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PD들 "'역사저널 그날' 일방 폐지…경영진 배임 검토"

PD협회 ‘역사저널 그날’ 사태 긴급 기자회견 기지출 1억 원 이상…"국민의 수신료 날라가" "누구 지시가 있었길래 이렇게 무리수 두나"

2024-05-14     고성욱 기자

[미디어스=고성욱 기자] KBS PD들이 낙하산 진행자를 거부했다는 이유로 사실상 폐지된 <역사저널 그날> 사태가 해결되지 않을 경우, 경영진을 상대로 법적 대응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기지출 비용이 1억 원이 넘어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이라며 사측의 일방적 중단은 배임 소지가 있다는 것이다. KBS PD들은 “본 녹화 3일 앞두고 메인 진행자 교체 통보를 거부했다고 제작진을 해산시키는 것은 유례가 없는 일”이라고 규탄했다.

KBS PD협회가 14일 KBS 본관 앞에서 '역사저널 그날’ 사태 관련 긴급 기자회견을 개최하고 있다. (사진=미디어스)

KBS PD협회는 14일 KBS 본관 앞에서 <‘역사저널 그날’ 사태 관련 긴급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KBS PD협회에 따르면 <역사저널 그날>은 지난 2월 11일 마지막 방송을 끝으로 재정비에 들어갔고, 지난달 30일 개편 첫 녹화가 예정됐다. 제작진은 MC와 패널, 전문가 섭외 및 대본까지 준비를 마치고 유명 배우를 섭외해 코너 촬영을 끝낸 상황이었다. 방송 예정일은 오는 19일이었다.

그러나 첫 녹화를 3일 앞둔 지난 25일 저녁, 이제원 KBS제작1본부장은 시사교양2국장을 통해 전 KBS 아나운서 조수빈 씨를 MC로 앉힐 것을 최종 통보했고 제작진이 이를 거부하자 프로그램을 무기한 보류를 결정했다. 

제작진은 이와 관련된 긴급TV편성위원회 개최 요구가 묵살되자, 1일 박민 사장에게 프로그램 재개 호소문을 전달했고, 박 사장은 류삼우 부사장에게 진상조사를 지시했다고 한다.

8일 조수빈 씨 측이 <역사저널 그날> 녹화에 불참하겠다는 입장을 밝혀 제작진이 프로그램 재개를 호소했으나 이제원 본부장은 “조직의 기강이 흔들렸으니 그대로 프로그램을 진행할 수는 없다”는 이유로 잠정적 폐지를 고수하고 ▲제작진 해산 ▲기지출 비용 회사 처리 등을 통보했다고 한다. KBS PD협회 등에 따르면 기지출 비용은 억 단위에 이를 것으로 예측된다.

지난 2월 11일 KBS 1TV '역사저널 그날' 마지막 방송 캡쳐

이날 기자회견에서 22년차라고 밝힌 기훈석 언론노조 KBS본부 시사교양 중앙위원은 “이번 사태는 너무나 무리수”라며 “녹화 3일 전에 MC를 바꾸려고 했는데, 저도 많은 외압 지시를 받아봤지만 최소 한 달 전에 얘기를 하고 이유를 설명하는데, 이번엔 아무 이야기가 없다. 누가 무슨 이유로 조수빈 씨를 꽂으려 한 것인가”라고 따져 물었다. 

기 중앙위원은 “지금 본부장을 제외한 팀장, 부장, CP 등 모든 PD가 조수빈 씨를 반대하고 있고, 심지어 담당 국장까지 부정적 의견을 낸다”면서 “보통 이 정도로 무리하면 철회하는데, 도대체 누구의 지시가 있었고 어떤 명령이 있었길래 고위직은 이런 무리수를 두는 것인가”라고 비판했다. 

진상조사 결과와 관련해 기 중앙위원은 “간부들마다 말이 다른데, 임원들마다 책임 돌리기를 하고 있다”며 “제작본부장은 ‘경영진의 결정이고, 제작진이 사장을 설득하라’는 식이고 부사장은 ‘그런 지시를 내린 적이 없다’는 입장이다. 현재까지 확인된 것은 본부장이 제작진에 ‘임원회의 결정 사항으로 <시사저널 그날> 제작은 무기한 보류’라고 전한 것”이라고 말했다.

‘기지출 비용’과 관련해 기 중앙위원은 “본부장이 말한 것은 회사 비용으로 털라는 것인데, 추산을 해봐야 하지만 통상 간접비 등을 고려하면 억 단위는 당연히 넘을 것이다. 문제가 심각해지면 배임으로 따질 것”이라면서 “아무 이유 없이 국민의 수신료가 억 단위로 날라가고 있고, 100여 명이 넘는 스태프의 생계가 날아가게 생겼는데 회사는 그냥 모른 척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사진=KBS)

기 중앙위원은 “1차적으로 <역사저널 그날>을 살리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면서 “일단 16일로 TV편성위원회 개최를 요구한 상황이다. 이제원 본부장이 불참할 경우 회사 차원의 공정방송위원회를 요구할 것이고 이것도 응하지 않을 경우에 대한 대응을 다각도로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배임 행위를 감사실에 고발할지, 수사기관에 고발할지도 검토할 것”이라면서 “그 외에 방송법 위반 사안, 지금까지 참고 있었던 각종 해태 행위들에 대해서도 법률 검토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세원 PD협회장은 “지금 당장이라도 기존 제작진이 준비하고 있던 과정 그대로 방송이 재개되기를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다”며 “이것이 이번 주 내로 실현되지 않는다면 제작본부장, KBS 사장 등을 비롯해 모든 경영진에게 책임을 묻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투쟁 방향과 관련해 김 협회장은 “확정된 안은 없지만 주 후반 상황이 명확해지면, 경영진에 대한 퇴진 투쟁까지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

조애진 KBS본부 수석부위원장은 "KBS는 국민이 각자 2500원 씩 내서 권력에도 자본에도 흔들리지 말고 사회에 꼭 필요한 이야기를 하라는 숙제를 받은 곳"이라면서 "나한테 출연자 최종 결제권이 있으니 내 맘대로 다 할 수 있다는 말만 할 거면 유튜브로 가라. 민주사회에서 언론의 역할이 무엇인지도 모르는 사람과 같이 일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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