제와서 "사실 아냐" 윤 대통령, R&D예산 4조 깎더니 1년 만에 "예타 전면 폐지" 조선일보 "이런 일 한두 번 아냐…국민이 실험 대상인가"

2024-05-20     송창한 기자

[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윤석열 정부가 '해외직구 금지' 방침을 사흘 만에 철회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해 대폭 삭감했던 R&D(연구·개발) 예산과 관련해 "예비타당성조사를 전면 폐지하라"고 지시했다. 윤석열 정부의 좌충우돌 정책이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보수언론은 "국민이 실험 대상이냐" "샤워실의 바보"라고 쏘아붙였다.  

정부는 '위해품목의 해외직구를 사전에 전면 차단한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고 현실적으로도 불가능하다고 했다. 그러나 앞서 정부가 부처합동으로 배포한 보도자료의 제목은 <국민 안전을 해치는 해외직구 제품 원천 차단>이다.

이정원 국무조정실 국무2차장이 19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해외직구 관련 추가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19일 이정원 국무조정실 국무2차장은 '해외직구 대책 관련 추가 브리핑'을 열고 "저희가 말씀드린 '80개 위해품목의 해외직구를 사전적으로 전면 금지·차단한다', 이건 사실이 아니다"라며 "물리적으로, 법적으로 가능한 얘기가 아니다. 80개를 한꺼번에 사전에 차단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가능한 얘기가 아니다"고 말했다. 

이 차장은 "특히 저희 나라는 법률적으로 사전에 해외직구를 차단하고 금지하려면 법의 근거가 있어야 된다. 예를 들어 총포, 도범, 성인 위해용품 등이 법에 금지된다고 규정돼 있다"며 "그런 것을 고려했을 때 다음 달에 갑자기 이 모든 품목에 대해 법률을 다 (정비)해서 사전적으로 차단·금지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다. 정부에서는 대안 조차 검토해 본 적이 없다"고 했다. 

그러나 지난 16일 국무조정실이 14개 부처 합동으로 낸 보도자료 <국민 안전을 해치는 해외직구 제품 원천 차단>에서 첫 번째 정책은 "어린이제품(34개), 전기·생활용품(34개), 생활화학제품(12개) 해외직구 금지"였다. 80개 품목에서 KC인증(국가통합인증마크)이 없는 제품은 해외직구를 원천적으로 차단하겠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해외직구 차단 대상 품목'이라며 세부 품목을 나열하기도 했다. 

지난 16일 국무조정실이 배포한 보도자료 갈무리

윤 대통령은 지난 17일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성장의 토대인 연구개발 예비타당성조사를 전면 폐지하라"고 지시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6월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나눠먹기식, 갈라먹기식 R&D는 제로베이스에서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의 발언은 R&D 예산을 증액한다는 기존 계획을 '4조 6천억 원 삭감'으로 뒤집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 

20일 전국단위 종합일간지의 1면 기사와 사설은 진보·보수를 막론하고 윤석열 정부의 오락가락 정책을 비판하고 있다. 만 5세 초등학교 입학 정책 소동, 주69시간제 도입 논란, '킬러 문항' 배제 지침과 불수능 등 윤 대통령 말 한마디에 정책의 근간이 흔들린 사례들이 다시 거론되고 있다. 

조선일보는 사설 <반복되는 정책 시행착오, 국민이 실험 대상인가>에서 정부가 해외직구 금지 방침을 '없던 일'로 처리하고, R&D 예산에 대한 태도를 180도 바꿨다며 "이런 일이 한두 번이 아니다.(중략)이렇게 시행착오를 반복하는 정부를 국민이 어떻게 믿겠나"라고 비판했다.

조선일보는 "반도체 투자 세액 공제율을 낮게 잡았다가 대통령 지시로 하루아침에 2배로 올린 사례, 취학 연령을 만 5세로 앞당기겠다고 발표했다가 학부모 반발로 교육 부총리가 사퇴하며 없던 일로 마무리한 일, 노동부 장관이 연장 근로시간 한도를 월 단위로 바꾸는 방안을 발표했다가 대통령의 말 한마디로 백지화된 일 등 정부의 정책 설계가 오락가락하며 혼선을 빚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며 "국정 쇄신의 첫 단추로 정부 정책에 대한 국민 신뢰를 되찾는 일부터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동아일보는 사설 <예산 깎더니 이번엔 예타 폐지, ‘샤워실의 바보’ 같은 R&D 정책>에서 "무턱대고 예산을 깎았다가 반발이 커지면 원상 복구하거나, 전폭적 지원을 약속했다가 돈이 없다며 무르는 식"이라며 "정부의 널뛰기식 경기 대응을 경제학에선 '샤워실의 바보'라고 빗댄다. 수도꼭지를 온수 쪽으로 끝까지 돌렸다가 뜨거운 물이 쏟아지면 깜짝 놀라 찬물을 트는 과정을 반복한다는 것"이라고 했다. 

동아일보는 사설 <‘직구 KC 인증’ 政은 졸속 추진-철회, 黨은 뒷북 비판 경쟁>에서 "처음부터 유해성이 확인된 제품에 한해 유통을 금지하고 쇼핑몰 업체에 책임을 묻겠다고 했으면 될 일"이라며 "KC 인증을 받지 않았다는 이유로 직구를 전면 금지하는 것은 정부가 어제 인정한 대로 '물리적으로나 법적으로 가능하지 않은' 과잉 규제요, 행정편의주의적 발상"이라고 지적했다. 

또 동아일보는 국민의힘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 유승민 전 의원, 나경원 국회의원 당선자의 비판에 대해 "당권 주자로 거론되는 인사들이 대책 발표 때는 가만히 있다가 비판 여론이 거세지자 앞서거니 뒤서거니 뒤늦게 한마디씩 보태는 것도 모양새가 좋아 보이진 않는다"고 했다. 

중앙일보는 1면 기사 제목을<“직구 금지? 흥선대원군이냐”…소비자 마음 몰라 역풍 맞았다>로 꼽았다. 중앙일보는 "흥선대원군도 아니고 멋대로 외국 물건(직구를) 닫아버리는 게 어딨느냐" 등의 맘카페 게시물을 전했다. 

중앙일보는 "정부가 설익은 대책을 꺼내놨다가 바로 접으면서, 새로운 논란이 이어질 예정이다. 당초 정부는 '국민 안전이 심각하게 침해된다'며 규제 이유를 밝혔는데 결국 위해성 물질 모니터링을 강화한다는 것 외엔 이에 대한 실질적인 대안은 내놓지 못했다"며 "위해성이 검증되면 직구를 차단하겠다고 했지만, 이는 지금도 하는 조치"라고 짚었다. 

세계일보는 사설 <해외 직구 ‘KC 인증’ 규제 오락가락, 시장 혼란만 키웠다>에서 소비자의 안전을 지키겠다는 정부의 문제의식을 나무랄 수 없다면서 "그렇다고 현실적으로, 법적으로 가당치 않은 KC 인증 규제를 가하는 건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우는 격"이라고 했다.

국민일보는 사설 <‘해외직구 금지’ 철회… 정부 일처리 이렇게 허술해서야>에서 "해외 판매자의 KC 인증을 강제할 수단도 없고 올 1분기 하루 평균 해외직구 통관 물량만 46만 건이나 된다. KC인증 제품의 하자가 적지 않아 국내 신뢰성도 낮다"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7일 세종특별자치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2024년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마무리 발언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연합뉴스)

한겨레는 사설 <해외직구 규제도 오락가락, 정책 신뢰 허무는 정부>에서 "위해 제품으로부터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지키는 일은 정부의 책무임이 틀림없다"면서 "그러나 국민 불편이나 규제의 실효성 등에 대한 고려 없이 ‘닥치고 금지’와 같은 설익은 대책을 내놓는 것은 무책임한 행태가 아닐 수 없다"고 했다. 

한겨레는 "윤석열 정부는 지금까지 국민 삶과 밀접한 정책을 졸속 추진하거나 손바닥 뒤집듯 태도를 바꾸는 일이 잦아 비판을 받아왔다"며 "만 5살 초등학교 입학, 주식 공매도 금지, 일회용품 사용 규제 유예 등이 그 예다. 정책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리는 아마추어 행정을 언제까지 지켜봐야 하나"라고 했다.

경향신문은 사설 <사흘 만에 접은 해외직구 KC 의무화, 졸속행정 책임 물어야>에서 "국민 생활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는 정책을 섣불리 발표하고 혼란과 반발을 불러일으키다 백지화시킨 졸속행정이 도대체 몇번째인가"라며 "정부 정책은 그 목표가 시급하고 합리적 타당성을 갖췄더라도 실효적인 세부 대책과 민주적 합의하에 이뤄져야 한다.(중략)윤 대통령은 우왕좌왕하는 졸속행정의 책임 소재를 분명히 가리고, 확실한 재발방지책을 세워야 한다"고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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